Home
로그인 | 회원가입 | 마이페이지
MBC 좋은친구 TV속정보 사이트맵
타이틀 아나운서되기
[김나진] '5번의 눈물.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뜨거웠던 작년 여름.

본격적으로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취업에 성공했을 때 기뻐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회사에 사직서를 내기 이틀 전까지도 그 결심을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사직서를 내던 날 아침 출근길, 제 마음을 담은 석 장의 편지를 집 우편함에 꽂아 넣고 나왔습니다.

그날 저녁, 괴롭고 힘든 마음에 만취한 상태로 집에 돌아온 저는 어머니께서 보내신 이메일을 확인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머니께서 보내신 이메일의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 꿈은 이루어진다!"였습니다.

 

 

 

아나운서 시험의 관문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1차 카메라테스트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떨어진 이유도 분석하지 않고 나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그동안 해왔던 식으로 똑같이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실력도 없으면서 자만했고, 제 결점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나'에 대해 전혀 연구하지 않았습니다.

 

아나운서 시험의 가장 큰 적은 면접위원도 아니요 카메라도 아닙니다. 화려한 외모와 말솜씨를 가진 경쟁자도 아닙니다.

바로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나'에 대해 연구하고, '나'의 강점을 찾은 후에야 비로소 1차 시험에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종류의 자기소개서든 자주 나오는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나의 장점과 단점'이란 항목인데요, 저는 처음에 한 가지도 찾아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제 노트엔 어느덧 장점 8가지와 단점 7가지가 적혀있습니다.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고, 내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내가 가진 결점을 과감히 인정하고 고칠 줄 알아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모 방송국 아나운서 면접장.

특정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는 토크쇼 형식의 면접이었습니다.

'이런 여자 정말 꼴불견이다 Best 5'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제 입에서 '나시'란 단어가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아나운서 면접장에서 '민소매'가 아닌 '나시'라니요...

 

시험이 끝나고 집에 가면서 마음속으로 후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평소 언어 습관은 고치지 않고, 시험의 기술만 익혔던 것입니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흉내만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웃지 못 할 사건 이후, 저는 평소 제 모든 생활을 아나운서化 했습니다.

말투, 행동, 옷차림새, 마음가짐 등 모든 것을 아나운서처럼 바꿔갔습니다.

다시는 그런 후회의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시험의 기술이 아닌, '나'를 바꾸는 작업을 했습니다.

 

 

 

한 번도 1차 테스트의 관문을 뚫지 못했던 제가 크고 작은 방송사 최종면접에 6번이나 진출하게 됐습니다.

항상 1차 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던 제게 최종면접의 기회는 정말 기쁜 일이었습니다.

시험을 위해 전국을 순회하면서도 마음은 희망과 의지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그 희망과 의지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6번의 최종면접에서 6번 모두 떨어졌습니다.

6번째 낙방 소식을 듣고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희망과 의지를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일주일 남짓한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내가 정말 아나운서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망상들에 시달릴 때 제게 다시 빛을 비춰주었던 것은 역시 가족과 친구들이었습니다.

집 걱정하지 말고 공부하라는 부모님, 따뜻한 격려의 문자를 보내준 동생들을 보며 다시 마음을 잡았습니다.

힘들게 함께 준비해 온 친구들의 격려 문자를 받으며 저 자신을 추슬렀습니다.

그들이 제 곁에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발표일 당일, 도저히 집에 있을 자신이 없어서 기분전환 겸 남동생과 함께 농구를 하러 가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받는 순간 저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8살 터울의 동생 앞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기쁨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습니다.

그 순간부터 온종일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루 내내 친구들, 지인들의 전화를 받으면서 합격의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흘렸던 눈물이 있었기에 이 순간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내가 혼자 잘나서 합격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친구, 가족, 선후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마음, 지금 이 기쁨을 평생 잊지 말고 살자!

 초심을 잃지 않는 아나운서가 되자!"

 

 

'아나운서 시험 합격'이란 목표를 달성한 지금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기쁩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큰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 다가오는 허무함도 느껴집니다.

또, 부족한 저를 뽑아준 MBC에 정말 감사드리며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느낍니다.

 

이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가 어떤 아나운서가 돼야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입사까지 주어진 한 달이라는 휴식시간 동안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새 목표를 향해 다시 힘차게 뛰겠습니다.

 

제가 세울 목표가 어떤 것이든,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변하지 않아야 할 것들을 다짐하며 합격 후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하나. 항상 겸손하고,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아나운서가 되겠습니다.

둘. 힘들었던 지난날을 잊지 않고, 저를 도와준 사람들을 잊지 않는 아나운서가 되겠습니다.

셋. 현재에 삶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 자기계발을 하는 노력하는 아나운서가 되겠습니다.

넷. 자신을 잘못을 인정하고, 남의 말을 잘 들을 줄 아는 아나운서가 되겠습니다.

다섯.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나운서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그리고 잘! 하겠습니다. MBC 신입사원 김정근입니다. 2005-09-23
나경은, 나는 이렇게 준비했다. 2005-09-23
나, 서현진을 말한다!! 200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