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워 본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수많은 “나비”들과 그에 못지않게 많은 “쫑”들이랑 함께
자랐습니다. 특별히 예쁜 이름을 지어 준적은 없지만, 가르릉 거리며 제 배위에서 함께 잠들 던 노랑나비와 아무리 가라고
해도 학교 앞까지 따라왔던 검둥이 “쫑”이 지금도 가끔 생각납니다. 아무리 주변 아이들이 “잡종” 이나 “똥개”라고 놀린다
해도, 우리 집 나비와 쫑이 제게는 가장 예뻐 보였습니다. 그 시절 다시 돌아가, 누군가가 당장 푸른 눈의 페르시아 고양이나
황금빛을 자랑하는 포멜리언을 가져다준다 해도, 저는 우리 나비와 쫑을 꼭 품안에 안고 절대 바꾸지 않을 겁니다.
머리가 크고 나서 수많은 명화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침을 묻혀가며, 라면 국물 흘려가며 한 장 한 장 넘겼던 만화를
볼 때만큼 몰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이었습니다. 광화문 갤러리에서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어느 만화가의 작품 전시회가 있었는데,
정말 오랫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신랄한 풍자도 있었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세상에 대한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그것이 제가 알고 있는 만화의 본질이기도 하구요.
작가가 직접 만든 명함에는 자신의 작품이 그려져 있었고,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카투니스트,
똥개 김동범”
녹화를 마치고 갤러리를 나오는 순간, 오랜만에 나비와 쫑을 품에 안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따스하고 훈훈했던 순간을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세상을 향한 똥개의 낮은 시선을 닮고 싶어집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