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그림 2009.05.11 Sortino's 이곳은 갤러리가 아닙니다. 이태원에 위치한 Sortino's 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입니다. 이탈리아 사람인 산티노(Santino Sortino)가 주방장으로 있는 곳인데요, 언젠가 산티노는 아버지 이야기를 잠깐 한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인 카르멜로 (Carmelo Sortino) 역시 요리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요리하는 재료들을 그려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고 합니다. 평생을 요리만을 했으니 요리 재료들을 그 누구보다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겠죠? 그리고 그냥 붓을 들었다고 합니다. 한 번도 그림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사과 그렇게 시작한 그림에 빠진 산티노의 아버지는 요리하는 시간보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의 그림을 찾는 이웃들이 생겨나고 이제는 칼과 국자 대신 붓을 쥐고 살아가고 있다며 기회가 되면 한국에 꼭 초대해서 자신의 레스토랑에 아버지의 그림을 전시하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서양배 그의 이야기를 들은 지 2년이 지나, 지난 4월이었습니다. 그는 정말 아버지를 초청했고 산티노의 친구들은 조촐하게 빵과 약간의 와인을 마시며 그림 앞에서 산티노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부터 그림에 대한 각자의 느낌과 추억들까지 나눌 수가 있었습니다. 산티노의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피자와 스파게티도 맛있지만, 아버지의 그림은 더 맛있었습니다. 레몬+석류 그림은 특별한 사람만이 그리고 특별한 사람만이 감상하는 게 아닙니다. 갑자기 스케치북을 열어 본지 참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매일 밥상에 놓이는 숟가락도 좋고 밥그릇도 좋고 생선구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마늘이면 어떻고 양파면 어떻겠습니까? 정물화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움직이지 않는 사물들을 그리는 것입니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정물들, 맛있게 한 번 그려보세요. 그리고 혹시라도 산티노의 레스토랑에 가신다면 벽에 걸려있는 아버지의 그림에 대해 한 마디 알은 체 해보세요! 주방에서 “맘마미아!”를 외치며 뛰어나오는 산티노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훌륭한 요리 역시 빼놓을 수는 없겠지만요^^ 작품의 주인공 Carmelo Sortino "Carmelo Sortino 의 작품을 조금 더보고 싶은 분들은 www.sortinoart.com 을 방문해보세요!" ▲ 이전글 - 올덴버그가 아니라면, 그리고 내가 서울 시장이라면 (4) ▼ 다음글 - 똥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