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장어 먹으러 북한강가에 갔다가 6월이면 언제나 피어있는 밤꽃 내음을 맡으며 우주에 가득한 생명의 신비를 느꼈습니다. 누군가를 마음속 깊이 두고 있는 사람이 강바람과 함께 밀려오는  은하처럼 맑고 우유처럼 진한 이 생명의 향기를 맡았다면 아마도 상사병(相思病) 나기 참 쉽죠이잉.^^

 상사병(相思病)을 불가(佛家)에서는 상사병(想思病) 이라고도 하는데 상(想)은 과거에 대한 생각을, 사(思)는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말합니다. 그 사람을 만났던 꿈같았던  순간과 앞으로 만나서 보낼 행복한 시간에 대한 집착사이를 계속 오고가며 번민하느라 생기는 병입니다.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욕망들,-권력이든 돈이든 명예든-이 상(想)과 사(思)의 사이로 어지럽게 오고가다가 심해지면 병이 됩니다. 과거에 대한 생각을 상(想), 미래에 대한 생각을 사(思)라고 한다면 현재, 바로 지금에 대한 생각은 념(念)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념(理念)이란 말은 지금 현실에 대한 이치에 맞는 생각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엄청나게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쪽집게 도사처럼... 요점만 시험에 나오는 걸로^^

 이데올로기라는 용어는 프랑스 혁명시기 철학자 데뛰드 드 뜨레시(Destutt de Tracy)가 이념의 과학(science of ideas)란 뜻으로 가장 먼저 사용했습니다. 뜨레시는 계몽 철학자답게 idee(관념) + logy(학문) = ideology(관념학)이란 학문을 통해서 인간의 생각(idea)에서 편견과 잘못을 없애고 인간의 정신이 이성적으로 되면  세상을 바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아주 낙관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사회변혁사상의 스타 마르크스에게 있어서 이데올로기란 대체로 비판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인간사회의 하부구조(한마디로 경제. 먹고사는 문제)의 모순은 하부구조에서 즉 경제적인 평등을 통해서 해소되어야 하는데 가진 자들이 경제적인 문제를 상부구조(정치, 종교, 문화, 예술)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할 때 생기는 “거짓된 관념의 체계”가 바로 마르크스가 말하는 이데올로기의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굶어 죽을 지경으로 못사는 사람들에게 먹을 빵을 줘야지 배고픈 것이 신의 뜻이라는 둥, 음악을 들으면 허기가 가실 것이라는 둥, 권력자가 무척 가슴 아파하고 있다는 둥, 배고픔의 문제를 관념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들을 말합니다.

 지식사회학의 막스 베버나 칼 만하임은 일반적으로 이데올로기는 이해관계의 결과나 표현하는 방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아담 스미스의 경제학은 가진 자들의 대변인이고  프로이드의 심리학도  브루조아 사회에 대해 반항하는 정신을 다스리고 적응시키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각에서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주의가 자본주의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하고  칼 만하임은 이데올로기의 계급적인 이해관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사회 어느 계급에도 소속되지 않는 지식인계급의 역할을 열망했습니다. 지금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이데올로기는 자유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 뭐 이런 것들입니다. 저는 이데올로기는 이렇게  세련되게 다듬어지고 오래된 역사를 가진  사상들뿐만 아니라 인간들이 현실 속에서 자신의 정신적 목적, 물질적인- 눈에 보이는 모든 이해관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저마다의 실천적인 방법론이라고 쉽게 풀이해봅니다.  

 이데올로기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예로 좀 극단적이지만 저는 십자군 전쟁을 들고 싶습니다. 예수의 수난을 다룬 외국 tv영화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사탄이 예수를 십자가를 지지 말라고 인간이 절대 할 짓이 아니라고 온갖 달콤한 말로 유혹하고 협박하는데도 예수가 도대체 말을 듣지 않자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승부수를 던집니다. 바로 그것은 예수의 죽음 이후에 크리스천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십자군 전쟁을 일으켜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죽이는 모습을 예수에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예수는 가장 크게 흔들리고 괴로워했습니다. 예수의 사랑이 이데올로기가 됐을 때 십자군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이데올로기는 이처럼 성인(聖人)의 숭고한 사랑도 전쟁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데올로기가 이처럼 핵무기보다 더 강력하고 무서운 힘을 갖게 되는 이유는 먼저 이념은 ①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는 달콤한 꿈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로 이념은 ②친구 아니면 적으로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단순화시킵니다. 마지막으로 이데올로기는 ③자신은 천사의 편에 서 있고 상대는 악이기 때문에 정의는 승리한다는 식으로 극단적인 자신감과 낙관주의로 사회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사회의 힘을 한 곳으로 모읍니다. 이런 이념의 가공할 만한 힘이 정치적으로 악용됐을 때 우리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비극을 가져오는 지를  히틀러의 게르만민족 우월주의나 모택동의 문화혁명을 통해서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6.25와 분단을 통해서 얼마나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습니까?

  이처럼 이념은 정말 무서운 힘이고 무기입니다. 따라서 이데올로기는 진정으로 세상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그 사랑을 위해서, 남의 땀과 눈물과 피가 아닌  자신의 땀과 눈물, 피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핵무기를 다루듯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의 부정적인 욕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와 나라, 그리고 인류를 위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가 언제나 그래왔지만 특히 지금 우리 사회에는  권력과 돈 그리고 명예는 갖고 싶은데 세상을 위해 헌신하고 고귀한 가치를 위해 희생하기는 싫고, 그러면서도 명분도 갖고 싶고, 착한 척도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들의 약점과 이기심, 지역감정-악용되지 않으면 나쁜 것도 아닌-, 자신이 속한 당파의 이익을 악용해서 순수성과 진정성 그리고 자기희생이 없는 저질의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고 함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좌파건 우파건 자신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또한 알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고 무섭습니다. 다음에는 사랑과 이념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스 철학을 통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