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영웅
아직도 미국이  경제적인 위기속에 있고 우리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아버지가 아프리카 케냐사람인 버락 오바마가 미국대통령으로 취임해서 스타대접을 받으며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미국이 왜 세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발견하고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국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쾌적한 낙관에 빠져듭니다.

저는 지난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보면서  미국사람들 특히 백인들에게 크게 감동했습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만든 그 어떤 영화보다 더 짜릿하고 뭉클하고 눈물 나는 스토리였습니다. 미국 국민 중에 흑인들의 수가 13%밖에 되지 않는데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것은 어찌됐건 미국 백인들이 인종을 초월한 관용의 정신과 기회의 균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대한 존중의 마음 때문입니다. 저는  미국인들이 심각한 경제위기속에서 오히려 진정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공화국은 최고의 번영을 누리는 시기에 순수혈통을 유지하려는 폐쇄적인 인종정책으로 시민의 수가 3만 명에서 2만 천여명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그래서  그리스는 찬란한 정신문명과 강한 군사력을 가지고도 일개 도시국가로 끝나고 맙니다. 이에 비해서 로마는 노예나 이방인, 미개부족이라도 장점과 미덕이 있다면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사려 깊고 영예로운 일이라는 넉넉하고 앞선 마음으로 다른 민족과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로마인들이 원하는 기본원칙만 지켜주면 이방인들과 속주민들의 종교와 관습조차도 화끈하게 인정함으로써 결국은 세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이룹니다. 나와 다른 것과 나보다 열등한 것에 대한 관용의 정신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발휘하는 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이번에는 동양으로 넘어와 중국 춘추 전국시대의 일입니다. 진문공(晉文公)은 19년동안 정치적인 방랑생활을 하다가 극적으로 왕좌에 등극합니다(B.C 636~628재위). 왕이 되자마자 반란을 일으킨 두 명의 신하를 처벌한 것 이외에는 과거사에 대해서는 일절 불문에 부치고 아주 공정하게 정치를 해서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한사람이 되는 영예를 누립니다. 집권 후 진문공이 논공행상을 했는데  하루는 호숙(壺叔)이라는 신하가 찾아와 호소를 합니다. “신은 주공을 따라 열국을 다니느라 온 몸이 성치 않고 침식할 때는 옆에서 모셨고 방랑하실 때는 수레를 몰며 잠시도 주공 옆을 떠난 적이 없는데 왜 제게는 상을 안 주십니까?” 이에 진문공은 자신의 논공행상의 원칙을 얘기합니다. “ 과인은 인(仁)과 의(義)로써 나를 깨우치고 잘못을 가르쳐준 사람에게는  가장 높은 상을 주었고 지혜로써 나를 지켜준 사람에게  그 다음 상을 주었고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에게 그 다음 상을 주었다. 그러니 덕(德 )과 재주 그리고 무용의 순서대로 상을 주었다. 너의 공로는 인(仁)과의(義), 재주, 무용 다음인 수고로움의 단계이니 가장 마지막에 상을 줄 것이다.” 호숙(壺叔)은 부끄러운 마음과 더불어 진심으로  진문공의 방침에 복종합니다.

제가 이렇게 지금의 미국과 고대 로마, 그리고 춘추천국시대의 일까지 장황하게 예를 들고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놓은 것은 바로 사랑과 원칙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강조하고 싶어서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GNP가 2만불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 수준을 보여주는 국회에서는  아직도 양아치들이나 저지르는 폭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사교육은 무당이 굿하는 것처럼 나라전체에서  난리를 쳐서 우리 아이들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몸과 마음이 자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혼이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이러한 자화상의 이유에 대해서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머리가 나빠서도 아니고 기술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부지런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몸이 허약해서도 아닌 바로 서로를 사랑하고 포용하는  마음과 우리 사회를 지켜주는 정의로운 원칙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백인들이 얼마나 인종적인 편견이 심한 사람들입니까? 흑인들을 노예로 부렸던 사람들입니다. 그런 백인들이 흑인을 대통령으로 뽑는다는 것! 사랑과 관용의 클라이맥스를 보여줍니다. 이에 화답하듯 오바마는 대통령후보 경선기간 중에 자신을 그렇게도 괴롭히고 공격했던 힐러리를-솔직히 오바마도 인간이기에 힐러리를 쳐다보기도 싫었을 겁니다.-국무장관에 과감하게 기용하는 포용력을 보여주었고 바로 그 선택 때문에 빠른 속도로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로마민족이라고 자기 민족에 대한 애착과 편견이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타민족의 도움과 지원이 없으면 도저히 힘의 우위만으로는 대제국을 유지할 수 없기에 속이 쓰리고 뒤집어져도 관용의 정신을 베푸는 것입니다. 진문공이 탁월한 군주였지만 그 사람도 인간인데 자기에게 꾀를 주어 남을 이기게 하고 목숨을 던져 자기를 지켜주고 자기를 위해 귀찮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신하가 좋지, 매일 눈만 뜨면 백성을 사랑해야 된다, 정의롭게 정치해야 된다, 귀찮을 정도로 훈계하고 자존심 상하게 가르치는  신하가 좋겠습니까! 그러나 인(仁)과 의(義 )가 없으면 나라가 안정되고 풍요로워 질 수 없음을 알기에 이를 악물고 기도하는 맘으로 겉으로 보기에 자기에게 가장 무례하고 건방져 보이는 신하들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과 상을 주는 겁니다. 한마디로 사랑과 정의를 가슴에 품고 있는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혼의 묘기입니다!.^^

  그리스어로 HERO(영웅)는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을 말합니다.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신적인 정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우리 인간들이 가장 흉내 내기 어려운 신의 능력은 사랑과 정의로움 일겁니다. 이렇게 어려운  사랑과 정의로움의 능력을 실천하려고 살아가려는 진정한 영웅들이 많을 때 어느 민족이나 국가 모두 역사의 주인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세계가 다 알듯이 머리 좋은 영웅들, 국회를 보면 힘센 영웅들,^^ 부지런함의 영웅도 넘쳐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를 이끌어갈 많은 조건을  갖추었지만  이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웅들은 나와  인종과 종교가 다르고 지역이 다르고 경제수준이 다르고  학교와 학력이 달라도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려고 노력하는 영웅들, 사회를 지탱하는 정의로운 원칙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승복하는 영웅들이 필요합니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의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박 태환 선수나 김 연아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했을 때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랑과 정의의 영웅들을 발굴하고 칭찬하고 도와주고 격려하고 키워 나가야합니다. 이제 우리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참고문헌> 로마제국쇠망사, 에드워드 기번사기, 사마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