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조니뎁과 제프리 러쉬 2007.10.17

대학시절 누군가의 권유로 처음 접하게 된 영화 Benny &Joon, 당시 한 배우의 몸놀림과 연기에 눈이 끌린다. 조금은 작위적인 연기가 요즘의 그를 평하는 모든 이들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이 작자는 신인배우인가? 다소 어눌하면서도 결코 성숙되어 보이지 않는 연기에 진지함과 나이 서른의 연륜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쓸데없는 힘이 들어간 연기가 내게는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그의 작품 해석 능력이고 그만의 매력이었다. 그의 연기에는 늘 억지스러운 노련함이 숨어있었다.

3년 전 영화 홍보 차 한국을 방문했던 니콜라스 케이지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그의 떠도는 사생활 소문이나 그에 대한 이야기와는 달리 무척 매너 있고, 자상한 남자여서였을까. 난 요즘도 그가 생각난다. 언제 기회가 되면 차라도 마시며 그의 영화인 인생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보고 싶다.. 조니뎁 인생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와의 만남은 그의 영화인생 시작을 알리는 작은 신호였다.

한때 [키즈]라는 록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그는(사실 키즈라는 이름의 록그룹은 무척이나 조니뎁스럽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눈에 띄어 나이트메어의 단역으로 출연한다. 물론 공포영화의 단역은 늘 주인공을 남겨두기 위해 죽어야했다.

이후 플래툰과 텔레비젼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인기스타의 반열에 오른다.. 잘생긴 청춘스타였던 그는 요즘의 훈남 아니 꽃미남에 가까웠다. 하지만, 인생을 엇박자로 연주하는 요즘의 조니뎁은 그 꽃미남 계열을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치열한 발버둥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내게 있어 조니뎁은 돈 쥬앙이어야 하고, 가위손 이어야 하며, 길버트 레이프 속에 존재해야 한다.

이런 그의 영화나 연기에 대한 열정은 97 <브레이브>라는 영화의 감독으로 데뷔를 이끈다.

그리고 여기 조니뎁과 다르게 영화인생을 연주하는 또 한 배우의 이야기가 있다.

비오는 가을.. 
순원
의 소설 소나기가 떠오를 법도 한데
..
이젠 그런 정서가 사라진 나이가 되어서일까
... 
시원한 맥주 한잔이 내 구미를 더 당긴다
.....

 창밖을 잠시 내려본다..

공원을 길게 가로지르는 가로수와 간간히 들리는 사람들의 산책 소리...
바람소리
... 
그리고 나즈막하게 틀어놓은 내 음악소리
... 
피아노 소리다
..

샤인이란 영화는 늦은 나이에 나를 피아노 앞에 앉혔고,,,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4가지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목표가 되었다
..

특히 기다란 키의 구부정한 배우 제프리 러쉬가 자신의 방에 놓인 피아노를 핀셋으로 열어보다 결국 악보를 들고 들어선 담배 연기 가득한 카페에서 연주했던 왕벌의 비행...  리듬없는 소음을 깨고 들리는 피아노 선율은 그 소음보다 분명 시끄럽지만,,  카페안에 리듬을 채워넣기 시작하며 결국 모든 소음을 잠재운다...  
음악이란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다른 소리를 잠재우는 무서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

그 장면을 보고 있자면,,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충동과 담배를 한대 멋드러지게 태우고 싶다는 충동이 몸 안에서 함께 요동친다..

순간 제프리 러쉬는 살짝 습기 낀 안경너머 멋드러진 웃음을 지어보인다...
카페에서 흐르던 빠른 피아노 선율도 그의 음악에 심취되었던 사람들도 어느덧 거친 파도가 철썩거리는 바다 뒤로 사라지고 바람에 휘날리며 다시 멋드러진 웃음을 짓던 제프리 러쉬는 허공을 향해 크게 소리친다
....
닻을 올려라
~
카페에서 기다란 손가락을 건반위에 내던지던 제프리 러쉬는 어느새 바다위의 해적 바브로사 선장으로 조니뎁과 숨막히는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이 되어 바다위에 영혼을 던지고 있었다
.

평생을 피아노에 미쳐산 천재 음악가 데이빗,,,
또한 평생을 바다를 사랑한 해적 바브로사
...  그 사이엔 평생 영화판을 누빌 제프리 러쉬가 있었다.

최근 미국과 호주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한 펼치던 그가 독립을 선언하며 고국 호주로 돌아가겠다며 헐리우드를 발칵 뒤집어 놓은 그...  호주에서 이미 ‘샤인’ ‘세익스피어 인 러브’등으로 흥행배우의 입지를 굳혔지만, 미국으로 온 이후 그의 연기력에 비해 그의 재능을 끌어낼 좋은 작품을 만나지 못한 이유에서가 아닐까..
이제 곧 우리나이로 환갑을 바라보는 그
..  70여편이란 작품을 통해 펼쳐 보인 그의 연기는 다작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름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시간이 자정을 넘어간다..
오늘은 데이빗이 아닌 제프리 러쉬의 왕벌의 비행을 들으며 무인도에서 마시던 럼주처럼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들이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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