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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길이 옳았다. 계속 나의 길을 가겠다.”
대한민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신념이 있는 사람이었고 기적을 만들어냈다.
올해 말 나라의 새로운 지도자 선출을 앞두고 벌써부터 많은 후보자들이
강한 신념을
갖고 여러 가지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바람이 선선해지면 더 많은 약속들과 세상을 바꿀
새로운 선언들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정말 세상을 바꾸는 것, 세상을 바꾸는 힘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여러 가지 답변 중 하나를 얼마 전 본 한 영화에서 발견했다.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는 영화.
영화의 내용은 잘 모른 채 일단 제목이 구미를 당기게 했다. 타인의 삶이라...
유럽영화. 그것도 딱딱한 독일어를 계속 들어야 하는 독일 영화.
정말 별 기대 없이 봤는데 영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빠져드는 힘이 있었고
영화가 끝났을 때는 가슴이 참 따뜻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스파이더맨의 원맨쇼에 지친 사람들.
할리우드의 엄청난 화면에서 잠시 쉬고 싶은 분들.
이런 분들에게 독일영화 <타인의 삶>을 강력 추천합니다.
영화의 배경은 1984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 동독.
동독의 비밀경찰인 비즐러는 알아내야 할 것은 반드시 밝혀내고야 마는 냉혈인이다.
웃음도 없고 표정도 없고 감정도 없는 사람.
(이 역할을 맡은 울리쉬 뮤흐는 이 영화로 독일 최고의 영화상인 독일 아카데미(롤라상)의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도 이 영화의 큰 볼거리.)
그런 그에게 한 가지 임무가 주어진다.
독일 최고의 극작가인 드라이만과 최고의 배우인 크리스타 부부의 일상을 감시하라는 것.
이유는 예술가답지 않게 정부에 너무 순종적이니 뭔가 불순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크리스타를 맘에 두고 있는 장관은 드라이만이 괜히 불만스럽다.
 그래서 집안 곳곳에 최첨단 감시 장비를 설치하고 그들의 일상을 감시하기 시작하는
비즐러. 시간대 별로 하나하나 기록하며 치밀하고 냉정하게 그들의 일상을 기록한다.
그런데 그 차갑고 감정 없는 비즐러가 변하기 시작한다.
 예술을 공유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비즐러는 감시와 보고라는
그의 본업을 잊고 그들을 연민하기 시작한다.
남편의 예술을 위해서 매주 목요일 장관을 찾아가야 했던 크리스타의 삶에 안타까워하고
어느 목요일 밤 그녀가 장관에게 가지 않고 남편에게 다시 돌아온 날에는
그 내용을 작성한 부하에게 보고서가 훌륭하다고 칭찬까지 한다.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미소까지 보이면서..
그리고 드라이만이 연주하는 ‘선한 이들의 소나타’를 들으면서는 눈물까지 흘리는 비즐러.
 이렇게 변해가던 비즐러는
심지어 그들을 몰래 돕기에 이른다.
동독정부에 반발하다가 예술계에서 퇴출당한 드라이만의 스승이 자살하자
드라이만은 동독의 비참한 현실을 폭로하는 기사를 쓸 것을 계획하고 당연히 보고되어야
할 이런 내용을 비즐러는 은폐시켜준다. 동독 40주년 기념 연극을 쓰고 있다고 거짓보고하면서 심지어 정부에서 찾고자 혈안이 된
타자기를 숨겨주기까지 하는 비즐러.
시간은 흘러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고 드라이만은 자신도 누군가에게 감시를 받았음을 알고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찾는다.
“HGWXX/7” 이란 사람.
어렵게 그를 찾았지만 그는 배달부가 되어있었다. 감시 소홀의 책임으로..
그를 봤지만 멀리서 지켜보고 떠나는 드라이만.
2년뒤,
비즐러는 서점 앞에서 드라이만이 쓴 < 선한 이들의 소나타>라는
책의 광고를 본다.
서점으로
들어가 책을 접는 비즐러.
앞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
이 책을 HGWXX/7에게 바칩니다 -
그 책을 흐뭇하게 집는 비즐러.
포장해드릴까요? 하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요. 이 책은 저를 위한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의 이 대사와 비즐러의 그 표정은 정말 이 영화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비즐러는 세상이 바뀌지 않도록 감시하던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알아내라’는 말로써 비밀이 없는 하나의 사상으로 사회를 억압하기 위해서
탄압과 감시에 앞장서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세상을 폭로하는 일에 힘을 실어준다.
아무도 모르게..
그 힘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사랑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 내가 말했던 세상을 바꾸는 힘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대답중 하나를
이 영화에서 발견했다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인간에 대한 사랑. 사람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희망..
이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 중에 가장 강력한 하나가 아닐까?
이 영화는 변해가는 한 사람의 모습에서 사람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가슴 따뜻하게
이야기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드러나지 않는 어떤 한 사람의 작은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잔잔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
<타인의 삶> 한 번 경험해 보시면 어떠실지?
마지막으로 이 영화와 어울리는 시 한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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