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고 있을 때.

어떤 말들을 나눌까?

"사랑해” “보고 싶어” “너 밖에 없어.”

정말 아름다운 로맨틱 영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이런 로맨틱한 대화만 나누면서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포스터의 제목처럼 사랑은 둘만 좋다고 되는 거냐고?

영화 <사랑할 때 하는 말들>의 두 주인공은 이런 닭살 돋는 대화를 나누며

사랑을 나누기에는 삶이라는 무게와 처한 현실이 꽤 무거운 사람들이다.

남자는 오래전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기억을 갖고 살아가는 삶에 별다른 특별할 것이 없는 작은 약국의 약사다.

술에 취한 사람. 속이 안 좋은 여자.

그냥 왔다 가는 사람들을 웃으며  맞이하는 것이 그의 일과.

그리고 그런 남자에게는 평생 짐이 되는 정신장애를 가진 형이 있다.

떨쳐 버리고 싶지만 징그러운 가족이라는 끈으로 묶여있는 형제.

그런 형이라는 존재는 그가 사랑하는 여자와 맺어지는 장애물이었고

지금도 인생의 장애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가족인데..

여자는 깡만 남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엄청난 빚.

유부남과 사귀는 것이 더 편하고 그에게 결혼과 사랑이란 것은 사치다.

그런 여자에게는 엄마와 여동생이 있는데

어느 날 여동생이 말한다.

결혼한다고 지긋지긋하다고 그리고 아이를 가졌다고.

그런 동생에게 여자는 말한다.

아이를 지우라고. 너만 도망갈 순 없다고. 돈 앞에서 친구도 우정도 형제도 가족도 없다고.

이 여자에게도 가족은 짐이다. 하지만 버릴 순 없다.

이 두 남녀가 약국에서 만났다.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만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사이.

처음 만나서 술김에 모텔에서 하룻밤을 같이 했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는 손도 못 잡는 사이.

두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사랑을 하면서는 어떤 대화를 나눌까?
   

 이렇게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키스도 하지만 결국 그들이 하는 대화는 이렇다.

 "우리 여기까지.. 하죠.”

 “잠시 여행을 좀 다녀오려고요.”

 “미안해요”

이런 대화들.

사랑을 하지만 가족이라는 현실의 짐 앞에서 이런 대화로 사랑한다는 말을 돌려하는 남녀.

이 영화는 이런 내용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사진사에서 8년 만에 약국의 약사로 돌아온 한석규.

외국 유명 브랜드의 옷을 모방해서 일명 “짝퉁명품”을 만들며

의류 상점을 운영하는 여인으로 2006년에만 <가을로>와 <로망스>에 이어서

세 번째 스크린에 등장한 김지수.

이 두 배우는 의외로 조화를 잘 이룬다.

남자 배우는 이미 네 명의 아이를 둔 아버지라는 사실이..

여자 배우는 남자친구 부친의 장례식에서 헌신적인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따뜻한 일화가 문득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이런 배우의 평범하고 사랑스런 현실속의 삶이 간간히 영화의 몰입을 막기도 했지만

(이것은 다분히 개인적인 소견으로 영화를 보다가 혼자서 문득 든 생각이니 오해가 없으시길..)

두 배우의 잔잔한 연기는 오랜만에 보는 잔잔한 한국 드라마 영화의 재미를 주었다.

그래서 두 남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나운서 국에는 작은 스튜디오가 있는데 흡연자들은 그 곳의 작은 창문에서 담배를 핀다.

물론 하지 말아야 할 일.

어떤 사람이 그 창문에 이런 메모를 붙여 놓았다.

<담배피고 제발 문 좀 닫고 나오세요. 냄새 때문에 살 수가 없어요.>

그 밑에 또 누군가가 써놓은 댓글.

‘그래도 살아야 한다.’

영화의 결말은 이 댓글과 일치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사랑이라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처절해도... 살아야 한다!

그리고 영화에서 간간히 나오는 유머코드.

모텔에서 여자가 스웨터를 섹시하게 벗을 때.

그 스웨터가 속옷에 걸리면 분위기가 얼마나 순식간에 깨지는지..

영화에서 확인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