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영화 ‘봄날은 간다’
참 오랜만에 다시 봤습니다.
구석구석 속속들이 장면들을 다 외울 정도로 보고 또 봤던 영환데
또 처음 보는 것처럼 그렇게 웃다가.. 아프다가.. 멍해졌습니다.
혹 이 영화를 잔잔한 사랑영화로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기억하더군요.
하지만 이 영화 참으로 잔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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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납니다.
남자는 녹음기사, 여자는 아나운섭니다.
자연의 소리를 찾아서, 그 둘은 단 둘이서, 우리 땅 이곳저곳을 찾아다니죠. |
묘한 설레임.
잠자리에 누우니 그녀의 얼굴이 아른거립니다.
그녀가 생각나는 게 무지 ‘쪽팔리는데’(양해하십쇼. 영화 속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베실베실 웃음이 납니다.
너무 사랑해서 죽어도 나란히 묻히자는 유치한 약속도 하고.
술 마시다 문득 생각나 서울에서 강릉까지 한걸음에 달려 내려가 얼굴 한번 보고.
주변 사람들이 ‘너 뭐 좋은 일 있냐?’할 정도로 구름 위를 밟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 하나 둘씩 그의 물건이 늘어갑니다.
그리고.. 한쪽의 사랑이.. 변합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내가 잘할게”
억지도 부려보고, 화도 내보고, 울며 애원하고 빌어봐도..
눈앞의 이 사람은 지금까지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것처럼 낯섭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죠.
그렇게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고, 봄이 옵니다.
그리고.. 사랑을 잃어 죽을 것 같던, 미칠 것 같던 그의 사랑도... 변해갑니다..
이 영화가 잔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네 진짜 사랑과 참 많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러브어페어’에서 본 지고지순의 달콤하기만한 사랑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예외도 가끔은 있겠지만요
^^)
현실 속의 사랑은 달콤하기도 하지만 쓰라린, 가슴을 가득 채워 터져버릴 것 같다가도 한없이 허전한, 뭐 오만가지 관형사나 형용사가
다 들어맞는 복잡 미묘한 거잖아요?
이 영화 속 사랑이야기는
우리를 구름 위 둥둥 최면에 거는 사탕발림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도 누군가는 겪어봤음직한 것들이라서
조용한 봄날 같은 잔잔한 진행에도 불구하고 눈을 뗄 수가 없답니다.
사랑을 잃고 아파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상우가 은수를 비워내고 마음 가득 들판의 바람소리를 채우듯.
여러분의 마음을 따뜻하고 고요하게 위로해 드릴 겁니다. |
영화의 주인공 롭 고든은 레코드 가게 '챔피언쉽 비닐'을 운영하는 30대의 노총각이죠. 그래도 여자친구도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잘 살고 있는데 여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전화를 받습니다.
“왜 또~~!!”
그래서 주인공은 그동안 자신이 사귀던 여자친구를 하나씩 떠올리며 자기가 버림받은 이유를 추적하죠.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을
포함해서 주변의 인물들이 끊임없이 <탑 5>를 꼽는다는 것인데요. 특히 주인공은 화면을 뚫어지게 보면서 하죠! 내가 사귀었던
여자 <탑5>, 헤어질 때 듣는 음악 <탑5>,그녀를 좋아하는 이유 <탑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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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거쳤던
여자들을 볼까요?
모두의 핵심은
버.림.받.는.것.
즉 차이는 것이죠.
방법이 다를 뿐! |
1.
초등학교 때 롭의 첫번째 여자
그녀는 언제나 롭과 키스를 나누던 바로 그 벤치에서 다른 남학생과 입을 맞춥니다. ..이럴수가.
2. 대학에 와서 사귄 페니
진도를 좀 더 나가고 싶은데 거부하는 그녀.
동침하는 문제로 의견충돌이 빚어져 헤어지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곧이어 사귄 남자와는 며칠 후에 같이 잠자리를 했다고 하는 그녀. 이런!
아. 두 번째는 주인공이 찼네요. 같이 자고 싶은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3. 찰리
정말 멋진 여자. 아름답고, 똑똑하고, 재치있고 섹시한 그녀.
이 역은 케서린 제타 존스가 맡았는데요. 단역에서도 여전히 매력적이죠!
하지만 롭은 그녀를 자신에게 너무 과분한 상대로 생각하고..
결국 비오는 날 다른 남자와 있는 그녀를 창밖으로 보면서 울부짖죠.
4. 사라
찰리와 헤어진 슬픔에 허우적거리다 만난 상대.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는 사이. 그러다 그녀도 결국 떠나가고.
5. 로라
그리고 만난 로라. 롭은 또 버림받죠.
그것도 윗 층에 사는 말총머리 남자에게 그녀를 빼앗기죠.
과연 그녀는 그 남자와 잠자리를 했을까? 여기서 그 남자 역으로 팀 로빈스가 나옵니다! 은색 말총 머리에 독특한 모습으로~ 이 영화가
주는 또 다른 재미죠. 색다른 조연들!!
이렇게 과거의 연인을 만나는 과정에서 롭은 자신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음을 발견하죠. 그리고 로라가 롭에게 연애의 기술을 알려줍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로라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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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이런 게 아닌 것 같아!“
“자신부터 달라져야 해!”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
“노력을 안 하잖아!”
아마 이성에게 차인
경험이 있는 분이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들. |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하세요? '그럼 넌 노력을 하니?‘라고 반문하시나요? 그럼 주인공은 어떻게 했을까요? |
혹시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불만을 느끼고 있다면..
사랑에 대해서 의심이 든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이 한 것과 같이
내가 그를 혹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 <탑 5>를 선정해보면 어떨까요?
아주 사소한 것부터.. 별 것 아닌 것부터..
사실 행복과 사랑은 사소하고 별것 아닌 것에 있을 수 있잖아요? ^^
이 영화는 이렇게 사랑에 관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음악이 있거든요.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영화를 보는 내내 다양한 음악에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극중 주인공이
음반가게 사장이고 또 그 가게에서 일하는 두 직원도 모든 팝 음악엔 전문가죠. 자신의 취향도 독특하구요.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랍니다. 그리고 잭 블랙이라는 배우!
실제로 <그룹 Tenacious D 리드싱어>로 가수이기도 한 이 사람의 연기는 최고죠.. 혹시 <스쿨 오브 락>
보셨나요? 넉살과 뻔뻔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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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우뿐 아니라...
앞서 말씀드린 케서린 제타 존스,
팀 로빈슨.
그리고 존 쿠삭!
이 영화에서 제작, 각본, 주연
1인 3역을 했거든요.
시종일관 화면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리고 투덜대는 표정은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을 주죠. |
순진한 남자의 풋풋한 첫 사랑 이야기 <봄날은 간다>
그리고 매번 버림받는 남자의 사랑을 찾는 영화 <High Fidelity>
이 봄이 가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한 번 찾아보시면 어떨까요?
영화의 주인공처럼 소소한 일상의 것들에서 <탑 5>를 꼽아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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