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개혁'을 외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맞다. 바꿀 건 바꿔야지, 이 뜻에 나도 공감한다. 아니, 두손 들고 환영한다. '2방'이 맞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다. 방법과 방향이 옳아야 환영한다는 얘기다.

   오늘 아침 어떤 신문 1면 머리기사에 '대학개혁'이 올라왔다.
전통있는 한 사립대학이 '학과 절반 통폐합'한다는 내용이다. '백화점식 학과로는 일류대학 될 수 없다'는 학교 측과 '취업 잣대만으로 학문 다양성 죽이나'로 맞서는 교수협의회 측 의견도 나란히 실었다. 양 쪽의 갑론을박을 두고, '우리말일기'에서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옳은 방법과 옳은 방향으로 가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기사에서 내 눈에 띈 문장은 '개혁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대목.

1. '대학 사회의 특수성을 모른 채 이상론적 얘기를 한다며 가볍게 넘기는 교수들이 더 많았다고 당시 한 참석 교수는 전했다' <대학 교수 한 명의 의견을 인용해 작성한 기사의 일부>

2. "비싼 등록금 받고 사회에 나가서 써먹지도 못하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죄 받을 일이다."<대학 총장의 인터뷰를 인용한 부분>

   1번을 읽으면서 나는 그 대학교에 '한참석 교수'가 있는 줄 알았다. 이름 참 희한하네, 이런 생각은 금세 바뀌었지만 말이다. '당시 참석했던 어떤 교수'를 이름이 '한참석'인 걸로 이해했으니, 한심한 이해력이다.

   2번을 보니 안타깝다. 죄는 '짓는 것'이고 벌은 '받는 것'이다. 2번 문장의 관련 부분은 '벌 받을 일'이나 '죄 짓는 일'로 바로 잡아야 뜻이 통한다. 총장이 말씀한 '써먹지도 못하는 지식'이  뭔지 모르겠지만, '죄'와 '벌'은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취업률 1위' 대학이 곧 명문대학은 아니다. 입학 경쟁률 높다고 인기 학과도 아니다. 
'토익 780점 이상, 자격증 취득자에 한해 졸업' 규정이 있는 학교처럼, 도스토옙스끼의 '죄와벌' 같은 고전을 100권 이상 읽어야만 졸업 가능! 이런 학교도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