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처럼 책상정리를 하려했습니다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했습니다'만'이라 했으니 뜻은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거지요. 별
이유는 없습니다. 게으름의 소치일 뿐. 늦잠 잤고, 책장 뒤적이고 밀린 신문 쪼가리 펼쳐보다가 둘째랑 줄넘기, 산책, 도서관 나들이 등등을
하다보니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방 정리는 뒤로 미루더라도 책상 위라도 쓸어버려야지요. '달밤에 체조'할 일은 없으니까요.
책상정리할 때면 여기저기 널브러져있는 메모쪽이며 신문, 잡지 뜯어낸 걸 치우곤 하지요. 방송원고나 글감으로 삼으려 버리지 않은
것들 중에 몇개 '처리'하려 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일기'는 '책상 정리용'이네요.
2009년 9월 28일에 나온
'고대신문'에 만년필로 휘갈겨 놓은 흔적이 있습니다. 그 신문을 들고, 저는 이태원에 있는 '여행동반자' 작업실에 갔었군요. 그 곳에 책읽고
글쓰겠다는 핑계로 놀러가는 길에 다방에 들러 태양 비껴드는 발코니에 앉아 남긴 낙서들입니다.
- 쿠바의 기념탑과 건물
따위는 뾰족하다. 각이 졌다. 하지만, 그곳의 느낌은 둥글다.
(낡은)자동차의 둥글둥글한 윤곽, 현지인들의 웃는 입꼬리, 두툼한
입술과 콧망울, 악기 모습, 살사와 '손' 등등의 연주 가락, 등등...
('엣지있다'는 말이 유행할 무렵에 떠오른 생각입니다. 영어
Edge는 '에지'로 표기합니다)
- 소설가 박상은 인터뷰 기사 중에 이런 대목에 밑줄을 그었네요. 내 생각과 같기에 그랬을 겁니다.
'제 글이 너무 가볍게 공중에 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장인어른도 소설가이신데 많은 조언을 해주세요. 사람을 울리려면 땅에
가까운 글을 써라고 하신 말씀이 와 닿아요. 땅에 뿌리를 박으면 공중으로 줄기를 뻗어 올라 꽃나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말씀을 들으며 제
소설의 방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 이철웅 교수(정보경영공학전문대학원)가 추천한 '국악 이렇게 들어보셔요'란 글에도
밑줄 쫘악 그어져 있군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은 참 많이 있습니다 ^^. '사실 독자와 고객의 눈높이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모든
저술에 있어서 중요하다. 제 아무리 학문적인 깊이가 있고 철학적인 의미가 있고 고매한 사상을 담고 있더라도 아무도 읽지 않고 아무도 공유할 수
없다면 상당부분의 책임은 독자가 아닌 저자에게 있는 것이다'
- '패션, 환경을 생각하다'란 제목의 기사에는 '에코파티 메아리'가
소개되었군요.
http://www.mearry.com/
이태원 별다방에서 커피를 마실 때 '크라스'와
'스트롱'을 찾는 아저씨를 봤습니다. '(유리)컵'과 '빨대'는 어디로 갔을까요. '글래스(glass)',
'스트로(straw)'가 '객지에서 개고생'입니다.
그리고 신문쪼가리도 몇개 눈에 띕니다. 그
중에 '이세돌 vs 구리, 운동장만한 바둑판서 한판'(중앙일보 제목)이란 기사 하나만 여기 옮겨 보지요.
한-중 바둑계의
자존심을 건 세기의 대결이 펼쳐진다. (중략) 이 대회는 후난성(湖南省) 샹시(湘西) 봉황현에 있는 남방장성 누각에서 벌어져
'남방장성배'라고도 불린다. (중략)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중국의 구리 9단이 한판 승부를 벌인다. (후략).
밑줄 친 대목을 눈여겨 보시지요. '호남성 상서'는 중국음을 밝힌 뒤 한자를 괄호안에 넣었군요. 그 뒤에 있는 봉황현, 남방장성도
중국 이름인데 우리 한자음만 적었습니다. 한자병기도 없네요. 중국 기사 구리의 한자는 뭘까 궁금했습니다. 요즘 기자들은 다른 기자(또는 통신사,
언론사)가 쓴 기사에 한자가 나오면 옮겨 적고, 그렇지 않으면 굳이 찾아서 쓸 생각이 없는 듯 합니다. 위 기사를 본 뒤에 만난 기자 여럿에게
'구리는 한자이름이 뭐냐'물으니, 아는 이가 없더군요. 외국 지명이나 인명이 나올 경우 원문은 어떻게 표기한다, 중국어와 일본어의 표기 원칙은
무엇이다, 이런 기본을 제대로 지켜서 기사 작성하는 게 '기본'입니다.
그나저나, 여러분은 이 글 제목 '세돌과
구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저는 '쇠돌이'와 '구리'가 맞붙은, 그러니까 '무쇠 팔 무쇠 다리'와 '구리 몸뚱이'가
떠올랐답니다. 너무 엉뚱했나요....끝.
덧붙임 1 : 중국 바둑 기사 구리는 한자로 古力이라 씁니다. 이세돌은 李世乭이군요.
여기저기 한참을 찾아 헤매다가 '한국기원' 홈페이지에 가서 확인해 알아냈습니다.
덧붙임 2 : 굵은
글씨인 개고생과 크라스, 스트롱은 다음에 따로 정리하려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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