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별일이 다 생기는군요.
새로운 거, 별난 거에 관심있는 터라 '호기심 자극'하는 사이트 몇곳을 기웃거리고는 하는데 이번에 거기서 '별일'이 생겼습니다. 

 '거기'라고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적어주세요'란 제목을 내건 '이벤트'에 댓글 몇 줄 달았더니 구둣주걱을 보내주었더군요. '물건 주문한 적 없는데 웬 택배?'라 생각하며 상자를 열어보니 이런 물건이 들어 있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 '펀*' 에서 옮겨온 이미지>

   네, 구둣주걱입니다.
위 이벤트에 댓글로 응모할 생각을 한 것은 내게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옷을)입고, (구두를)신고, (시계를)찰 때면 조심스럽게 착용하는 축에 들지 않는 편이지요. 당연히(?) 발뒤꿈치 들락거리는 구두 뒷편이 금세 온전치 못하게 된답니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구둣주걱을 쓰기로 마음 먹었지요.

  제가 '댓글 이벤트'에 올린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남일해 님의 '빨간 구두 아가씨' ^^ 60년대나 지금이나 빨간 구두 신은 아가씨는 멋쟁이지요. 불현듯 이 노래가 떠오른 건, 아주 어릴적 어르신들이 흥얼거리던 걸 들은 기억 덕분일 겁니다. 똑똑똑~ 구두소리, 빨간 구두 아가씨... 하는 노랫말도 재밌었는데..
새삼 '구닥다리 노래'를 올리는 건 (사실,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지만) 구두주걱은 '빨간구두 아가씨'에겐 필요없을 거 같아서입니다.
구두 신기 시작한지 40년(유치원때부터~ ㅎㅎ)이지만, 구두주걱의 필요성을 깨달은 건 불과 2년 전이랍니다. 요즘 '쓸만한 구두주걱 없나' 여기저기 기웃거리지만 찾기 쉽지 않더군요. 회사에 하나 두고 쓰는 '원목 구두주걱'에 집안에 두고 쓰는 '1000원샵'에서 구입한 플라스틱이 고작입니다. '휴대용'은 선친께 물려받은 게 하나 있었는데, 어디 갔는지 찾을 길 없어...ㅠ.ㅠ
똑똑똑 구두소리, 빨간구두 아가씨~
뚝뚝뚝 구두소리, 까만구두 아저씨....

  '빨간 구두 아가씨'. 이 노래 아는 분 있겠지요?
구둣주걱 하나에 기분 좋아진 하루, 여러분에게 그 '좋은 느낌'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랑하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이전까지 '구두 주걱'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구둣주걱이 어법에 맞는 표기더군요. 사이시옷(ㅅ)이 들어간 이유는 맞춤법규정 제30항 때문입니다. 

  http://www.korean.go.kr/08_new/index.jsp

  제가 '구둣주걱'이라 하지 않고 '구두주걱'이라 해왔던 건 [구두주걱]으로 발음했기 때문입니다.
표기에 따라 발음하는 게 아니라 발음(소릿값)에 따라 표기가 달라지는 셈이지요. 구둣주걱과 같은 보기는 북엇국, 동탯국, 김칫국 따위가 있습니다. 현실에서 보기 드문 표기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한 방에 있는 아나운서 몇에게 물어보니 [--주걱]과 [--쭈걱]이 비슷한 비율이더군요. 여러분은 '구두를 신을 때, 발이 잘 들어가도록 뒤축에 대는 기구'를 [구두쭈걱], [구두주걱] 둘 중에 어떤 발음이 편하신지요. [구두주걱]으로 발음하면 '비표준발음'이 됩니다. 국어어문규정에 따르면 그렇다는 거지요. '표준'은 뭐고, '비표준'은 또 뭔지....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