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연휴가 코앞이군요.
명절 맞아 고향 가는 이, 이 틈에 여행 떠나는 이, 연휴에 일감 생겨 지방 출장가는 이, 남들 간다니까 덩달아 묻어 다니는 이... 이렇게 갖가지 이유로 삶의 터전을 떠나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을 굳게 지킬 터이니 이 동네 걱정은 하지 마시와요~

  연휴 시작을 앞 둔 날입니다. 고향 갈 생각에 마음 설레는 이들 많겠지만, 저는 친구 작업실(이 방 주인은 좋겠어요, 늘 '작업'하니까 ㅎㅎ)에 발등에 떨어진 불 끄려 나와있지요. 자기 방이 있다는 건 - 특히 아저씨들에겐 - 좋은 거지요. 남산이 창 밖으로 보이는 용산구 이태원동 언덕에 자리잡은 작업실은 서쪽을 바라보고 창을 냈네요. 지는 해 바라보며 일기를 씁니다. 

  인터넷으로 자료 찾다가 연합뉴스에서 올린 기사 하나를 봤습니다.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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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우리말 단어는 '사랑'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17일 전국 1천500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21.9%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단어(주관식)로 '사랑'을 꼽았다고 1일 밝혔다.
이어 미리내(5.1%), 우리ㆍ서로(3.7%), 엄마ㆍ어머니(2.9%), 행복ㆍ기쁨(2.9%) 등 순이었다.
이밖에 응답자들은 행복ㆍ기쁨, 아름답다ㆍ예쁘다, 시나브로, 하늘, 다솜, 가족, 고맙습니다, 꽃, 샛별, 정 등의 단어를 제시했다.
'어린 아기에게 제일 먼저 가르쳐주고 싶은 단어'(주관식)로도 23.5%가 사랑을 꼽았으며 '엄마 또는 어머니'라는 응답이 23.4%로 그 뒤를 이었다.
상품명 또는 회사명은 한글로 표기된 경우가 더 신뢰가 간다는 응답자는 82.8% 달했다. 하지만, 어느 쪽이 더 세련돼 보이냐는 질문에는 60.2%가 외국어 표기를 꼽았다.
한글날이 10월9일이라는 것을 정확히 아는 응답자는 88.1%였고 공휴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68.8%가 찬성, 10.5%는 반대했다.
이 조사는 ㈜메트릭스코퍼레이션에 의뢰해 면접 및 온라인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3%포인트다.
<연합통신, 경수현 기자, 2009년 10월1일 11시 송고기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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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는 낱말은? 사랑
  그 다음은?  미리내, 우리, 서로, 엄마, 어머니, 행복, 기쁨....
  상품명이나 회사명은 한글 표기된 게 더 믿음직하지만, 외국어표기가 더 세련되어 보인다!
  (이 시대에는 '신뢰'보다 '세련'이 더 큰 가치를 드러낸다는 뜻이 됩니다)
  
  이런 내용이군요. 95%신뢰수준에 위 아래로 2.53%포인트가 표본 오차랍니다.
같은 조사를 100번 하면, 92.47%~97.53%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는 뜻입니다. 

  이 결과를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의 '어휘력'을 되돌아 보게 되더군요. 
엊그제 '얼개'를 살려쓰자는 얘기를 한 뒤라 더욱 '활용 어휘' 생각이 나는 겁니다. '미리내'와 '다솜','시나브로' 모두 고운 우리말인 건 맞지요. 그렇게 답한 이들 중에 과연 얼마나 일상 언어생활에서 그 표현들을 쓰고 있을까요. 아마, '별로...'일 겁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는 제 느낌은 '박물관 속 우리말'을 들여다보는 거 같아  기껍지만은 않네요.  슬기롭다, 갸륵하다, 기특하다, 곱다, 말갛다.... 일상에서 자주 쓸 수 있는 이런 말이 순위에 오르지 못한 게 (사견입니다만) 아쉽기도 합니다.  한글날이 있는 시월에도 '10분에 200단어, 1시간에 1200단어'를 외울 수 있게 한다는 '깜박이영어'의 바람은 (당연한 얘기지만) 잦아들지 않는 게 우리 현실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긴 합니다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