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 얼개네.... 2009.09.28 생각나면, 할 얘기가 있으면 바로 하려합니다. 적어도 오늘은... 요 며칠사이에 평소 안 하던 짓을 하고 있습니다. 책 보는 일이지요. 심심풀이로 보는 게 아니라 작심하고 나서니 이 짓도 제법 재미있군요. 여러 재미 가운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무엇이 자꾸 생겨납니다. 둔필승총이라 했던가요. 둔해 빠진 붓(연필)이 총기를 능히 이긴다는 뜻입니다. 메모가 중요하다, 기록하라는 격언이지요.    바로 이전 일기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 아무개 아나운서에게 주문한 게 있습니다. "말과 글은 생물과 같아서 자꾸 쓰고 닦아주면 빛나게 살 것이고, 내팽개쳐두고 거들떠보지 않으면 죽어버린다. 사어(死語)란 게 그래서 생기는 거다. 방송에 뜻을 두고 길을 나섰으니 말과 글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행동이 여느 사람과 달라야한다. 그 중에 하나가 좋은말 찾아 '자꾸 써먹기' 이다. 네 낱말장(단어장)을 만들어라. 날마다 칸을 채워가기는 버거울테니 일주일에 하나씩만 더해가라. 일년이면 쉰개가 넘는 너만의 낱말구슬이 보배처럼 꿰어진다. 그 낱말(표현)은 방송에서 써야한다. 시청취자가 백만명이면, 천분의 일인 천명만 받아 함께 써도 그 말은 금세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   이런 주문 또는 강권, 아니면 협박(?)이었지요. 여기저기, 저 부르는 곳 있으면 달려가서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학생들에게도 같은 주문을 하곤합니다. 지금까지 '주문'받은 수많은 이들 중에 '낱말장'만들어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거, 미루어 짐작하고 있습니다. 선생 말 듣고 다 따라하면 성적나쁜 학생은 하나도 없을테니까요. 아무튼, 늦게까지 회사 구석방에서 책 읽다가 퍼뜩 이 '주문'생각이 나서 몇자 끼적거리고 있습니다.   바로 나부터 제대로 하자, 이 거지요. 그래서 오늘 낱말장의 첫 단추를 뀁니다.    '얼개'입니다. 저는 이 말을 소싯적인 국민학교 다닐때 교과서에서 본 뒤 '공식적'으로 본 적이 없습니다. 몇 년전에 제 기억 창고에서 끄집어 낸 뒤 가끔 쓰고 있는 표현이 되었습니다. '얼개'가 뭔지 아시지요? '오십이 안 된'나이에 소싯적 얘기를 꺼내서 민구하기는 합니다만...   얼개 : 어떤 사물이나 조직의 전체를 이루는 짜임새나 구조.<표준국어대사전>   '자전거의 얼개를 알아보자', '글짓기는 생각의 얼개를 갖춘 뒤에 시작한다' 이렇게 쓰는 겁니다. 여러분도 '하루 한번 얼개 쓰기 운동'에 동참하시렵니까.... 덧붙임 : '얼레'는 연줄이나 낚싯줄을 감아쓰는 연모(도구)입니다. 인천 '세계도시축전'에서 추락한 경비행기의 사고 원인이 '날개가 연줄에 걸려' 평형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보고 '얼래'에 이어 떠오른 낱말입니다. 감탄사로도 쓰이는 '얼레'를 표준국어대사전은 '어'의 잘못으로 풀이했네요. 북한말 사전에는 제대로 나왔는데 말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얼레? 어와 얼레는 느낌이 진짜 다른데....끝.  ▲ 이전글 - '엄마' '미리내'를 '사랑'해 ▼ 다음글 - 동그마니 숨어있지 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