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밝히리~' 2009.09.11   엊그제 일입니다. 문화방송 아나운서실의 막내(어디나 그렇듯이 새내기들을 그렇게 부르지요)인 이성배 아나운서가 유난히 저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며 다가왔습니다. 그윽한? 아니, 친근한 눈길로 바꾸어야겠군요(그윽하다 : 느낌이 은근하다. 친근하다 : 사귀어 지내는 사이가  아주 가깝다<표준국어대사전>). '그윽한 눈길'이라 하면 자칫 동성애로 오해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친근한 눈길로 내게 다가온 이성배 아나운서. 평소에도 환한 얼굴로 인사하며 맞아주는 붙임성 있는 이성배 아나운서. 아나운서 공채 심층면접때 나를 감동시켰던 이성배 아나운서. 그가 내게 친근하게 다가와서 한 말은 '저.... 가방 좀 볼 수 있을까요~'였습니다. 어라, 내 가방을 뒤져보겠다고? 80년대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하며 다짜고짜 책가방을 뒤지던 전투경찰도 출신도 아닌 이성배 아나운서가 '하늘같은 선배'의 가방을 뒤지겠다?  제 눈이 커지는 걸 알아차렸겠지요, 이성배 아나운서는....   '언어운사에 남자아나운서들의 가방 속을 공개하려한다'는 말이 이어진 뒤에야 그 '깊은뜻'을 알았습니다. 재밌는 발상이군, 생각하며 바로 가방을 털어내 보여주었지요. 그것도 '일목요연'하게 말입니다. 남자 아나운서들의 가방을 털어낸 결과(?)는 이랬습니다. 보실까요?   http://withmbc.imbc.com/announcer/anna09/world/world_06/1749275_33579.html   '막내들의 M파라치'라는 부제가 재미있군요. 영화 제목에서 따온 '작전명 밝히리[발키리]'는 무릎을 치게하는 빼어난 감각을 돋보이게 합니다. 역시, 문화방송 새내기 아나운서답습니다. 동의하시지요?    사진 속 소지품의 쓸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 맨 윗줄에 있는 것은 3년째 쓰고 있는 수첩(별별 내용이 다 적혀있습니다), 몇년 동안 '(탐은 났지만, 비싼 것이기에)침만 흘리다가 질러버린' 이어폰(본체는 반달형 가죽지갑 안에 들어있습니다), 이미 공개한 바 있는 9달러 99센트짜리 선글라스입니다. 2. 둘째 줄에는 휴대폰 배터리(케이스), 만년필(검정색 잉크를 넣어 씁니다, 애장품 ^^), 지갑(3년전에 구입한 '머니클립'), 명함지갑 그리고 휴대폰이 있습니다.  3. 셋째 줄엔 블루투스 이어폰, 노트북용 무선통신단말기(HSDPA),  카드 케이스와 담배. 4. 마지막 줄에는 '비상용' 로션(샘플로 받은 겁니다), USB메모리 1-2-3-4(조만간 통폐합 예정)입니다.    아무튼, 작은 제 멜가방에 별 게 다 들어 있지요. 멜가방? 네, 어떤 건지 아실 겁니다. 흔히 '크로스백'이라 하는 어깨에 멜 수 있는 끈이 달린 가방입니다. 멜가방이 있으면 들가방이 있겠네요. 들가방이 있으면 질가방도 있겠군요. 네, 맞습니다. 메는 가방과 드는 가방, 짊어지는 가방입니다. 그런데, 아쉽군요. 멜(들,질)가방은 '북한말'이랍니다. 사진에 있는 가방을 장만하기 전부터 저는 (북한말이란 걸 알기 전에)'멜가방'이라 했으니 저는 북한말을 썼던 건가요? 멜가방, 들가방, 질가방 - 남한 사전에도 표제어로 삼아야 할 낱말입니다.   낱말 하나에 접두사나 접미사가 붙으면 새로운 말이 됩니다.  '가늘고 긴 무엇'을 토박이발로 '가락'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엿가락', '국수가락', '윷가락' 따위의 사물은 물론이고 '손(에 붙은 가늘고 긴)가락'을 '손가락', 발에 붙은 건 '발가락'이라 합니다. 이렇듯, '가락' 하나 알면 온갖 것에 붙여 '파생어'를 만들 수 있는 게 우리말의 힘입니다. 영어 finger(손가락), toe(발가락)와 비교하면 우리말의 '조어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멜가방을 '크로스백'이라 합니다. 어깨에 비껴걸기에 '횡단, 교차'의 뜻인 영어 cross에 bag을 붙여 만든 말이지요. '크로스백'을 국립국어원에서 다듬은 말이 있더군요. '엇걸이 가방'입니다. 외래어(외국어)를 다듬은 뜻은 가상하지만 '멜가방'만 못한 거 같네요. '괜한짓'하느니 있는 말 살려 쓰는 게 잘하는 짓이라 봅니다. 배낭을 밀어내고 널리 쓰이는 '백팩(back pack)'은 '뒷걸이가방'으로 다듬을지 모르니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