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cia - 찌아찌아 2009.09.06   8월 일정을 거의 송두리째 비워서 다녀온 '3국 여행'에서 한국 소식도 간간히 들었습니다.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 타고 미국 LA에서 비행기 갈아타고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거쳐 멕시코 시티에 도착한 날이 '첫 소식'을 들은 날이었지요. 그래봐야(?) 한국 떠나 나흘째 되는 날 밤이었지만...   멕시코시티에서 저와 동반자를 돌봐 준 후배가 첫 인사차 건넨 말이 '인도네시아 어디가 한글을 문자로 쓴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고맙게도 '우리말지기'로 저를 인정하고 있는 후배의 인사다웠지요. 그날 밤 숙소에서 출국 후 처음으로 짧게나마 인터넷 접속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채 마무리 못하고 온 일이 몇 건 있는 게 마음에 걸려있던 터라 메일 읽고 답했지요. 그 메일 중에 하나에서도 '인도네시아 어느 부족 한글 공식문자 채택'을 알리며 '축하한다'더군요. 네, 고맙습니다 ^^   한글을 문자로 쓰기로 결정한 부족은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입니다. 어떤 기사에는 로마자로 ciacia로 썼더군요. 이런 표기는 '오버'한 겁니다. ''한글채택' 이전에 찌아찌아 족이 어떤 문자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ciacia처럼 로마자(흔히 '영어'라고 합니다만, '로마자' 'Roman alphabet'이라 해야 맞습니다) 표기했다면 모를까, 영어로 들어온 외신을 옮기느라 그랬다면 '괜한 짓'했다는 겁니다.   '세계로 뻗어가는 한글' 소식은 여러분께도 반갑게 전해졌겠지요. '모든 소리를 글자로 옮길 수 있는' 한글의 우수성을 확인한 소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의 이모저모를 보면 '제대접' 못 받는 게 또 한글이군요. 얼마전 여러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화장품 광고 문구를 보시지요.   "에스티 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의 독자적인 크로노룩스 테크놀로지가 밤에는 손상된 피부를 ..."   위 문장은 우리말일까요 영어일까요. 네, 물론 우리말이고 우리글입니다. 그렇다면 이 화장품 제품 이름은? 네, 우리말이 아닌 영어가 분명합니다. 왜?   'ZIZIBE'란 청바지 가게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군요. 이 가게 이름은 영어일까요 우리말일까요. 네, 우리말입니다. 우리말 '지지배('계집애'의 사투리)'를 한글이 아닌 로마자로 표기한 거니까요.   1. '말'과 '문자'는 다른 것이다. 우리글(문자)인 훈민정음 이전 우리말은 '이두'나 '향찰'로 표기했던 시절에는 그래서 '언문일치'가 불가능! 말은 우리말을 하면서도 기록은 한자로 남겼던 까닭도 '우리문자'가 없어서 그랬던 것.   2. 베트남이 현재 쓰는 문자는 17세기 프랑스 선교사가 로마자를 차용해 만든 것. 이전에는 한자를 썼음.   3. 우리도 훈민정음 창제가 없었으면 (여태) 한자를 빌려와 쓰거나, (현 상황을 감안하면) 로마자로 표기했을지도 모름.   (보기)   안녕하세요(우리말, 한글 표기)   AnNyongHaSeYo(우리말, 로마자 표기)   安寧何世要(우리말, 한자음 표기)   ZIZIBE가 우리말이라는 거, 이제 아시겠지요. 이제, 위에 살펴보았던 광고에 나온 '완벽한 영어 화장품 이름'을 옮겨보겠습니다. 아래 사진 속 화장품 병에 새겨진 글자를 그대로 한글로 쓴 것에 불과 합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제품이 팔리지 않을 거라 여겼든가, 번역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둔 거든가, 둘 중에 하나겠지요. 이도저도 아닐 수 있긴합니다만...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 덧붙임 : '찌아찌아 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했다'는 내용은 여기를 보시면 잘 알 수 있겠네요. http://blog.naver.com/camiashon/10066533799 찌아찌아 족 교과서 사진입니다. 그 부족 언어를 한글로 옮겨놓은 것이니, 읽을 수는 있지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건 당연합니다. '번역'을 보니 '별주부전'이네요. 한국의 전래동화를 찌아찌아 족 어린이들이 배우는 걸 보니, 언어와 문자 문화는 하나라는 걸 새삼 알게 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