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기 일식이 있었군요.
서울에서는 태양이 80% 가까이 달 그림자에 가려졌습니다. 저도 보았습니다. 맨 눈으로 본 거는 아닙니다. '특수장비'를 만들어 썼거든요. 특수장비? 바로, 이 겁니다.



  두툼한 아크릴 판에 양초 그을음을 입힌 '보안경'을 마련한 겁니다. 초등학교 다닐때 배운 걸 이번에 써먹었네요. 일식이라해도 태양을 선글라스만 끼고 보는 건 '택도 없는'일 이었지요.

  몇년 전 월식이 있을 때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지켜보았었지요. 한밤중에 일어나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똑딱이'로 월식 장면 찍는답시고 부산 떨었던 생각이 새로워집니다. 이번 일식도 사진을 찍긴 찍었답니다. 그을음 입힌 투명 아크릴판을 통해 찍은 서울 모처에서 관측한 일식 현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이 또렷하게 맺히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쓸만하군요. 그믐달 처럼 태양 오른쪽이 달에게 움푹하게 가려진 모양이 드러나긴 하니까요. 그것도 작은 디지털 카메라(속칭 '똑딱이')로 찍은 것이니, 그려려니 하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일식이 한창일 때 보도전문 케이블 TV를 보았습니다. 
오전 11시 뉴스의 머리기사는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위한)한나라당 국회의장석 점거'였습니다. 다음 기사는 '(미디어법 처리 저지를 위한)언론사 총파업'이었고, 세번째가 '한반도 일식'이었지요. 일식 관측이 한창이라는 연세대학교 현장에 있는 기자가 '61년만에 한반도 일식' 소식을 전하면서 앞으로 2035년, 2041년에 또 일식으 볼 수 있다는 리포트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일식은 2041년에 예정되어 있다'.
이 표현이 걸렸습니다. '예정'보다는 '예상'이 더 적합한 말이 아니었을까요. 

  '오늘 오후에 국회 본회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두 팀의 실력이 비슷하여 백중세가 예상됩니다'

  두 문장의 차이, 예정과 예상의 다른 쓰임이 다른 거 아시겠지요. 
일식은 천문현상이니 사람의 일보다 훨씬 정확하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일기예보 표현과 견주어 보면 왜 적절하지 않은지 금세 알 수 있답니다.

  '내일 예상 강우량은...', '다음주에는 장마전선이 북상할 것으로 예상...' 
위 문장에 나온 '예상' 자리에 '예정'을 넣으면 어색하지요. 자연 현상을 둔 사람의 예측은 (의지와 관계없는) 예상일 뿐입니다. 이렇듯 비슷한 듯 하지만 쓰임이 달라야 하는 말이 또 뭐가 있을까요.

  예정 - 예상 - 예측
  추정 - 추측 - 추론
  ....................
 
  또 뭐가 있을까요, 이번에도 댓글놀이?

덧붙임 : '달이 태양을 삼킨' 이번 일식을 두고 '초승달', '그믐달' 모양이라고들 했다. 달 오른쪽이 들어갔으니 그믐달 형상이다. 물론 초승달은 그 반대쪽이 파여있다. 내가 초승달과 그믐달을 구분하는 방법은 '상현달'만 기억하는 거다. 상현달(초승달)의 첫자 '상'의 초성인 시옷(ㅅ) 첫 획은 초승달의 모양과 닮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