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글쓰기.
하얀 종이 위에 연필이나 만년필, 볼펜 따위로 뭔가를 끼적이는 게 아닌, 컴퓨터 자판 두드려 남기는 글쓰기를 이르는 말이다. 컴퓨터 없이는 불가능한, 정확히 표현하면 웹으로 얼키고 설키는 인터넷 시대 이전엔 불가능한 글쓰기가 온라인 글쓰기이다. 그렇다. 내가 온라인 글쓰기를 시작한 건, 인터넷 덕분이고 컴퓨터 덕분이다.
 
  내가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건 대학교 4학년 때. 졸업을 앞두고 학점관리 차원에서 수강한 3학점짜리 '전산개론'이 처음이다. 아, 고등학교 시절 알고리즘이니 플로차트(흐름도)니 하는 걸 수학시간에 배운 걸로 치면 그때가 컴퓨터를 처음 들은 때가 되겠다. 아무튼, 그 오래전에 알았던 컴퓨터는 내게, 그냥 '전산기기'였을 뿐이다. 그리고 한 참 뒤에 개인용컴퓨터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재수를 하고, 대학 시험을 치른 뒤 소일삼아 배우러 다닌 게 이른바 피시(PC)였다. 하드 디스크는 물론 플로피 디스크도 없던 시절이라 카세트테이프에 쓰고 읽고 했던 시절이다. '얼리어댑터'란 말이 생기기 전부터 새 기술에 관심 많았기에 당시엔 변두리였던 강남역 사거리 '뉴욕제과' 건물 꼭대기층까지 가서 익혔던 '기술'은 베이직(BASIC)프로그램이었다. 베이직? 시쳇말로 '쌩기초' 컴퓨터 언어정도로 알면 되겠다. 그 때도 컴퓨터는 그냥 컴퓨터일 뿐, 내가 갖고 놀 기계는 아니라고 여겼다. 

<대우전자에서 나온 IQ-1000. 오른쪽 카세트데크는 데이터저장용이다>

  아나운서를 시작하면서 '자료정리'가 필요해졌다. 그때까지 쌓아놓은 음반이며 책의 목록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컴퓨터가 달리 보였다. '전산학'을 전공한, 용산에서 회사를 차린 친구와 후배 몇명에게 자료정리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했다. 가능하긴 한데, 어렵지는 않겠지만, 시간도 많이 안 걸릴텐데.... 이러면서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데이터베이스'란 게 있는 걸 알았다.

  PC를 활용한 '3대 프로그램'이 있다. dBASE와 FoxPro, 워드프로세서가 그것이다.

  그 바닥(컴퓨터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하는 얘기가 내 귀를 솔깃하게 했다. 지금으로치면 '마이크로소프트 액세스, 엑셀, 워드'쯤 되는 당시 잘 나가던 응용 프로그램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만들면 되지, 싶었다. '전산개론과 담 쌓고 지냈던' 내가 진짜 할 수 있었을까? 답은, 일단 해보자였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데이터베이스 사용법을 다룬 책을 보며 '음반 정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도서 목록도 입력해 보았고, 방송자료로 쓸만한 정보들도 넣어 보았다. 신기하고 재밌었다. '아래아한글 1.5버전' 시절에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큰 아이 '육아일기'를 쓰기도 했다. PC통신이란 것도 제법했다. 90년대 초반 엠비시 노동조합의 파업땐 하이텔이나 천리안, 나우누리 등에 들어가서 '온라인 선전전'을 하기도 했었다. 피시통신 초기 시절 '소나무'가 만들어 제공한 에뮬레이터 '이야기'초기 화면은 이랬다. 한참 뒤에 새롬에서 '데이터맨 프로'라는 게 나왔었지, 아마...




  그렇게 몇년을 보내니 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인터넷을 처음 접한 건 데이콤 인터넷 센터에서 였다. 기업 전용선을 통해 '모자익(Mosaic)'으로 경험한 인터넷은 새로운 세계였다. 옆에 있는 이들과 전자우편 주고 받은 게 고작이지만 말이다. '모자익'으로 시작한 인터넷 브라우저는 '네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를 거쳐 '모질라', '파이어폭스'에 이어 '크롬'까지 이어진다. 다시, '온라인글쓰기'로 돌아가자. 

  온라인 글쓰기는 내게 일상이 되었다. '싸이질'도 변변찮던 내가 블로그를 만들어 어설픈 '블로깅'을 하니 말이다. 내 삶에 있어서 블로깅, 나쁘지 않다. '우리말일기'를 새로운 마음으로 새판짜기에 나서면서 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오래전에 '아나운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아이엠비시(iMBC)가 생기기 전의 일이다. 당시 '뉴미디어팀'을 조르고, 어르고, 협박(?)하며 만든 거였다. 아나운서 홈페이지는 몇차례 개편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iMBC 담당자의 강권에 '강재형칼럼'으로 첫 글을 올린 게 2004년 5월 7일. 그해 10월 8일까지 여섯달 이어진 '강재형칼럼'은 60여개 게시물을 남기고 '우리말일기'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아나운서 홈페이지가 새로운 지평을 열 즈음의 일이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언어운사(言語運士)'가 그것이다. '우리말일기'는 2005년을 마무리하는 12월 30일에 시작했다.'욀빙(웰빙,참살이)'과 '희노애락(희로애락)'을 글감으로 삼아 첫 글을 올린 '우리말일기'는 지난달(2009년 5월)에 간판을 내렸다. 햇수로 5년을 이어온, 100개 넘는 게시물을 달아 온 '우리말일기'는 그렇게 '서언(序言)을 위한 에필로그'로 마무리했다. 블로그 '강재형의 누리사랑방'이 아닌 '언어운사'에서....

  이제 새롭게 시작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일기<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표준국어대사전>'로 만들려한다. 날마다 쓰지 않아도 타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쓸거리가 없을 수도, '(누구의 말처럼)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는'날 또한 있을테니 말이다. '우리말일기 얼터레이션'에 여러분의 관심과 질책 기대한다. 참, '얼터레이션(alteration)'은 뭔 말인가. 건물의 개축, 구조변경 따위를 뜻하는 '리노베이션'은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얼치기외래어였다. '네고'처럼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거다. '(건물이나 옷 따위를)개조'하는 것을 영어로 'alterration'이라 한단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