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쪽지'를 받았습니다.
한때(?) 하루가 멀다하고 '쪽지'를 받았던 기억이 새로웠습니다. 그랬던 '쪽지'가 요즘은 뜸하네요. 왜? 행랑아범, 제가 이 곳 돌보는 게 예전같지 않기 때문아닐까요. 이런, '반성 모드'....

  '쪽지'가 담은 내용, 여기 공개합니다. 물론 '개별 답신'은 이미 해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우리말 관련하여 질문이 있어서요. 언어운사에는 게시판이 사라져 이렇게 쪽지로 질문을 드립니다.

한참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약 1~2년전부터 조류 인플루엔자 등의 영향으로 닭/오리 등을 처분할 때, '도살 처분'이란 표현 대신에 '살처분'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국립국어원에도 여쭤봤습니다만 왜 그렇게 쓰게 되었는지는 언론사에 문의해야 할 것같다는 답변이 돌아와서요.
국어원 측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도살 처분'이라 씀이 적절하지만 '살처분'이 2002년 신어 목록에 포함이 되어 있는 단어라고 하네요.

가능하시다면 왜 그렇게 쓰게 되었는지를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부탁드립니다.

  답 : '살처분'은 일본에서 들어온 표현. '증거'는 없지만 그럴 개연성이 아주 높습니다. '살처분'의 출처를 찾으려 여기저기 휘젓고 다닌 결과, 찾은 '증거'는 농업진흥관련 정부 사이트에 있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증상이 있을 때.... 살처분....'이란 표현이 여기저기 나오더군요. 네, 그랬습니다. 농축산업 교과서에도 '살처분'이 나온다는군요. 일본책에 나온 용어를 우리것으로 다듬지 않고 그대로 옮긴 게 여기까지 온 겁니다. '전문용어'로서 '살처분'을 쓰더라도 일반 시청자와 독자에게 전할 때는 쉬운 표현, 우리가 쓰는 말로 다듬는 게 옳지요. 문화방송은 '우리말위원회'에서 '살처분'을 쓰지 않고 다듬은 말로 하기로 심의 의결한 바 있습니다. 그 게 벌써 2년전의 일이지요. 근데, 그게 쉽지 않더군요. 방송하는 이들 모두에게 전파하고, 그네들이 그 뜻을 따르게 하는 게 그렇다는 얘깁니다. 어쨌든, '살처분'과 '도살-','매몰-'로 오락가락하는 거, 반성합니다. 바르고 쉬운 제대로 된 표현으로 다듬는 데 더 힘쓰겠습니다.

  이런 뜻을 담아 짧은 '쪽지'로 답했지요. 우리말 속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일본어 찌꺼기를 모두 솎아내는 건, 이제 불가능합니다. 다듬는 데 들이는 품이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살처분'만 되뇌는 건 분명 문제지요. 더 애쓰겠습니다, 말다운 우리말 가꾸고 다듬는 일에...
적절한 때에 예리한 질문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질문과 제안은 언제든 기껍게 받고 있다는 말씀 드리면서 마무리하지요.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