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잇감'없는 '손주'는 없다 2008.03.31   표준어라는 게 있다.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 의사소통의 불편을 덜기 위하여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공용어의 자격을 부여받은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대중말-표준말.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표준어의 뜻 풀이는 위와 같다. 방송 언어의 조건 중에 전문가들이 으뜸으로 꼽는 게 '방송언어는 표준어이어야 한다'는 거다. 공용어로서의 표준어, 필요하긴 하다. 그래도 '표준어'라는 틀 안에 일상에 떠도는 모든 말을 '옳다-그르다'로 잘라 가르는 건 곱씹어 볼 문제다.   표준어 얘기를 하려한다. 오늘 오후에 '아기 엄마'인 후배 하나가 내게 물었다. '놀잇감'이 맞냐, '놀이감'이 맞느냐, 이런 물음이었다. 또(?) 사이시옷 얘기였다. 이른바 어문 규정에서 사이시옷 만큼 말이 많은 게 없다. 북한에는 아예 사이시옷이 없다. 그쪽 학자들이라고 고민이 없었을까. 여러 논란과 고민끝에 내린 결론이 '사이이옷 논란'을 없애는 거였을 거다. 다시, '놀잇감'과 놀이감' 중에 맞는 건 무엇?으로 돌아가자.   답 : 놀잇감.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놀잇감은 장난감의 잘못'으로 나와있으니까. 그런데, 그 게 그 게 아니다. 일상에서, 더욱이 아이 키우는 집에서 놀잇감은 장난감과 달리 쓰이고 있으니 말이다. '놀잇감은 장난감의 잘못'이라 강제하는 건 잘못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표준어 얘기 하나 더.  '손주'도 이른바 비표준어에 들어있다. 같은 사전의 뜻풀이를 보면 '손자의 잘못'이라 못 박은 말이 '손주'이다. 서울서 태어나 자라고, 학교 다녔으며, '교양있는 축'에 낄 수 있는, 내가 아는 '손주'는 '손자와 손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손주'는 (손녀를 뺀) 손자만 이르는 말인가? 적어도 현재 통용되는 뜻은 그렇지 않을 게다.    표준어 얘기 마무리.  문법과 규정은 글 이후에 나왔다. 글은 말보다 훨씬 이후에 생겼다. 그래서, '구어(입말)는 살아있는 말이고 문어(글말)은 죽은 말'이라 하는 이도 있다. 이제 살아있는 말을 주인으로 만듦직할 때가 되었다. 규정으로 옭아매면 불법과 편법이 생겨날 자리도 늘어난다. 표준어를 비롯한 어문규정, 문법을 없애라는 얘기가 아니다. 장난감과 놀잇감, 손주와 손자의 뜻이 다름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손자와 손녀들이 갖고 놀 놀잇감을 찾아주는 할아버지의 손주 사랑은 장난감 만들어내는 공장장과 분명 다르니까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