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을 길 없어' 아픈 이들에게.... 2008.02.08   장승욱. 시인이다. 기자와 피디 노릇도 한 사람. 내 친구의 친구, 그래서 내 친구가 됨직도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사람.  내가 그를 제대로 만난 때는 이태 전 한 단체가 마련한 세미나 자리에서였다.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야구 모자를 안성맞춤이라 여기게 한 이. 그가 바로 장승욱이다. 그가 얼마전에 펴낸 책을 오늘 펼쳤다.   펴낸 곳 '하늘연못'. 책 이름은 '사랑한다 우리말'. 출판사 '하늘연못'은 내 친구가 하는 곳이다. 그 친구의 친구이니 내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나이도 학번도 위여서 내 선배뻘이기도 한 장승욱. 내공이 보통이 아닌 이. 그가 '한글날을 며칠 앞둔 가을날'에 쓴 책머리글을 읽어내려가다 끄트머리에 걸려 내 가슴이 먹먹해졌다.    '지난해 세상 뜨신 아버지께 이 책을 바친다. 아버지는 늘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아버지로부터 왔다. 갚을 길없음이 아프다.'   공감한다. 동감한다.    어제, 설날에 어머니께 세배드리고 집에 오는 차 안에서 내 처가 혼잣말처럼 한마디 했다. '아버님 계시면 참 좋아하셨을텐데....'. 모처럼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적이며 '세배 행사'를 치른 뒤끝의 얘기였다. 그래, 계셨으면 참 좋아하셨을텐데, 묵묵부답했지만 속으로 같은 말을 몇번이고 되뇌었다.    얼마전 눈이 퍽 많이 내린 날, 제 어미와 함께 가던 아들이 한 마디 했단다. '눈이 많이 와서 치우는 아저씨들 많이 힘드시겠다,엄마'. 부모가 보기엔 한없이 어린 듯 하지만, 어리지 않은 한마디. 길 막히는 차안에서 그 말이 떠올라 아들에게 한 마디 건넸다. '할아버지께서 민형이를 많이 자랑스러워하셨다'고. 아버지의 아들과 그 아들의 아들은 이렇듯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언젠가 누군가는 '갚을 길 있음'이라 또한 믿는다.  덧붙임 : 안갚음이란 말이 있다. '앙갚음'과는 관계없는, 반포지효(反哺之孝)를 뜻하는 말이다.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孝)라는 뜻으로, 자식이 자란 후에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효성을 이르는 말'<표준국어대사전>이다. '살아 생전'에 해드림이 마땅하지만 그렇지 못했음을 깨달으면 가신 이의 뜻 좇아 제대로 살면 될 일이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갚을 길'찾으려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