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대롭니다. 새해를 맞았네요. 첫 인사 올립니다.
'2008, 무자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입니다. 보잘 것 없는 '강재형의 누리사랑방'에 들러주시는 여러분, 사랑방 단골 손님 모두 새해엔 뜻한 바 두루 이루시는 뜻깊은 한 해 될 겁니다. 큰 뜻 이루셔야지요. 대통령이 아니어도 세상을 아름답게,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참 많이 있으니까요.

  제목에 올린 인사말. 이 새해 인사는 저희 회사, 엠비시 문화방송의 들머리에 큼지막하게 붙여놓은 문구이기도 합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엠비시 방송센터, 경영센터 두 곳에 같은 내용이 걸려있습니다.

<사진은 따로 찍어 올리겠습니다, 사진 들어갈 자리 ^^, 황반장님께서 찍어 넣어주시면 더 좋지요...>

  딱 한 줄인 인사말이지만 꽤 많은 '검토'끝에 결정한 문구랍니다. 
지난해 12월 초, 회사 총무부에서 내부통신망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2008년 신년 하례 간판을 부착코자 하오니 아래 문안을 검토,
혹, 다른(우리말) 문안이 있으시면 도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문안 1; "2008, 무자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문안 2; "2008, 戊子年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회사 문간에 내 걸 새해인사 문안도 요모조모 따져보는 데가 저희 회사. 최근에 문을 연 '엠비시 드림센터(일산)'의 여러 방에 붙어있는 '문패'도 국어학 박사와 아나운서들이 '감수'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쨌든, '검토 의뢰'를 두고 일 주일 남짓 궁리하다가 아래와 같이 답했습니다. 


  어법과 표현의 신선함 따위를 두고 요모조모 따져본 결과는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1.음력 1월 1일이 되기 전에는 '무자년' 운운하면 안되는 걸까요? 달력을 보고 1월이 나오면 해 바뀌었구나 느낍니다. 양력 1월부터 새해, 무자년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구요. 새해 인사에서도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를 음력 기준을 들어 잘못되었다 지적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원칙주의라 여겨집니다.

2.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프랑스어의 '보나네' 영어의 '해피뉴이어'처럼 어느 정도는 관습화된 한국어 새해 인사라고 여겨집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안녕하세요'처럼 굳어진 표현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문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좋은 새해 되기를 기원합니다' 정도가 가능하겠죠. 이럴 경우 군더더기가 붙은 거 같아 깔끔한 맛이 떨어집니다.

3. 쉼표 찍기 원칙을 보니 쉼표 들어갈 수 있는 자리이긴 합니다. '2008'이 일종의 '제시어' '주제어' 같은 것이 되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지요('빵, 빵이 인생의 전부이더냐?'에서처럼). 읽는 리듬으로 봐도 쉼표 찍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4. '무자년'을 굳이 밝힐 필요있겠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무자년을 한글로만 쓰면 뜻이 바래고, 한자로만 쓰면 (한자 해독이 문제가 있는 이들에겐)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글은 상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표기해야 하는거니까요. '무자년 쥐띠해'로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요. 문장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긴하네요. 


  위 내용 들을 검토한 뒤 정리한 몇가지 문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08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08,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08, 무자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무자년 쥐띠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08년, 소망하는 모든 일( 뜻한 바 두루) 이루시기 바랍니다.
  - 새해 뜻한 바 두루(소망하는 모든 일) 이루시기 바랍니다 
  - 희망과 기쁨을 전하는 MBC가 되겠습니다.

  * '-세요'와 '-셔요'는 같은 뜻으로 둘 다 쓸 수 있는 표현입니다.
 
  이 정돕니다. 답이 싱겁지요? 

  네, 진짜 '싱거운 답'을 보냈습니다. '구관이 명관'이란 표현도 떠오르더군요. '문안 검토'하면서 국립국어원과 우리말위원회 위원(국어학,언론학 전공 교수) 엠비시 우리말 전문위원(국어학 박사)들께 도움말 청해 들었습니다. 여러 의견 종합해서 제 판단 실어 정리한 게 위 내용입니다.
 
  새해 인사는 무엇보다 진심이 담겨 있어야지요. 어법과 관습에서 벗어나더라도 마음을 담아 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의 또한 상대를 배려하는 데서 출발하는 거지요. 과공(過恭)은 비례(非禮)입니다.
 
  '강재형의 누리사랑방' 손님 여러분, 시청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기 바랍니다.

덧붙임 : '복 많이 지으라'는 말은 불자(佛者)인 후배 하나가 제게 가르쳐준 표현입니다. 그냥 '주고 받는'것보다 '만드는(짓는)'삶이 더 넉넉하게 다가오더군요.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이며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사람. 바로, 여러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