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아나운서국에선 일 주일에 한 번씩 '우리말도우미'를 만들어 사원과 제작진에게 나누어 준다. 이번주 '우리말도우미'를 읽으며, 역시, 이런 생각을 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W'를 다룬 이번 호. 내 마음을 잔잔하게 울려준 '우리말도우미'의 내용 일부는 이랬다. 


  이거 힘들지 않아요, 길에 나가서 노래하고 그러면?
  학교는 안 가나요? 안 갈 거예요, 앞으로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빈민촌에 사는 소녀와의 인터뷰에서 제시된 질문들입니다. 빈민촌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차가 달리는 위험한 도로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구걸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소개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러한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위의 질문은 마치 질책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질문을 받은 소녀도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돈벌이보다는 학업에 열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는지 미소를 잃고 고개를 푹 숙여 버리더군요. 취재하는 사람에게는 짧은 인터뷰일 뿐이지만 듣는 사람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현지의 상황을 좀더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사용된 질문이라는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극적인 분위기를 살려 그 사람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만큼이나, 질문을 받는 사람의 마음이 다치치 않도록 배려하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런 내용이다.
밑줄과 굵은 글씨는 내가 강조한 대목이다. 위의 원고를 쓴 이 또한 제작진의 고충을 모를리 없다. 시청자 뿐 아니라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의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원론'을 제작진의 마음을 헤아려 담아냈다. 나는 이런 우리 문화방송 식구들의 깊은 속내를 존경한다.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 효과의 발음은 [효꽈]가 아니라 [효과]만 맞다, 이런 따위의 시시콜콜함만으로  아름다운 우리말을 다듬어 낼 수는 없다. 제대로 된 낱말과 글월을 바탕으로 거기에 제 뜻을 담아내는 게 말이고 글이기에 그렇다.

덧붙임 : 얼마전 문화방송 시사교양국 'PD수첩'과 'W'제작진 등을 대상으로 바른 우리말과 매끄러운 진행을 위한 교육이 있었다. 그 쪽의 요청으로 이 쪽(아나운서)이 마련한 자리였다. 이후 'W' 책임연출자(CP)가 내게 전화 한통을 했다. 앞으로 'W'를 확실하게 모니터해달라, 이런 요청이다. 그에 답하는 뜻으로 한달 내내 'W'집중 모니터하기로 했다. '월드 와이드 위클리', 'W'를 잘 지켜봐주시기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