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더위에 지쳐 기진하여 맥 못추며 지내기에 그랬던 거 아니다. 할 얘기는 새록새록 떠올랐는데 자리잡고 앉아 뭔가 끼적여내릴 시간이 없었다. 미국에 일하러 갔다가 더 많은 일을 짊어지고 온 탓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기에 '뒷북'치려 한다. 철지난 얘기, 한물간 논란을 먼지 털어내며 꺼내려 한다. '뒷북'의 첫 자락은 '붉은 초승달을 보는 색다른 시선'이다.

  적신월사(赤新月社:Red Crescent Society).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어느 나라에 있는 것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적십자와 '똑같은 일'을 하는 곳, 이슬람 국가에 두루 퍼져있는 기구라는 걸 이번에야 알았다. 마음 무겁게 한 사건 이후에 일이다. 

  탈레반, 아프가니스탄, 선교, 봉사, 납치, 인질, 석방....
이런 말에 익숙해지게 한 사건. 벌써 한달을 훌쩍 넘긴 일이다. 관계인사들의 지혜로운 결정으로 어서 해결되어야 할 사건이다. 그건 그렇고...

  적신월사와 관련한 몇가지 정보는 다음과 같다. 
적십자사를 주창한 이는 스위스의 앙리뒤낭. 이후 서구권을 중심으로 세계로 퍼져나간 적십자사는 이슬람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성 초기에는 이슬람권 국가도 적십자를 표장으로 삼았지만 터키가 '(이슬람에 적십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적신월사를 인정할 것을 요구'해 국제적으로 인정 받은 이후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충돌'을 떠올리면 이슬람권에선 왜 적신월인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십자'는 기독교 문화의 상징이니까. 그리고 '초승달'은 고대터키의 기장이었으니까 말이다.

  근데, 궁금한 게 생겼다. 왜 적신월은 이렇게 생겼지?



  이상하지 않은가. 색깔이 빨개서? 아니다. 달빛이 붉게 보일 때도 있으니까. 그럼, 왜? 이 달은 그 달, 신월이 아니다. 신월(新月)은 초승달이니까.



  이게 초승달이다. 그믐을 지난 달은 아래부터 차올라 보름달이 된다. 보름달 이후엔 거꾸로 왼쪽으로, 아래쪽으로 이지러져 그믐달이 된다. 그러니까 '적신월'의 그림은 초승달이 아니라 그믐달이다. 이슬람권에서 보는 달은 정반대일리 없다. 여기저기 물어봐도 나만 궁금해하는 거 같다. 그 게 그믐달이었어?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적신월사의 적신월이 신월이 아닌 이유를 아는 이, 부디 답해주시기 바란다. 나만 더위 먹어서 그런가?

  달 얘기가 나왔으니 달의 차고 기움에 따른 이름을 따져보자.
초승달을 초생달이라 하지만 이는 '초생달의 잘못'으로 본다(표준국어대사전). 북한에서는 초승달을 초생달이라 한다. 남쪽의 초승달이든 북쪽의 초생달이든 한자로는 신월(新月), 눈썹같다하여 미월(眉月)이라 한다. 보름달로 차오르는 상현달, 그믐으로 향하는 하현달을 반달이라 이른다. 반월(半月)은 반달과 한 뜻이다. 꽉찬 달, 둥근달은 보름달. 한자로 만월(滿月)이라 한다. 초승달부터 보름달, 하현달까지는 한자말이 있는데 그믐달엔 없다. 그믐달을 이르는 한자어가 없는 이유, 또한 궁금하다. 그 까닭을 아는 이, 부디 답해주시기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