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내 또래 친구 하나가 씩씩거리며 하는 말, 일 있어 은행을 찾으니 못 찾겠다!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느냐, 여기는 대한민국인데....

  장면 2 :
역시 내 또래 친구 한 명이 겪은 일. 지방 근무 발령 받아 내려가 있는데, 동네 할아버지께서 들어와 물으시더란다. 여기있던 전화국은 어디로 옮겼나?

  위 얘기와 비슷한 일이 또 생길 거 같다. 아니, 분명히 생긴다. 어떤 일?
장면 1은 '국민은행'이 'KB'로 바뀐 직후의 일. 은행을 못찾겠다, 했던 친구는 대학원 마치고 유럽에 유학까지 다녀온 이. 장면 2의 등장인물은 'KT' 지역사무소 소장으로 부임했던 친구. 지금도 시골에선 '전화국'을 찾으니 'KT'간판만으로는 '한국통신'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얘기를 자못 심각하게 꺼냈었다.

  위 얘기와 비슷한 일이 분명히 생긴다 했다. 요즘 방송과 신문에 오르내리는 'NH'가 장본인으로 등장할 일이다. 신문에 광고로 실린 문안부터 짚어보자.

  NH NongHyup
Vision 2015와 함께 바뀌는 농협의 새 얼굴입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NH농협, 대한민국 No.1 유통-금융 리더가 되겠습니다. (중략) for Nature & Human NH NongHyup
 

아래는 이전 마크와 글자체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농협'이 저지른 일이다. 저지른 일? 내가 보기엔 그렇다.
'농협'은 '농업협동조합'의 줄임말. 백과사전에 나온 '농협'의 주요사업은 ①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 등의 금융사업, ② 영농기술교육, 농민권익 보호, 농촌생활개선 및 문화향상을 추구하는 지도사업, ③ 농산물을 판매하고 영농자재와 생활필수품을 구입하여 농가 및 농촌지역에 공급하는 경제사업 등이다<네이버 백과사전>. '협동조합이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농민·중소기업자 등이 자주적으로 결성한 경제적 단체로서 잉여의 외부유출을 방지하고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같은 사전의 풀이).'는 설명도 덧붙인다. 

  긴 말 안 하련다.
'NH농협'은 영어도 한국어도 아니다. 우리말 '농협'을 로마자(머릿자)로 표기한 게 NH. 게다가 현 규정상 로마자 표기는 Nonghyeop가 맞다. (농업)협동조합의 영어는  (agricultural) cooperative이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권)외국인을 위해서라면 영어로, 대한민국 농민을 위해서라면 한글로 적으면 될 일을 얼치기로 해버렸다. 이 땅에서 'NH'를 찾아갈 (영어권)외국인이 얼마나 될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