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팸 메일'을 받았습니다. 오늘만 받는 게 아니니 '오늘 받았다'는 게 적당한 표현은 아니군요. 날마다 수십통씩 날아오는 '쓰레기 메일('스팸메일'을 다듬은 말입니다)'은 '스팸 거름망'을 통해서도 잘도 배달됩니다. 지우는 것만으로 신경 쓰이는 쓰레기메일도 가끔은 제게 쓸모 있습니다. 오늘 받은(?) 쓰레기메일  한 통 또한 그랬지요.

  언젠가 책을 산 적이 있는 인터넷 헌책방 주인이 보낸 메일. 제가 원하지 않은 것이니 쓰레기 메일이지요. 제목도 상투적인 것이었는데 뭔가에 이끌린 듯 '클릭'해서 읽었습니다. 바삐 빠르게만 사는 일상에 '느릿함'을 느끼게 하더군요. '필요한 부분'만 옮겨올까 하다가 편지 전체 내용 '몽땅'옮깁니다. 출처는 메일의 특성상 밝히지 않는 게 낫겠지요. 메일 내용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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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입니다.

장마때문인지 우중충하기도 하고 덥기도 한 그런

짜증나는 날입니다.^^*

오늘 제가 메일을 보내는 이유는 몇일전에 한 라디오에서

들은 시이튼 동물기의 한 부분을 그냥 같이 알고 싶어서

입니다..^^* (사실제가 너무 감동 받았거던요~)

<늙은 인디언 양파장수>라는 제목의 내용입니다...


＇포타-라모＇라는 인디언 노인은 매일 시장에 나와 좌판을

 열고 양파를 판다. 어느날 시카고에서 날아온 백인이 다가와

 물었다.

"양파 한 줄에 얼마입니까?"

"10센트입니다."

"두 줄에는 얼마입니까?

"20센트죠."

"세 줄에는요?"

"30센트라오." 그러자 백인이 말했다.

"별로 깎아주는게 없군요. 세 줄을 25센트에 파시죠."

"그렇게는 안됩니다."

인디언 노인은 느리지만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다시 백인이 물었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것 다 사면 얼마입니까?"

백인은 ＇떨이＇로 사보겠다는 속셈이었다.

인디언 노인은 그 백인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전부는 팔 수 없습니다."

백인은 의아해 하면서 되물었다.

"왜 못 파신다는 거죠? 양파 팔러 나오신 것 아닙니까?"

늙은 인디언은 깊은 호흡으로 담배를 들이키며 천천히 그리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여기 단지 양파만을 팔려고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오.

난 지금 내 인생을 살려고 여기 나와 있는 거요."

늙은 인디언의 예상치 않은 대답에 백인은  당황해 했다.

늙은 인디언은 굵게 패인 주름 사이로 흐르는 땀을 갈퀴같이

험해진 손으로 훔치듯 닦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북적대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붉은 서라피(어깨걸이나 무릎덮개 등으로 쓰는 색깔이 화려한

모포)를 좋아하지요. 나는 햇빛을 사랑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합니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담배를 태우고,

시장 통 아이들과 소란스레 얘기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는 여기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날마다 느끼지요. 이게 바로 내 삶입니다. 그 삶을 살아내기

위해 나는 하루종일 여기 앉아서 양파를 팔고 있는 거랍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이 양파들을 몽땅 팔아치운다면 내 하루도

그걸로 끝이 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나는 어디 가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 지낼 수 있나요? 결국 다 잃게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러니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썬글라스를 낀 채 거만하게 서있던 시카고에서 온 백인은 더

이상 인디언 노인을 내려다 볼 수 없었다. 그는 썬글라스를

벗어들고 양파 파는 인디언 노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가을해가 남겨놓은 그림자 속에서 그 백인은 인디언 노인

앞에서 한없이 작아만 보였다.





사실입니다. 저 역시 요새 같을 때면 하루 하루를 다 팔고 싶은

심정이었지요. 그러나 또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이 억지스러운

하루도 알고보니 저에게 제일 소중한 날의 연속이란걸 알고 난

뒤부터 말이죠...^^

비록 장마에 기분이 약간 적막스럽더라도... 뜨거운 태양빛 아래

의 늙은 양파장수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내 곁에 있는 모든것

들이 소중하다는 생각말이죠..^^

아침에 두서 없는 글 읽어주신다고 감사합니다..

월요일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한주 보내시길 바라며.^^

부산에서 기운을 보내드립니다.^^


        *** 양**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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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책을 샀던 그 헌책방이 부산에 있는 거였네요. 온라인 세상은 부산 헌책방도 서울에 있는 곳도 다를 바 없지요. '늙은 양파 장수'처럼 사는 게 꼭 좋은 건 아니겠지만, 그와 정반대로 사는 게 안 좋은 건 맞는 거 같네요. '인디언'이란 말이 걸리긴 하지만 일부러 손보지 않았습니다. '몇일'이란 대목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몇일'이 '며칠'이란 거, '받았거든요'와 '선글라스'란 것도 다 아시지요? 

  느릿하게, 부산에서 '기운'보내준 헌책방 주인은 자신의 '스팸'을 여러분과 함께 돌려보고 있다는 거 모르겠지요. 고맙습니다, 헌책방 주인 아저씨....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