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시'의 뺨을 때려라 2007.04.07 '지금은 라디오 시대'는 대한민국 청취율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조영남-최유라가 진행하는 '지금은 라디오 시대'. 제작진은 '지.라.시'라고 줄여 부른다. 어제 '지.라.시'에선 '강석의 뺨을 때려라'시간을 마련했다. 성대모사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청취자를 모시겠다는 뜻을 담은 꼭지, '강석의 뺨을 때려라'. 나는 그 방송을 차 안에서 들었다. 이거, 이러면 안 되는데, 싶었다. '뺨을 때린다'는 건 상대를 모욕하는 일이다. 강석을 '성대모사의 달인'으로 치켜세우는 뜻이라해도 격에 맞지 않는 듯 했다. 엠비시 라디오에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 나가는 거, 좌시할 수 없는 일. 프로그램 편집일 하느라 바쁠 '우리말나들이'작가 박연희에게 전화했다. * 편집 끝났느냐. 애쓴다. 청이 하나 있다. 사전을 찾아보거라. '뺨치다'가 표제어로 올라있는지, '뺨때리다'는 어떻게 풀이했는지.. - 알았다. 네 짐작이 맞다. '뺨치다'는 사전에 올라있다. 삐리리한 뜻으로 풀이했다. '뺨 때리다'는 그냥 '때리는 행위'로 봐야겠다. '비교대상을 능가하다'는 뜻으로 쓰는 '뺨치다'는 귀싸대기를 후려치는 '뺨 때리다'와 하나일 수 없다. 뺨치다와 뺨때리다, 다르지 않은가. 사전 표제어, 뜻풀이도 확인했으니 바로 잡아야 한다. 이번엔 라디오 생방송 스튜디오로 전화했다. 수화기 너머 '지.라.시.'방송이 크게 들리는 가운데 작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 강재형이다. 피디에게 전해라. '강석의 뺨을 때리다'는 거, (뜻을 알아도) 듣는 이 기분 나쁠거다. '뺨치다'는 (속된 표현이긴하지만) 관용적으로 쓸 수 있는 말이다. '뺨 때리다'할 일 아니다. - 알았다. 그 뒤는 굳이 설명 안 해도 짐작할 거다. 노래 들려주고 편지 하나 읽은 뒤 '강석의 뺨을 쳐라'로 바뀌어 나갔다. 최유라, 조영남의 '황금콤비'는 '아나운서국에서 알려준' '배경설명'까지 부드럽게 전해줬다. 조영남-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 뺨칠만한 프로그램, 지금 대한민국에 아직은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