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듣던 -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 - 흘러간 노래가 입안에 맴돌았습니다.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노래였음에 틀림없는 노래. 노랫말의 몇 조각만 떠올랐습니다. 대충 떠오르는 노랫가락에 맞춰 흥얼거렸지요. '여기는 청파동 청년박이오~'하는 대목이 새삼스러웠습니다. '미스터 박'도 아니고 '박씨'도 아니고 청년 박', 재밌지요? 오늘 녹화하러 나갔다가 '노상가창'한 그 노래, 제목이 궁금했습니다. 주위 사람에게 물어도 '들어는 봤는데, 잘 모르겠다'는 거였지요. 그런데, 뜻밖의 인사에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노래 제목은 '전화통신'이다. 아마, 맞을거다. 확인해준 이는 동료 아나운서. 나이는 여전히(?) 삼십대건만 어찌 그 노래 제목까지 알고 있는지.... 한번 들은 건 잊지 않는 총명함이 살아있기 때문이라 여기며 그냥 웃었습니다. 아니, 그냥 웃고 말 일이 아니지요. 까먹기 전에 챙겼습니다. 인터넷 뒤져 '동영상'까지 확보했으니까요.   천봉 작사, 한복남 작곡 '전화통신'. '유정천리' 등의 '불멸의 히트곡'을 남긴 남백송 노래. 바로 이 노랩니다 ^^

 <전화통신>

 (남)여보세요 미스김 안녕하세요

 여기는 청파동 청년 박이요

 지나간 일요일은 약속한대로

 하루종일 극장앞에 비를 맞으며

 기다리게 하였으니 고맙습니다.

(여)여보세요 박선생 오해마세요

 남에속 모르는 무정한 말씀

 지나간 일요일엔 감기몸살에

 하루종일 빈방에서 쓸쓸히 홀로

 여자마음 몰라주니 야속 합니다.

 <간주>

 (남)여보세요 미스김 정말 미안해

 (여)아녜요 박선생 천만에 말씀

 (남-여)닥쳐올 일요일엔 단둘이만나

 아베크는 대천바다 인천 월미도

 젊은날의 전화통신 즐겁습니다.

   '젊은 날의 즐거운 전화통신'을 부르는 두 어르신의 노래(아래, 동영상을 보시와요~ ㅋ) 또한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듀엣'으로 나선 여인의 이름은 '복수미'네요.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입니다. '청년 박'이 제 입가에 웃음 떠오르게 했듯, 노랫말을 하나씩 곱씹어보니 감칠맛이 있습니다. 하나씩 짚어볼까요?

   1. 기다리게 하였으니 고맙습니다 : 영화 함께 보기로 하고 연락도 없이 '빵꾸'냈다. 게다가 비까지 내렸다. 하루종일 비 맞으며 발만 동동 굴렀다. 무척 '열 받는'일이다. 그럼에도 '기다리게 해서 고맙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직설법을 쓰지 않는다. 요즘같으면 말하는 이나, 듣는 사람이나 '속 터져' 죽을 일이다.  

  2. 여자마음 몰라주니 야속합니다 : 구구절절이 해명하지 않는다. (갈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몸져 누워있으니 나 또한 답답했다. 연락할 방법, 전혀없다. 전보를 칠 수도 없지 않은가. 몸도 안 좋은데 마음까지 불편했던 내 마음 몰라주니 서운하다. 여인네 또한 바로 '들이대지'않는다. 이심전심, 이쯤에서 오해 풀었으니 되었다. 앞으로 잘 해보자.   이런 뜻을 담은 구절이다.  

  3. 정말 미안해(남), 천만에 말씀(여) : 그랬구나, 내 생각이 짧았다. 그런줄도 모르고 미스김 탓을 한 내가 부끄럽다. 사과할 게, 미안~(남). 별 말씀을 다 하는구나. (초주검이 된 몸이라도 끌고 나갔어야 했는데) 나도 무심했다. 사과 받아들일 게~(여). 이렇게 둘은 화해한다.

   4. 닥쳐올 일요일엔...., 아베크, 젊은날의 전화통신... : '다가올','오는','다음'일요일도 아니고 '닥쳐올'일요일이란다. 지금 어감으로는 진짜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닥쳐오는 우리의 만남이 기다려져'하면 그 커플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쪽에서 '닥쳐!'할테니까 말이다. '아베크'는 프랑스어 'Avec'에서 온 말이다. 60년대 '인텔리'들이 즐겨쓰던 표현쯤 될 게다. 70년대 이후엔 같은 뜻으로 '데이트'를 많이 쓴다. '젊은 날의 전화통신'은 유선전화도 귀하던 시절을 겪은 이들에겐 감회가 새로운 표현. 나도 '다이얼' 드르륵 돌려 전화 걸던 때가 그립다. 아, 추억의 '다이얼 전화기'....

   그나저나, 요즘 '젊은이'들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어찌했을까요. 우리의 '호프', '우리말나들이' 박작가에게 물어보니 '저, 요즘애들 아니에요~'하네요. 박작가, 스물을 한참 넘겼다! 그러하니, '요즘 (문자,통화)버전'은 여러분이 채워주시는 게 어떨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