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겨울 바람이 매섭다.

오후 한 때 나섰던 여의도. 몰아치는 강바람 또는 강(江)바람 탓에 체감온도는 영하15도까지 떨어졌다. 예년기온을 밑도는 추위에 호남지방의 폭설 소식까지 이어졌다. 당연히(?) 오늘 뉴스의 머리기사는 날씨였다.

   '전국의 낮 기온도 영하권'을 다룬 기사에 '추위 절정'이란 표현이 나왔다.

'추위가 절정에 이르다'는 표현이 생경했다. 입맛이 다르듯 각자 느끼는 말맛도 다를 수 있기는 하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절정(節頂)은 산의 꼭대기나 '최고의 경지에 달한 상태'를 이르는 표현이다. 영하권 밑으로 '떨어진' 추위를 두고 '절정'이라 하는 건 어색하다. '극한의 상태'라 박박 우기기에도 왠지 군색하다. '어감'을 떠나 사전적, 규범적으로 완전히 틀리다 할 수 없다해도 마뜩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겨울 날씨 중에 '가장 춥다'할 수 있는 추위도 아닌 까닭이다.

   회사에서 이 글, '말맛 내기'를 올린 뒤 '보충'할 게 떠올랐다. 여기서 '보충'이란 표현도 사실 딱 들어맞는 말은 아니다. 보충(補充)은 '모자란 것을 채워넣음'이란 뜻이까. 으음, 딱히 적합한 말을 찾지 못하겠다. 아무튼 '추위 절정이란 표현은 부적절하다'에 추가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음.

그렇다. 다음은 '다음'에서 찾아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에 접속하니 '추위 최고조'란 표현이 눈에 띈다. 추위가 최고조?  '말맛'으로 보면 '추위 절정'보다 더 무식한 꾸밈말이다. 최고조가 뭐 어때서, 이런 의문이 생기는 이는 '클라이맥스(Climax)'가 '최고조'와 한뜻임을 떠올리기 바란다. 추위가 정점에 달한다, 최고조 추위 - 둘 다 문제있다.  맛, 아니 맛대가리 없는 게 아니라 쓴 맛을 단 맛이라 하는 격이 되니까 말이다.

   그러고보니 위와 비슷한 오류가 또 있었다.

   '두뇌한국(BK21)'의 연구실적 중 5%를 무작위로 선발해 연구윤리 위반 여부를 심사한다는 것이다....

                          < 교육인적자원부가 논문 표절 따위를 가리기 위해 내놓은 방안을 다룬 기사 >

   '선발'을 한자 뜻으로만 풀이하면 '골라서 뽑아냄'이다. '무작위 선발'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 된다.  '선발'의 말맛을 살려 풀이하면 '(훌륭한 것을)고르고 가려서 뽑아냄'이다. (표절 여부 따위를 가리기 위해) 선발하는 것 또한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이른바 '언론고시'를 통과한 언론사 기자가 쓴 문장이라 더 아쉽다. '선배'로서 제대로 이끌지 못한 잘못 인정한다. 그리고 반성한다.

   어쨌든, 내가 하는 뉴스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 기사에 담긴 내용을 훼절하지 않는 선에서 손질해 전달하는 게 내 몫이다. '내 몫'은 해야하기에  관련기사의 앵커멘트는 물론 내 입맛에 맞게 다시 썼다. 시청자 여러분 입맛에도  '절정'과 '선발'은 맞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

 덧붙임 : '강바람'에는 두 뜻이 있다. 비는 내리지 않고 심하게 부는 바람, 강가(江-)에서 부는 바람. '강-'은 '마른, 물기가 없는'뜻의 접두어로 쓰일 때가 있다. 강추위, 강더위 따위가 그런 경우다. '무-'는 '물(기)'에서 'ㄹ'이 떨어져나가 '물기, 습기'를 뜻하는 접두어로 쓰이기도 한다. '강-'에 맞서는 표현인 셈이다. 무더위, 무서리가 그런 예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