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잣더니

   내가 심은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오고

   밤중에만 일편명월이 빈가지에 걸렸네

 

작자를 알 수 없는 시조. 봉황을 보려 벽오동을 심었는데 (내가 심은 탓인지) 밤이 되니 한조각 밝은 달만 빈가지 위에 떠있다네, 풀어 보면 이쯤 되는 시조이다. 그나저나 봉황을 보려 벽오동을 심어? 대체 무슨 얘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자료를 뒤적인다. 아하, 벽오동과 봉황은 이런 관계가 있단다.

 

   벽오동나무는 봉황새와 관계있다. 봉황은 기린, 거북, 용과 함께 영물로 꼽히며 덕망있는 군자가 천자의 지위에 오르면 출현한다는 새로 여겨져왔다. 그 밖에 뛰어나게 재주가 있는 사람을 상징하는 말로도 쓰이며 고귀하고 품위있고 빼어난 것의 표상이기도 하다. 바로 이 봉황이 벽오동 나무에 서식하며 대나무 열매를 먹고 신령한 샘물을 마신다고 전해진다.

 

   살포시 눈 감은 여인네가 입가에 가져가는 것은 뭘까. 초콜릿이다. 신문에 실린 '카카오와 다크 초콜릿'의 설명을 보자.

 

  카카오는 벽오동과의 나무 열매인데 씨를 가공해 초콜릿 원료로 쓴다. 씨를 말려 가루로 만든 게 코코아다....<중앙일보, 2006년 11월 10일 자, E15면>

 

  코코아가 카카오 열매에서 나온 거는 알았지만 카카오가 '벽오동과의 나무 열매'인 거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음, '벽오동 숨은 뜻'엔 봉황만 있는 게 아니라 '달콤 쌉싸름한' 코코아와 초콜릿도 있다,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쪼코렛, 쵸콜렛 따위로 쓰는 '초콜릿'과 '벽오동의 숨은 뜻'이란 생뚱맞은 결론 하나로 끝내기엔 서운하다. 내친김에 몇가지 더 짚어보자. 열매와 차(茶)에 담긴 '숨은(?) 뜻'이다.

 

  세칭 '별다방'이나 '콩다방'에 가서 마시는 여러 종류의 차. 겨울이 되니 '시나몬'을 얹은 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시나몬'하면 폼 나는데, 이게 '계피'라는 거 아는 이 많지 않다. 커피에 우유 거품 얹고 계피가루 뿌린 게 '시나몬 라테'이다. '시나몬 스튜라셀 라테'란 것도 있다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시나몬(cinnamon)은 계피랑 같은 거다.

 

  그럼, '헤이즐넛 라테'는 어떤가. 헤이즐넛은 개암나무의 열매, 바로 개암이다. 원두의 품질이 썩 좋지 않을 때 개암열매의 향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헤이즐넛 커피'이다. 그냥 원두커피에 헤이즐넛 향 시럽을 넣어도 헤이즐넛 커피가 된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따르면 유통되고 있는 '헤이즐넛 시럽'은 천연향이 아니라 합성향이라는 얘기도 있으니, 알고 드시기 바란다. 어쨌든, 헤이즐넛은 개암과 같은 거다

 

  이번엔 중국 원산의 차, '재스민 차'를 짚어보자.  중국에서 '말리화차'로 쓰는 이 차엔 재스민도 들어간다. 품질좋은 재스민차는 일반 차와 '꽃 차'로 쓰기도 하는 재스민을 일정비율로 섞어 만든다. 품질 나쁜 재스민차는 등급낮은 차에 재스민 향을 넣기만 한다. 우리나라 중국음식점에서 내놓은 재스민차는 후자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언젠가 베이징에 갔을 때 현지 안내원이 내게 건넨 한마디를 떠올려보자. '차 향이 좋지 않으니 다른 향을 넣지, 오죽하면 그리 하겠느냐'는 얘기. 일리 있는 말이다. 중국 본토의 차 애호가들은 그래서 재스민차를 별로 즐기지 않는다는 사실도 기억해두자. '쟈스민'이나 '자스민'도 외래어 표기법상 어긋난다는 것도 덤으로 기억하실 것. 어쨌든, 재스민차는 말리화차(茉莉花茶)인데 녹차 따위의 일반 차에 '꽃차향'을 더한 거다. 끝.

 

덧붙임 : 황반장님, '투 코리언즈'의 노래 붙여 넣을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