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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서울도 조용했다.
남산에서 '불꽃놀이'하면 내가 살던 집에서도 '펑!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 방안에 앉아 있다가 '펑!'소리가 들리면 불꽃놀이 하는 줄
알고 장독대에 올라가 남산을 바라봤다. 멋지게 꼬리를 달고 올라가 하늘에서 터져 퍼지는 불꽃. 어릴적 좋은 구경거리였다. 남산, 지금은 없어진
야외 음악당에서 '꽃불'을 쏘아 올렸다. 흐드러지게 꽃피듯 터지는 요즘 불꽃놀이에 비하면 소박했던 그때 불꽃놀이. 우리집 장독대에 올라가 깨금발
디뎌 누나, 형 어깨너머로 보던 그때 불꽃놀이. 그때가 그립다 *^^*
부산 광안리에서 '불꽃 축제'를 했단다. 가서 보지는 못했지만 소금인형님께서 올린 화면 덕에 멋진 광경도 보았다. 서울에서도 한해
걸러하는 불꽃축제. 재작년에 했으니 올해가 하는 해지만 '북한 핵 관련 사태'로 주최측이 '무기연기'했다. '북한 핵실험'과 불꽃축제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중국사람은 불꽃놀이를 좋아한다. 하늘로 쏘아 올려 터뜨리는 요즘 불꽃놀이랑은 사뭇 다른 느낌, 폭죽놀이에 가깝다. 일본의 불꽃놀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여름은 하나비로 시작되고 끝난다, 이런 얘기도 들었다. 전국에 걸쳐 크고작은 불꽃놀이가 펼쳐지지만 도쿄의 그것이
가장 크게 열린단다. 스미다가와, 에도가와구, 이타바시구, 도쿄만 등지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참 많은 사람이 찾아 든다는 얘기. 스미다가와 하나비
대회에는 90만명이 모여 큰 잔치로 치러진다는 외신도 접했다. 90만명? 우리나라 '서울 불꽃 축제'에 비하면 그리 많은 사람도 아니다. 서기
2000년부터 시작한 '서울 불꽃 축제'엔 여의도 일대에 100만명이 운집하는 행사니까.
일본의 불꽃놀이를 '하나비'라 한다. 기타노 다케시가 감독한 영화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낱말이다. '하나비(花火)', 한자를 순서대로
풀면 '꽃불'쯤 되겠다. 그래서인가, 우리 국어사전에도 '꽃불'은 나온다.
꽃불[??뿔]
1.이글이글 타오르는 불. ≒화화3(花火) .
2.축하하는 뜻으로 총이나 포로 쏘아 올리는
불꽃. 흑색 화약에 철분 따위를 섞어 통에 넣고 불을 붙여 총이나 포로 공중으로 쏘아 올리면 폭음과 함께 터져 여러 색깔의 불꽃이
흩어진다. ≒야주(夜珠)??화화3(花火) .
- 성탄을 기리는 꽃불이 도시 하늘을 눈부시게
수놓았다.≪최인훈, 구운몽≫
불꽃놀이[??꼰????] 경축이나 기념
행사 때에 화포를 쏘아 공중에서 불꽃이 일어나게 하는 일.
- 축제를 기념하여
퍼레이드와 불꽃놀이를 치르다/밤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하고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불꽃놀이….≪이병주, 지리산≫
불꽃1[????]〔불꽃이[??꼬치], 불꽃만[??꼰??]〕
1.타는 불에서 일어나는 붉은빛을 띤 기운.
≒화화2(火花).
- 불꽃이 일다/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불꽃이 연방 흔들렸다.
2. 금속이나 돌
따위의 딱딱한 물체가 부딪칠 때 생기는 불빛. ≒화화.
- 돌을 부딪치자 불꽃이 일어났다.
??=스파크3(spark).
【＜??곶＜능엄＞블+ㅅ+곶】
<표준국어대사전>
우리가 아는 '불꽃놀이'는 정작 '꽃불놀이'에 가깝다. 사전 '표제어'로 보면 그렇다. '꽃불'은 있는데 '꽃불놀이'는 없다.
'불꽃놀이'는 있는데 '불꽃'의 뜻은 '--놀이'와 관계없다. 어찌된 일인가. 미루어짐작 할 수 있는 '혐의'는 '일본어 사전'영향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국어사전'은 여전히 일본사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가 즐기는 놀이는 '불꽃놀이'인데 그 놀잇감은
'꽃불(花火)'이니 말이다.
'불꽃축제'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트집'이 있다.
'축제'가 일본한자이니 함부로 쓰지 말자, 이런 '트집'이다. 8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축제'몰아내기는 '축전(祝展)'와
'잔치'를 거쳐 '모꼬지'가 되기도 했다. 토박이말 만들고 살려쓰는 거, 좋은 일이니 '축제'를 '모꼬지'로 바꾸는 기특한(?) 동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왜 '트집'이라 하는가....
축제, 일본에서 들어온 한자가 맞다. '원적'이 일본이면 다 버려야 한다? 이거는 말이 안 된다. 진짜 '트집'이다. 일제 강점기에
이땅에 들어온 무수한 '일본식 한자'를 솎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가능하다해도 필요하지 않은 일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그런 '가상한
뜻'은 과거가 아닌 지금 이 시대를 휘젓는 '일본식 한자'와 '일본식 조어'를 걸러내는데 발휘하는 게 더 낫다. 지금 이 시대에 발휘해 펼쳐야할
'가상한 뜻', 일본신문과 잡지 베끼는 언론매체부터 곱씹어야 한다.
덧붙임 : '일본한자','일본어순화'관련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따로 올릴 예정이다. '축제'와 '모꼬지'는 사전 뜻풀이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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