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뉴스를 한다. 라디오, 텔레비전에서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자가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는 회사 컴퓨터에 저장된다. 하루에도 수백건 이상씩 생산되는 뉴스는 뉴스 편집부를 거쳐 걸러지고 다듬어져 뉴스
전달자(앵커,아나운서)앞에 전달된다. 방송사에 있으면 시청자보다 새소식과 정보를 먼저 만날 가능성이 높다.
뉴스를 '먼저 만난다'는 거, 좋다. 다듬어지지 않은 뉴스를 손질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기사 원문의 내용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표현과
용어를 솎아내고 '번역'하기도 한다. 나만 오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수 있기에 편집 책임자나 취재기자에게 묻고 상의하기도 한다.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얘기일지도 모르니까.
하루에 한 두건씩은 '난해한 용어'를 두고 씨름한다. '난해하다', 한자뜻 그대로 '풀기 어렵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 요즘
정치판에서 떠다니는 '오픈 프라이머리'란 말도 내겐 그렇다. 아니, 내가 이해해야하는 건 기본이다.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 제대로 전하는 게
중요한 일이다.
'오픈 프라이머리'가 무엇인지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여러분은?
open primary, 물론 영어. '완전 국민 참여 경선제'로 번역해 쓰고 있다. 일찌기 정당의 색깔이 분명했으며, 당원의 활동
또한 활발한 미국에서 나온 용어이다. 사전을 뒤적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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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primary ( pen pr mary )
《미》 【정치】 공개 예비 선거 《당원 자격의 유무에 상관없이 투표할 수 있는 직접 예비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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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d primary
《미》 제한
예비 선거 《당원 유자격자만이 투표하는 후보자 선거;cf. OPEN PRIMARY》
<네이버 영어 사전>
open(열린)에 맞서 closed(닫힌)도 있다. '공개'와 '제한'된 예비선거를 뜻하는 말이다. 예비선거가 많은 미국에서 생기고,
거기서 쓰는 표현이 대한민국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미국 정치 용어의 무분별한 도입, 전파는 현 정권에 들어 두드러진다. 외국어를 직수입하는 건,
(이전 정치세력에 견주어) '상대적 젊은층'인 386세대가 앞장선 정부'라 그렇다는 마뜩찮은 풀이를 하는 이도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미국의 '공개예비선거'. '한국적 상황'을 담아 내려 '완전국민참여경선제'라 하는 모양이다. 근데, 생각해보자.
'완전 국민 참여'가 되려면 투표권 있는 모든 국민이 '오픈 프라이머리'가 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꼬부랑 글씨' 모르는 유권자는
'국민'이 아니라는 생각인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전자투표기를 설치해 간단한 인증만으로...' 투표 가능하게 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단다. 거동이 불편한, 한적한(?) 읍내에 사는 '국민'의 의사는 존중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것인가.
영어조기교육 받지 못하는 어린이와 교육기회 누리지 못한 이들도 이 땅의 국민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표 많이
그러모아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백성(民)을 주인(主)으로 모시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되는 거 아닌가. 민심을 헤아린다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 갑론을박 하며 잘난체하는 국회의원,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결단'을 내세우며 아집에 빠져 사는 정치인, '가방끈 길다'며
으스대지만, 뭐가 켕기는지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지식인. 자신들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외국말 씨부렁거리지 말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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