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시콜콜 : 1. 마음씨나 하는 짓이 좀스럽고 인색한 모양 2. 자질구레한 것까지 낱낱이 따지거나 다루는 모양.
<표준국어대사전>
사전 뜻풀이는 '딴 나라 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시시콜콜하다, 사전에 박혀있는 느낌이 제대로 따라오는지 모르겠다. 시시콜콜.
그래, 나는 '시시콜콜'할 때가 제법있다. 오늘도 그랬다.
뉴스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아나운서국 행정요원이 내게 배달된 우편물을 건네준다. 받아드니 책 한권, 편지 한 통. 편지는 방송
관련 아카데미의 안내문. 나를 '아나운서'가 아닌 '우리말나들이 PD'로 알고 보낸 편지다. 봉투에 다시 넣어 책상 한켠으로 미뤄놓았다. 언젠가
쓸데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책 한권은 경기도에서 엮어낸 '우수 관광 기념품 안내'였다. 내게 왜 보냈는지 까닭을 캘 생각은 없다. 쓸모없을 거
같은 '기념품 안내'책장을 후루룩 넘기며 훑어 보았다. 내게 쓸모있음직한 쪽은 북 찢어 역시 한 구석에 던져 놓았다. 쓸데없이 왜 시간
낭비하느냐, 반문할 이 있을지 모르겠다. 시간낭비, 그럴지 모른다. 근데, 그게 아니다. 보낸 이의 성의를 - 이른바 '일대일 마케팅'이나
'스팸 메일'일지라도 명단 정도는 챙기는 성의를 - 생각해서이기도 하지만 내게 '도움될거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번에도 하나
'건졌다'.
1. 방송 아카데미의 교과과정과 홍보활동의 이모저모를 제법 구체적으로 꿰뚫을 수 있었다.
2. 우리 안방 살림에 쓰던 정겨운 생김의 놀라운 물건 이름을 제대로 알았다.
1번은 예서 얘깃거리가 안 된다. 2번은 여기서 되짚을만 하다. 그게 뭐냐하면, '바늘방석'이다.
바늘방석의 뜻은 뭘까. '앉아있기에 불안스런 자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다들 알고 있는 뜻이다. 바늘방석은 '바늘로 만든
방석'으로 나는 알고 있었다. 바늘이 뾰족한 침을 위로 드러낸 채 촘촘히 꽂여있는 방석. 그 게 바늘방석 아닌가. 여러분이 알고 있는 바늘방석도
마찬가지?
'똥침'의 몇백, 몇천배 위력을 지닌 '바늘방석'을 '공격적이지 않은' 우리 조상님들이 과연 만들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으음~
이게 진짜 바늘방석이다. 바늘방석은 바늘겨레와 한 뜻인 낱말이란다.
바늘겨레 : 예전에, 부녀자들이 바늘을 꽂아 둘 목적으로 만든 수공예품. 형태에 따라
원형, 거북형, 안경집형, 장방형, 호리병형 따위가 있는데, 안경집형-호리병형은 바늘을 속에 넣게 만들었고, 거북형-장방형은 양쪽에 바늘을 꽂게
만들었다. = 바늘방석.
*얼른 바늘을 뽑아 새빨간 바늘겨레에 꽂은 뒤에 반짇고리를 밀치고 일어났다.≪박종화, 금삼의 피≫ <표준국어대사전>
바늘방석은 '신부가 혼수품으로 손수 만들어 친지들에게 나눠주는 등 자신의 바느질 솜씨를 뽐내는 수단으로 쓰기도
했다'는 설명도 '기념품 안내책'에서 확인했다. 장식용으로 놓아둬도 예쁘기 그지없는 바늘방석. 솜을 넣고 누벼 만들어 (방석처럼) 푹신해도,
바늘이 송송 박혀있다면? 거기 앉는 이, 크기에 관계없이 편히 앉을 수 없을 터, 불편하기 짝이 없었을 게다. 그래서 나온 말이 '바늘방석에
앉다'란 얘기.
골무와 실패[실:패],반짇고리 정도만 알던 내게 우리말의 '푹신함'을 새삼 깨닫게 해준 바늘방석.
'규중칠우쟁론기'에도 출연(?)하지 않았던 안방살림을 알게해준 '기념품 안내 책자'가 고맙다. 시시콜콜 따지는 내 버릇도 아울러~
ㅋ.
덧붙임 : 규중칠우쟁론기 [閨中七友爭論記]
조선후기, 한글수필. 몇 가지 문헌에 전하고 있으나, 《망로각수기(忘老却愁記)》에 수록된 것이 가장 자세하고 정확하다. 규중 부인들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침선의 7가지를 의인화(擬人化)하여 인간사회를 풍자한 것이다. 그 칠우(七友)는 세요각시(細腰閣氏:바늘)·척부인(尺夫人:자)·교두각시(交頭閣氏:가위)·울낭자(?娘子:다리미)·청홍흑백각시(靑紅黑白閣氏:실)·인화낭자(引火娘子:인두)·감투할미(골무) 등이다. 특히, 감투할미가 세요각시와는 다르게 규중부인들의
총애를 받는 것은 이 세상의 처세술에 대한 은근한 풍자를 나타내며,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신변의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점이
흥미롭다.<네이버 백과사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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