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쌩얼이 떴다'는 기사가 일부 매체에 실렸다.

곤충 이름을 지닌 남성 희극인이 '쌩얼'을 내세웠다, 이렇게 나는 알고 있다. 그게 아니면, 말고!

중요한 건 '쌩얼'이란 신조어, 유행어가 '떴다'는 거다.

  '쌩얼'얘기를 하려 인터넷 잠깐 둘러보니 관련 내용이 무척 많았다. 인터넷과 스포츠신문처럼 별 거 아닌 얘기 그럴듯하게 덧씌워서 펼쳐내는 곳에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피부과와 화장품 광고에도 '쌩얼'은 빠지지 않았다. 경제신문과 중앙일간지도 쌩얼,쌩얼,쌩얼을 드러내놓고 써댄다. 따옴표로 살짝 덮기는 했지만 말이다.

  '쌩얼'이란 말, 절대 쓰지 말자는 거 아니다. 말은 우리 삶을 담아내는 그릇, 시대 흐름을 비춰내는 거울이니까.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격에 안 맞는다'며 제 모습이 아니라 우기는 것, 옳지 않다. 기왕이면 반듯한 그릇에 담고, 모습 제대로 비치게 평소에 거울 잘 닦는 게 좋긴 하다. 그래도 급할 땐 깨진 그릇, 얼룩진 거울, 쓸 데 있다. 그런 말 중의 하나가 유행어이다. 말을 하고 듣는 이들이 널리 쓰면 그 게 곧 그 유행어가 되고 시쳇말이 된다. 

  유행어(流行語) : 비교적 짧은 시기에 걸쳐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나 구절. 신어의 일종으로 해학성, 풍자성을 띠며 신기한 느낌이나 경박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표준국어대사전>

  그렇다. 유행어는 '짧은 시기'에 '풍자와 해학'이 담긴 '경박한듯 신기한 느낌'의 말이다. 대중연설이나 방송 따위에서 가려 쓸 말일 수 있지만 '금기어'일 수는 없다. 어쨌거나 말로만 듣던(?) '쌩얼 방송'을 나도 해봤다, 이 얘기를 하려 '일기'를 쓴다. '쌩얼 방송'이라....

아니, 생기 빠진 얼굴의 아저씨가 '쌩얼 생방송'을 했다고?

  어제(단기 4339년 8월 28일,월) 내 일정이 꽤 빡빡했다.

오전에 출근해 일상 업무 몇가지 처리(?)한 뒤 급하게 점심 한 술 뜨고 방화동 모처에 회의하러 달려갔다. 회의 마무리, 내쳐 달려 회사로 돌아온 시각은 방송 40분 전.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분장실로 향했다. 이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분장실에 '내 얼굴을 만져줄 이'가 아무도 없다. 드라마 '주몽' 녹화하는 날, 연기자가 많았다. 뉴스와 날씨, 이어지는 생방송 진행하는 후배들은 이미 분장 받고 있는 상태. 서로 눈치만 보면 '잠깐 기다리라'는 말만 남긴다.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일. 뉴스의 생명은 '기사'아닌가. 분장은 뒤로 미룬채 보도국 편집부로 발길을 돌렸다. 기자 리포트 읽어본 뒤 앵커멘트 정리하고 기사 훑어본 뒤 '의관 정제'하니 뉴스 시작 10분 전. 분장하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쌩얼 뉴스'를 감행하기로 했다.

  사실 '쌩얼'이 아니어도 '화장하지 않은 얼굴'을 이르는 말은 따로 있다. '민낯'과 '민얼굴'이 바로 그것이다. 사전에는 '화장하지 않은 여자 얼굴'이라 했지만, 세상이 바뀌었으니 남자 얼굴도 그에 포함시켜도 무방할 게다. '생얼굴'이나 '맨얼굴'도 사전에 올라 있음직한데, 그런 얼굴은 없다.

  접두사 '생-'의 여러 뜻 가운데  '가공하지 아니한'이 있다. 생가죽, 생맥주, 생모시 할때 '생-'이 그렇다. 접두사 '맨-'에도 '다른 것이 없는'의 뜻이 있다. 맨다리, 맨주멍, 맨땅(에 헤딩? ㅋ), 맨눈 따위가 그것이다. 그런데 '쌩얼'의 '원어격'인 '생얼굴','맨얼굴'은 왜 사전에 오르지 않았을까. 여러분은 그 까닭을 아시는가....

덧붙임 : 내가 한 '쌩얼 뉴스'는 엠비시 뉴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ttp://imnews.imbc.com/replay/nw1700/1431371_1574.html 

이렇게 '다시보기'조회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는 거, 처음 알았다~ ㅋ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