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금-지-화-케-목-토-천-해-명-카-제 2006.08.19

수-금-지-화-케-목-토-천-해-명-카-제

 

 

  뭔지 아실만 할 게다.

수금지화(케)목토천해명(카제).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이렇게 머릿자를 따서 외웠던 태양계 행성 아홉개에 괄호 안의 새 식구 셋을 더한 거니까. 엊그제 관련 기사를 보면서 머리 갸우뚱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모두 한자로 붙인 이름인데 생뚱맞게 '케레스'와 '카론','제나'는 뭔가. 이 같은 아쉬움과 궁금증에 답한 기사가 며칠 뒤 나왔다. 그럼, 그렇지. '완성도'와 '만족도'를 떠나 누군가 나서서 얘기할 줄 알았다. 다음을 보자.

 

     

김제완 과학문화진흥회장 제안

국제 천문 연맹이 케레스ㆍ카론ㆍ2003 UB313(일명 제나)을 태양계의 행성으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마련해 총회에 제출한 가운데, 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인 김제완 과학문화진흥회장이 3 개 행성의 새로운 이름을 제안해 눈길을 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케레스’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풍작의 여신 이름을 딴 것으로, 영어 단어 ‘시리얼’(곡물)의 어원이다. 김 회장은 “케레스는 곡물의 신을 뜻하므로, ‘곡신성’(穀神星)이라는 이름이 알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명왕성 주변에 있는 ‘카론’은 그리스 신화에서 죽은 자를 저승 세계로 인도하는 강의 뱃사공이므로 ‘사공성’(沙工星)이 적합하다는 것.

지난 2003년 발견된 ‘2003 UB313’은 발견자가 그리스 신화의 여전사인 제나로 불러 줄 것을 요청했으나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이름이다. 김 교수는 “이 단어는 이미 중국에서 발음을 따 ‘제나’라고 쓰고 있으므로 제나성(齊娜星)으로 부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소년한국일보, 2007년 8월 18일>

 

  한 노교수의 '제안'은 신선하다.

'전화국'이 'KT'로 '국민은행'이 'KB', '전매청'이 'KT&G'로 앞다투듯 이름 바꾸는 시대에 '케리스','카론'과 '제나'처럼 '멋진 이름'을 '곡신성'이니 '사공성'으로 하자는 게 신선해? 뭐, 이렇게 곱지 않게 여길 이도 없지 않긴 하겠다. 그래도 나는 신선했다. 아니, '항렬 맞춤'을 위해서도 적절한 제안이라 여긴다. 태양이 거느린 행성, 모두 '-성'으로 돌림자를 쓰는데 '늦둥이'라고 '튀는 이름'으로 부르는 게 마뜩찮은 것 또한 사실이니까. 곡신,사공,제나로 '확정'하는 것은 별개의 얘기로 접어두자.

 

  '행성' 얘기가 나오니 십여년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국제 미술전에서 큰 상을 받았다며 언론에 큼지막하게 보도된 작품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 - 그 한국인의 정신'을 알았을 때의 기억이다. 199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받은 작품. 얼마전 미국 대륙 횡단 열차에 설치미술을 시도한 전수천의 작품에 대한 아쉬움의 기억이다. '그 한국인의 정신'이란 부제를 달았놓은 작품 이름에 '혹성'은 걸맞지 않으니까....

  

 

  혹성(惑星)은 일본에서 쓰는 표현으로 우리 것은 행성(行星)이라 해야 맞다. 혹(惑,미혹할 혹)의 뜻도 미혹하지만, 한자 뜻과 토박이 말을 맞대놓고 따져보면 행성이라 해야하는 까닭이 분명해진다. 하늘에 붙박혀 - 가없는 우주 전체를 두고 보면 움직이겠지만 - 빛나는 별은 항성(恒星), '붙박이별'이라 하듯, 쉼 없이 돌고도는 '떠돌이별'은 행성(行星)이라 해야 제격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