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단기 4339년 8월 9일은 말복입니다.

복날 원기 채우려면 보양식 먹어야 한다는 게 우리네 풍습. 어릴때는 무심히 넘겼던 복날이었건만 언제부턴지 저도 복날 챙기며 살고 있습니다. 회사 다니다보니 '복날인데 삼계탕...'하는 동료들의 일깨움도 한몫하고 있지요.

  출근한 뒤 자리에 앉아 있으니 한 선배가 넌지시 말 건넸습니다. 복날인데, 보양식 함께 먹지 않으련? 고맙지만, 사양했습니다. '보양식'의 대표격인 개장국을 즐기지 않은 탓도 있지만 여유있게 점심 먹을 형편이 되지 못했던 까닭입니다. 드디어(?) 점심 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살롱 가실 분~'을 외쳤습니다. 이런, 아나운서국 사무실에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 옆에 선배하나, 앞자리에 후배 둘. 예서 말수는 없다, 다시 한번 '지하가서 점심 드실 분~'했습니다. 저 앞에 후덕한 여자 후배 한 명이 웃음으로 화답합니다. 고맙지요, 둘이 함께 구내식당으로....

  오늘 식단은 오골계(한식)와 찹스테이크(양식). 당연히(?) 한식 배식하는 줄에 섰습니다. 동행했던 여인네는 '복날, 오골계 먹는다'며 반기더니 슬그머니 양식 쪽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그 까닭, 아시겠지요?

   네, 오골계(烏骨-)는 말 그대로 까만색 닭입니다[달김니다]. 깃털도 검은색이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배식하는 이에게 물어보니 '선탠했나봐요~', 재치있는 한 마디로 동문서답(?)하더군요.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밥상에 오르기전 생존시 동족들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오골계 살갗은 검었습니다. 사진으로 확인하셨지요. 속살은 검지 않습니다. 뼈? 뼈도 검다했는데, 찬찬히 뜯어보니 뼈 자체가 검은 게 아니라 뼈을 둘러싼 얇은 막이 검은 거더군요. 오골계를 설명한 백과사전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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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는 동남아시아이며 체형과 자세는 닭 품종의 하나인 코친종(Cochin)을 닮아서 둥글고 몸매가 미끈하다. 인도차이나 동쪽에 널리 분포하는 특수한 닭이다. 한국에는 언제 어떻게 도입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일본에서는 독자적인 품종으로 잘 개량된 데 비해 한국에서는 아직 품종 개량과 보존이 불완전한 상태이다. 따라서 전형적인 부드러운 깃털을 갖추고 깃털이 다리와 발가락을 완전히 덮은 개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형체는 온몸이 흰색 혹은 검은색이고 깃털판이 가늘게 갈라져 있어 마치 비단실 같다. 머리는 작은 편이며 수컷의 정수리에는 어두운 보라색 또는 어두운 붉은색의 짧고 넓은 복관(複冠)이 있다. 한국에는 딸기 모양의 볏을 가진 수컷이 보통이지만 때로는 3매관 또는 장미관인 것도 있다.

다리는 짧고 바깥쪽에 깃털이 나 있다. 피부·고기·뼈 등이 모두 어두운 보라색을 띠고 뒷발가락 위쪽에 또 하나의 긴 발가락이 있어 발가락이 모두 5개인 점이 특징이다. 성질이 온순하나 체질은 허약하고 알을 낳는 개수도 적다. 고기는 민간에서 호흡기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약용으로 쓰인다. < 네이버 백과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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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날에 즈음하여 엠비시 구내식당에서 제공한 '인삼 오골계탕'. 함께 먹으러 간 여자 아나운서는 '칙칙한' 겉모습에 마음 바꿔 찹스테이크를 먹었다는 얘기. 그러고보니 십몇년전 비슷한 일이 떠오릅니다.

  그날 구내식당 메뉴는 삼계탕. 야, 삼계탕이다~하며 좋아라 함께 식당 갔던 동료 여자 아나운서. 삼계탕 잘 받아들고 식탁에 앉더니 고개 푹 숙인채 숙연한(?) 분위기 연출. 이어지는 한 마디, 재형씨 닭이[달기] 불쌍해요~ ㅠ.ㅠ

  이 얘기 실화 맞습니다. 그날, 저도 먹는둥 마는둥 서둘러  점심 마쳤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삼계탕 보고 '닭이[달기] 불쌍하다' 하니 이상하다? 삼계탕 한가운데 가만히 자빠져있는 닭의[닭에]모습 떠올려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털 뽑힌 닭, 두 다리를 가만히 앞으로 모은채, 아니 억지로 꼬인채 목은 잘려나가 없습니다. 그 모습, 보기에 따라 불쌍할 수 있지요....

  닭과 함께한 첫경험 - 이 글의 제목입니다. 제목에 충실한 마무리 해야지요.

닭에[달게] 모음이 이어지면 받침 'ㄺ'의 'ㄱ'을 연음해 발음하는 게 표준발음입니다. 닭이[달기], 닭의[달긔,달게],닭을[달글], 이렇게 해야 옳습니다. 달걀, 이것도 '닭의알[달게알]'이 변해서 생긴 말이겠지요. 기껏(?) '닭'의 발음 얘기하려고? 네, 맞습니다~ ㅋ

  이제 '첫경험'에 대해 해명하려 합니다.

삼계탕, 육개장('육계장'아닙니다)은 제가 즐기는 음식입니다. 개장국인 보신탕도 먹어본 적 있습니다. 근데, 오골계탕은 처음 먹었습니다. 거죽 검은 것이 속살은 희다, 고기맛이 일반 닭과 그리 다르지 않다, 겉 검고 속 흰것이 뼈 거죽 또한 검더라, 그리고 무엇이든 즐겁게 고마운 마음으로 먹으면 그게 곧 보양이다, 이런 걸 익히고 생각하며 먹었습니다. 네, '첫경험'은 바로 나이 사십줄에 오골계를 '처음' 먹어봤다는 겁니다. 닭살 돋으시나요? 으흐흐흐 ^^ . 끝.

덧붙임 :

'넌즈시'라 하는 이 있는데, 넌지시가 맞습니다.

'살롱'은 엠비시에서 구내식당을 이르는 '은어'입니다. 정동 사옥 시절(지금 경향신문 자리) 구내식당은 호텔 식당처럼 생겼었답니다. 그때부터 구내식당을 '살롱'이라 했답니다. 살롱(salon)을 '싸롱'이나 '쌀롱'으로 표기하는 거, 외래어표기법에 어긋나는 겁니다.

 선탠(suntan)도 '썬탠'이 아닙니다. 영어를 비롯한 유럽어를 표기할 때 된소리(ㄲ,ㅆ,ㅃ,ㄸ...)표기는 하지 않습니다. 서비스, 사이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복관(複冠)'은 일본에서 건너온 혐의가 짙습니다. 국어사전에 오르지 않은 낱말이군요. 닭이 머리에 이고 있는 것은 '볏'이라 합니다. '닭벼슬'이 아닙니다. 볏을 한자로는 육관(肉冠)이라 하네요.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