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이 어떤지 아는 이는 안다.워낙 '벌이는 거'는 좋아하는데, '정리하는 거'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다. 내 책상도 주인의 버릇을 그대로 안고 산다. 하나 둘씩 쌓인 서류며 잡동사니를 큰 맘 먹고 치우고 나면 며칠 뒤 '원상 복구'된다. '정리 잘 하는 사람이 성공 한다'는 데 나는 정반대로 살고 있으니....

  오늘은 집에 있는 내 책상 정리를 하려했다. 지금 정리 중. 아니, 정리하다 신문 쪼가리 하나 나왔기에 그 거 치우려 '일기'쓴다. 언제 나온 신문인지 확인할 길 없다. '필요한 기사'만 손으로 뜯어내  어딘가 쌓아놓은 게 이리저리 옮겨다니다가 책상위에 널려 있는 거다. 앞뒤로 돌려보니 2003년 여름쯤이 아닌가 싶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안내에 프로야구 중계가 담겨 있는 거 보면 그렇다. 어쨌든....

  '3년 넘은 신문 쪼가리'는 내가 글감으로 삼으려 뽑아 놓은 게 분명하다. 바둑 관련 기사인데 제목이 '기라성같은 기사들이 사스보다 무서워'니까. 그래, '기라성'을 꼬집으려 삼년을 묵혀둔 신문이다. 당시 세계를 강타한 사스(ST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때문에 아시아권 여행을 자제할 즈음의 바둑대회. 거기 일본 대표기사로 나온 조치훈 9단이 한 얘기를 제목으로 뽑았다.

  '사스보다는 기라성 같은각국 강자들이 더 무섭다'며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기라성(綺羅星)은 '빛나는 별'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가려써야 할 말이다. 그냥 '빛나는 별'로 바꾸려 애쓰지 말고 문장에 어울리는 비슷한 표현을 찾아 쓰면 된다. 외국어,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한다'며 '바꿔치기'만 하려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맞바꾸기'만 하려 하니 오히려 어색해지고, 그래서 '앓느니 죽는다'는 생각에 '그냥 쓰는 게 낫다' 쪽으로 생각이 흐르는 이들이 많은 걸 알기에 하는 얘기다.

  기라성같은 선배(선수) - 훌륭한, 대단한, 멋진, 빛나는....

  이렇게 말이다. 근데, '기라성'의 원뜻을 찾아보니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이라는 뜻으로, 신분이 높거나 권력이나 명예 따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나와있다. '사람이 모여있는 것'란다. 여럿이 한데 빛나야 어울리는 별, 그래 별은 어울려 있어야 제격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