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語運士 2006.05.17 어느 '다방 업체'에서 나눠 준 콩을 심었다. 심었더니 잘 자라더라. 하루가 다르게 덩굴 뻗으며 올라가는 게 기특하고 대견하더라. 이런 얘기 여러분께 한 바 있다. '콩 심은데 콩 난다'는 속담, 진리임도 알았다 ^^ 지금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있는 문화방송 건물 6층 아나운서국에는 '콩 나무'가 여러 개 있다. 적어도 이십여개쯤 되는 거 같다. 개인 책상 곳곳에 넝쿨 감아 올라가며 잘 자라는 '콩 화분'이 어디로 눈을 돌려도 눈에 띌 정도다. 근데, 잘 자라지 않는 콩을 보며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는 이가 있다. 선배 아나운서다. 선배의 안타까움은 곳 내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성장이 더딘'이유를 찾아보니 심을 때 잘못에 있는 듯 했다. 콩심은 데 콩 나는 거 맞지만 제대로 심어야 잘 나는 거란 진리도 확인한다. 언어운사(言語運士). 아나운서를 가리켜 이르는 말이다. '말을 잘 다루는(다루어야하는) 사람'이란 뜻을 담고 있는 조어다. 사전에 안 나오는 '신조어'지만 요즘엔 제법 널리 쓰이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다. 아나운서는 언어운사여야 한다. 새내기 아나운서의 발랄함도 자기 뜻을 말로 제대로 담아내야 빛을 발한다. 수십년 내공 쌓은 대선배는 후배들에게 언어운사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오늘, 점심 먹고 방에 들어오니 '성장 더딘 콩'을 키우는 선배가 한 말씀 한다. 어허, 참.... 이 콩이 안쓰럽네. 참, 마뎌.... 귀가 번쩍 띄었다. 마디다? 언제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말, 부리나케 사전을 찾았다. 아, 맞다. 이럴때 딱 들어맞는 살가운 표현, 마디다. 마디다〔마디어[????어/????여](마뎌), 마디니〕 1.쉽게 닳거나 없어지지 아니하다. ??비누가 마디다./불꽃도 화려하지만 장작보다 훨씬 마디게 탈 뿐 아니라 불길이 두서너 길씩 치솟아….≪이문구, 으악새 우는 사연≫ 2.자라는 속도가 더디다. ??나무가 마디게 자라다. <표준국어대사전>'콩이 떡잎부터 작게 나오더니 자라는 속도가 무척 더디다'는 뜻으로 한 얘기에서 또 하나 배웠다. 선배 아나운서의 말 한마디는 후배에게 가르침이 된다. 선배 아나운서는 언어운사(---士)이며 후배에겐 언어운사(---師, 스승 사)이다. 그러고 보니 엊그제가 스승의 날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