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외교 실무책임자가 만나 여러차례 협상했단다. '뉴스'기준으로 보면, '일촉즉발'에서 '협상 진행'과 '협상 결렬'을 거쳐 '극적타결'로 일단 마무리 되었다. 저녁무렵엔 '결렬'이었던 게 '뉴스데스크'에선 '타결'로 전해졌다.

   어제(4월 21일,금) 라디오 뉴스에도 관련 내용이 머리기사였다. 보도국에서 나온 기사 초고를 보니 '한국식 지명'이란 대목이 눈에 띄었다. 한국식 지명? 영국식, 미국식, 일본식 지명과 더불어 한국식도 있다. 이런 느낌이 들었다. '쟁점'은 '국제 기구에 등록된 수역 이름이 일본식이니 한국식도 등록하겠다'는 내용이다. '일본 측은 IHO 해저지명소위원회에 한국식 지명 등재를 포기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다가 등재 연기 수용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는 대목만 보면 그렇다. '등재 포기' 주장에서 '등재 연기' 수용한 게 '타결'의 결론 쯤 된다.

  딴 얘기 하려는 거 아니다. 외교적 표현의 섬세함과 정교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도 '한국식 지명'엔 유감 있다.

  1. '경성'이나 '한성'의 한국식 표기가 '서울'인가? (답) 아니다.

  2. '-식(式)은 '오리지널' 한국 표현인가? (답) 아니다.

  1번엔 긴 설명 필요없다. '한국식 지명 등재'는 '한국-일본 지명 동시 인정'의 다른 표현이다.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그럴 수 있다? 그럴지 모른다. '복잡미묘'한 사안일테니까. 근데, 이 '복잡미묘'함을 일반 시민에게 전할 뜻은 별로 없는 거 같다. 정부는 물론 언론도 말이다.

  2번엔 긴 설명 필요하다. 구구절절, 듣고 보면 맞는 거 같지만, '도대체 어찌하오리까~'란 탄식도 나올 법한 내용이다. 작고한 이오덕 선생의 '-식(式)은 일본표현의 잔재로 쓰지 말아야 한다'는 한마디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쓰지말자! 이런 주장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일제가 이 땅, 우리에게 남기고 간 찌꺼기를 모두 솎아낼 수는 없는 일이니까. 개개 낱말, 표현을 미주알고주알 트집 잡으면, 우리가 쓸 말은 슬프게도(?) 별로 없다. 연애, 사회, 회사, 물리... 따지고 보면 다 '일본식 한자'이다. 아, '일본식'의 '-식'도 일본어 찌꺼기다. '일본식 표현 순화'란 말을 그래서, 나는 쓰지 않는다. '일본어 찌꺼기 솎아내기', 이렇게 한다. 뭐든, 할 거면 '원칙'부터 알고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에휴, 어쨌든....

  한.국.식.지.명.

  곱씹어 볼 표현이다. 외교적이든, 정서적이든....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