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1번지 여의도' 2006.04.08 며칠전 한 일간지에 '정치 1번지, 금융 1번지, 맛 1번지 여의도'란 기사가 실렸다. '너나 가져라~'해서 '여의(汝矣)도'라 했다는 섬. 그 곳이 정치-금융-맛에 있어 '1번지'란 얘기에 일부 동의한다. 국회의사당이 있고 동 단위로는 유일하게 세무서도 있다. 대한민국의 은행,증권사는 빠짐없이 들어와 있는곳. 단독주택은 한채도 없는 아파트 촌. 연휴때는 '유령도시'처럼 스산함이 느껴지는 곳. 끼니때 되면 '맛있는 집'엔 줄서고 그 옆집은 파리 날리는, 음식점하며 살아남기 어려운 곳. 이런 곳이 바로 여의도이다. '맛1번지' 여의도에 대표 맛집 열 곳을 소개한 기사를 따라가보니 거의 내가 가본 곳.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듯, 입소문이 나를 빼놓고 갔을리 없다는 걸 확인했다. 63빌딩 뷔페식당(다양한 메뉴), 하노이의 아침(베트남 쌈), 서글렁탕(양념 삼겹 구이), 상은 북엇국(카드 안 받는 곳?), 주신정(적량 제공), 진주집(걸쭉한 콩국수, 텁텁함~), 몽대(주꾸미의 모든 것).... 여의도에 오면 한번쯤 들를만한 곳이다. 내가 보증한다. 나머지 세곳 - 안동국시(내 취향 아니다), 유가원(국회앞, 멀다. 비싼 한정식집), 진용이랑 포차(회사에서 멀다)는 가보지 않은 곳이다. 맛집으로 꼽은 마지막 한 곳, 진용이랑 포차(포장마차)의 인기메뉴는 '떡볶이와 어묵'이라고 기자는 쓰고 있다. '어묵 국물에는 홍합이 빠져있다'는 표현도 나온다. '그래서인지 국물 맛이 일반 어묵과는 전혀 다르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 '떡볶이와 어묵'이라 한 이유, 뭔지 아실 게다. 그렇다. '오뎅'은 일본말이니 공식적으로 쓰면 안되는 표현이다, 이런 뜻이 드러난 거다. 노래 '떡볶이와 오뎅'이 방송금지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오뎅은 방송과 신문에 나오면 안되는 표현인가? 아니다, 나는 이렇게 잘라 말한다. 오뎅을 어묵으로 '순화'해 쓰고 '꼬치(안주)'로 다듬어 표현하자, 이런 요구도 못마땅하다. 오뎅은 일본 음식이다. 이십세기 초중반에 '뼈 아픈 과거'를 내세워 음식 이름까지 바꾸자는 거, 문제 있다. '우동은 가락국수라 하자'는 것도 같은 이유로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오뎅은 '다시마와 무, 파 따위를 썰어 넣어 간장 등으로 양념한 국물에 어묵을 넣어 끓인 음식'이다. 오뎅과 어묵은 같은 게 아니다. 오뎅은 스파게티나 피자, 스테이크와 같은 외래어. 이탈리아나 미국, 프랑스 음식 이름과 달리 볼 일 없다. 그렇다. 사실이 그렇다. '오뎅은 대중매체에 올리면 안되는 낱말'이란 것도 근거 없다. 국립국어원이 내놓은 '일본어 잔재 순화집'을 보면 '오뎅은 꼬치(안주)로 바꿔 쓰는 걸 권장'할 뿐, 절대금기어로 삼지 않았다. 선무당처럼 '오버'하지 말자. 엉뚱한 잣대로 마름질해 만든 옷, 입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바른말 가리려면 잣대부터 발라야 한다. 치열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칼날도 바로 벼릴 수 있는 거다. 그래도, 일본말은 일본말! 어찌 과거를 잊고 오뎅을 쓰라 하느냐, 호통치는 이 있을 법하다. 백번을 양보해 그 뜻 옳다치자. 그럼, 짬뽕은 어찌할 건가. 내 생각엔 오뎅이나 우동보다 더 '심각'한 게 짬뽕이다. 짬뽕이 뭐, 어때서? 다음에 '짬뽕이 뭐기에'를 얘기하자. 끝. 덧붙임 : 굵은 글씨 풀이하자. '부페'가 아니라 '뷔페'가 외래어표기법상 맞다. '북어 + 국'은 한자어와 토박이말이 붙은 합성어에는 사시시옷을 넣는다는 규정에 따라 '북엇국'으로 하는 게 맞다. 신문기사 원문에는 '북어국'으로 나왔다. '오뎅 = 어묵'이 아니란 거, 먹어본 사람은 다 안다.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