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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10시반, 현장에서~ |
2006.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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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롯데월드에 갔다. 공짜, 무료공개라 해서 달려간 거, 아니다. 지난주 내 여식과 손가락 걸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아빠 다음 일요일에 롯데월드 가자, 그래 그러자! 그랬으니까.
어젯밤 '약속'을 위해 롯데월드 홈페이지를 찾았다. 개장시간은 언제며 할인카드는 무엇이 있는지 따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일곱밤을
설??을 딸은 어젯밤 이른 아침에 아빠 깨우겠다는 다짐을 여러차례 하고서 잠자리에 든 뒤였다. 롯데월드 홈페이지, 열리지 않았다.
이달 초 '놀이기구 탑승자 사망사고' 여파로 '자숙 중'이라 지레 짐작했다. 에이, 그냥 가지 뭐.... 그리고 나도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아침. 아빠 깨운다던 그 시각, 정확히 아침 여덟시에 딸은 나를 깨웠다. 아침부터 서둘러(?) 다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팝업창이
뜬다. '일주일 동안 무료 입장'이란 공지. 개장시각은 아홉시 반. 할인카드가 뭔지 챙기려 했던 내가 머쓱해졌다. 사람이 무척 많을텐데,
이런 걱정은 그냥 걱정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철 타러 나갔다. 전철역은 바로 집 앞. 세 정거장만 가면 잠실역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표를 끊으려 매표소에 가서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어린이표를 끊는 나를 보더니 매표원이 한마디 한다. 롯데월드 가시게요? 못
들어간다는데, 삼만 오천명 다 찼데요....
개장한지 불과 한시간여만에 꽉 찼단다. 믿기지 않았지만 딸아이와 '약속'은 약속이다. 일단 갔다가 사람 많으면 딴 데 가자, 제안하고
동의를 얻은 뒤 전철을 탔다. 분위기(?) 심상치 않다. 승객 평균 연령 십오세쯤 된다. 잠실역에서 우르르 함께 내린다. 말 그대로
'인파'가 출렁인다. '헛걸음'임을 예감했다. 놀이공원이 가까워지면서 '이미 만원, 입장불가'임을 거듭 확인한다. 뉴스에서 보듯
'아수라장'은 아닌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발길 돌려야지. 돌아오는 전철 입구, 개찰도 안하고 그냥 통과시킨다. '사고'를 우려한
지하철 공사의 조치였다. 갈 때 전철비 1250원(어른 800원 + 어린이 450원)만 들이고 '사람구경'확실히 했다. 딸 아이가
신기해 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난생 처음 봤으니까.

집에 돌아와 차를 꺼냈다. '딴 데'로 갔다. 과천 서울랜드. 예술의 전당 갈때마다 그 땅 밑에 웬 굴을 팠나 싶었는데, 그게 서울랜드
쪽으로 가는 우면산 터널이었다. 통행료 이천원. 터널 덕에 빨리가고, 비교적 수월하게 주차하고 입장했다. 딸아이는 무척 즐거워했다.
뛰고 놀고, 놀이기구 골라타며 표현 그대로 깡충깡충 뛰어 다녔다. 사람 많이 늘어선 놀이기구는 '타지 말자'며 아빠를 배려하는(?)
여유까지 부렸다. 해질녘, 서울랜드를 나섰다. 경마공원에서 쏟아져 나온 차들과 엉키긴 해지만 그럭저럭 큰 고생없이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롯데월드 사건'을 들었다. 십만명이 몰렸고, 다친사람이 수십명. 새벽부터 롯데월드 근처엔 인파가 몰려들었다는
얘기까지....
'회사측의 방비 소홀'을 꾸짖은 진행자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
'방비'가 아니라 '대비'라 했어야 했다. '밖에서 쳐들어오거나 피해 주는 것을 막기 위하여 미리 지키고 대비함<표준국어대사전>'이
방비 아닌가. 롯데월드 측이 '고객을 만만히 생각했다'는 걸 염두에 두고 한 말일까? 그 건 아닐 게다.
이른바 '방송인'임을 내세워도 '방송(진행) 비전문가'임을 드러낸 방송 진행자는 여성 개그맨. 급히 쓰느라 정신 없었음직한 작가의
'어휘력 빈곤'도 한 몫 했으리라 짐작한다. 프로그램 첫 인사로 꺼낸 '롯데월드의 소홀한 방비 운운....'은 대본 쓴 작가(피디)와
'원본에 충실'하게 읽은 진행자의 합작품인 셈이다.
'롯데월드 소동'을 겪은 뒤여서 인지 서울랜드의 장점이 느껴졌다. 서울랜드에 있는 놀이기구는 쉰 한개. 안내서를 뒤적여 내가 헤아린
개수이다. 그 중에 영어 이름은 열네개, 나머지 서른일곱개는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우리말이었다.
지구별, 급류타기(후룸라이드), 박치기차(범퍼카), 개구쟁이 열차, 팽이 그네, 코끼리 비행기, 도깨비
바람....
내 머릿속에 롯데월드, 에버랜드의 놀이 기구 이름이 겹쳐 떠올랐다. 어린이에게 꿈과 용기와 ?a움을 안겨주는 놀이동산의 놀잇감 이름.
주최측이 아니라 소비자, 고객의 눈높이로 붙이는 게 옳다. '별 거' 아니지만 '딱 들어맞는 이름'찾아 짓느라 애썼을 서울 랜드의
마음가짐이 새삼 고맙다.
덧붙임 : 굵은 글씨로 새긴 낱말에 보충 설명 붙이려 한다.
* 깡충깡충 - '깡총깡총'이 아니라 깡충깡충이 맞다. 어문 규정은 일부 '모음조화가 깨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았다.
오순도순도 같은 경우다.
* 후룸 라이드 - '플룸 라이드'라 써야 외래어 표기법상 맞다. (급류가흐르는) 가파른 골짜기, 용수로를 뜻하는 영어
Flume과 ride(달리다)의 합성어.
* 개구쟁이 열차 - 몇년전 서울랜드에 갔을 때는 '개구장이 열차'였다. '-장이'는 '그것과 관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개구쟁이, 멋쟁이, 깍쟁이, 겁쟁이, 난쟁이 처럼 '그것이 나타내는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가 '-쟁이'다. 개구장이가 아니라 개구쟁이가 맞는데요, 이렇게 그 쪽 관계자에게 정중히 한마디 했던 일이 떠오른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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