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네 소나무? 2006.03.23 재탕입니다. 아나운서 홈페이지에 딸린 '강재형 칼럼'에 올렸던 글, 퍼 나릅니다. 아랫글 '물 마시지 맙시다'에 붙은 댓글에 '억지춘양'이라 했기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리말'로 엮어 봅니다. 옛날 얘기, 이렇게 읽어도 재밌을까요? 한번 보시지요~ 옛날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있었던 일이라고 전하여지거나 있었다고 꾸며서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 ≒고담2(古談). 발음은 [옌:날리야기](표준국어대사전)'가 옛날이야기이다. 어릴 때 옛날이야기 듣던 기억을 떠올리며 입가에 빙긋이 웃음 짓는 이가 있음직도 하건만 예전의 그 옛날이야기를 재미있게 듣는 요즘 아이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옛날이야기를 '할 줄 아는' 어른도 없기는 마찬가지고. 이번에는 잊혀진 옛날이야기, 그리 멀지 않은 옛날 이야기를 하려한다. 정확히 말하면 '민간어원설(民間語源說')에 대한 얘기일 뿐이지만. 그 '설'은 다음과 같다. 설(說) 하나. 변학도가 있다. 나쁜 사람이다. 가렴주구(苛斂誅求)하는 탐관오리(貪官汚吏)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진짜 나쁜 이가 된 건 착하고 예쁘고 순진하기 그지없는 춘향에게 수청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수청을 들라해도 꿈쩍 않는 춘향이. 그래도 '의지의 조선인' 변학도는 억지를 부리며 수청을 강요했고 여기서 나온 말이 '억지춘향'이다. 설(說) 둘. 나랏님 사는 대궐이나 대감 댁 짓는 데 쓴 소나무로 금강송을 으뜸으로 쳤다. 금강산을 비롯한 태백줄기에서 많이 나 금강송이라 이르는 나무다. 이 나무가 벌목돼 팔려나가는 곳이 춘양역(春陽驛)이다. 그래서 흔히 금강송을 두고 춘양목이라 이름 붙였고 그 바람에 가짜 춘양목(보통 소나무)도 진짜로 둔갑해 많이 팔렸다. 춘양목도 아닌 것이 억지로 춘양목인양 행세해 팔린 걸 두고 '억지춘양'이란 말이 나왔다. 설(說) 셋. 때는 일제 강점기.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금정금광이 있었다. '짚신 신고 지나도 신발에 금조각이 박혀 나왔다'할 만큼 금이 많이 나던 곳이다. 일본인이 춘양서 나는 금을 수탈해 가려고 철도를 춘양까지 빙 둘러놓는 공사를 시작했다. 두 차례나 공사가 중단 된 끝에 '억지로 춘양까지 철로를 놓으면 변란이 생긴다'는 말이 돌면서 '왔네 왔네 억지 춘양 나 여기 왔네....'라는 '억지춘양'이란 구전민요가 나왔고, 이 말이 널리 퍼진 게 '억지춘양'이다. 이밖에 몇 가지 이설(異說)이 있기는 하지만 무시 할 만한 작은 차이만 있을 뿐이다. 요는 '억지춘향'과 '억지춘양' - 둘 중에 어느 것을 '오리지널'로 볼 것이냐 이다.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원본의 무게는 '억지춘양'에 실린다. '억지춘양'이 인구에 회자되면서 춘향전의 '유명세' 탓에 '억지춘향'으로 바뀐 게 아닐까. 무심히 써왔던 억지춘향이 사실은 억지춘양이란 얘기다. 아나운서는 이래저래 만물박사가 되어야 하고 별 것에 다 꼼꼼히 신경 써야 하는 직업이다. 말에 관해서는 특히 그렇다. 남들이 쓴다고 그저 받아쓰는 '무심함'은 그래서 늘 경계해야 한다. 아나운서가 갖춰야 할 요소인 신언서판(身言書判)의 기반은 '바른 우리말 쓰기'에 있다 -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건 억지춘양이야'하며 되받는 이가 없기 바란다. 덧붙임 : '가렴주구'와 '탐관오리'는 일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표현이다.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어들이고, 무리하게 재물을 빼앗음', ' 백성의 재물을 탐내어 빼앗는, 행실이 깨끗하지 못한 관리'를 각각 이르는 말이다. 말은 쓸모없으면 사라진다. 요즘 가렴주구하는 탐관오리가 있으면 '조류 독감' 걸린 '오리 농장'의 재물 조사(?)시키면 되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