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외정음, 훈맹정음 ^^ 2006.03.12 얼마전에 '혼외정음'아니 '훈외정음'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한국에 들어와 사는 외국인이 우리 한글 자모에 '특수문자'를 덧붙여 만든 기발한(?) 외래어 표기법 얘기였다. 훈외정음을 알게 될 즈음 뜻깊은 '정음'을 하나 더 만났다. 아니,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몰랐던 것, 이 게 맞는 표현이겠다. 훈맹정음이다. '맹'은 맹(盲)이다. 시각장애인, 한자로 표기하면 '盲人'을 위한 우리글 표기법이다. 한발 더 나아가면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게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점자 찍고 해독하는 일은 장애인만이 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맹정음을 제대로 만난 것은 지난 겨울, 여의도 엠비시 현관에서였다. 시각장애인 단체에서 '점자 홍보'를 하는 이들을 만났다. 내 목소리만 듣고 누군지 알아채는 시각 장애인. 청맹과니처럼 두눈 뜨고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나보다 낫다, 이런 생각도 했다. '홍보대사'의 보람은 대상자들이 관심 가져주는 것. 그들의 보람을 위함보다는 내 호기심이 그냥 지나치게 하지 않았다. 찾아가서 인사하고, 격려도 하고(?), 고마운 뜻도 전하며 '점자 명함'과 '점자 명찰'도 받았다. 왼쪽부터 읽으면 '강재형'이 된다. 나는 점자를 '손가락으로 훑어'인식하지 못했다. 몇번을 해도 그 느낌이 그 느낌. 그냥 까끌한 점들이 튀어나왔다, 이것 뿐이었다. '점자 교재'를 되짚어 읽으며 '눈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회사 신분증에 덧씌워 붙인 점자 이름. 시각 장애인을 만날 때 '강재형입니다'보다 점자 신분증 내밀어 소개하면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우리글, 한글이 없으면 지금 대한민국의 문자생활은 어땠을까. '이두'나 '구결'처럼 한자를 바탕으로 한 글을 쓸지 모른다. '영어광풍'에 맞춰 로마자(a,b,c,d....)로 'AnNyongHaSeYo(안녕하세요)'했을지도 모른다. 우리글이 있다는 거, 고맙게 생각하자. 게다가 '세계 최고의 문자'로 공인된 글 아닌가. '훈맹정음'이 있다는 것도 고맙게 생각하자. 우리하나 시각장애인 30만명(추산)에겐 유일한 우리 문자다. 우리 모두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참 좋 은 당 신 ○○●○○○ ○●●○○○ ●○ ○●○○ ○○●● ○●●○●○ ○○○○○● ○● ●○●● ○○●● ○●○●○● ○●●●●● ●● ○○●● ○●●○ .끝. 덧붙임 : 이웃을 위한 일은 얼마든지 있다. '공익광고'의 그것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시간은 하루에 1분이면 충분할 수도 있다.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낭독'이 그중 낫지 않을까 싶다. 여러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