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교육방송, 제대로 하자 2006.03.11

토요일 낮, 나른한 시간이다. 황사가 몰려왔다기에 바깥 출입도 삼가며 지내는 시간. 텔레비전을 켠다. 지상파 3사 모두 낮뉴스를 한다. 머릿기사는 '황사 주의' 얘기다. EBS 교육방송에선 요리만드는 프로그램을 한다. 요리전문가와 '짧은 아나운서 생활' 덕(?)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자리잡은 여성진행자가 나선 프로그램이다. 일본음식을 만드는 시간. 초밥과 일본된장(미소)를 풀어 만든 고등어 찜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다싯물' 만드는 법이 나온다. 요리사도 진행자도 다싯물 타령이다. 큼지막한 '다싯물'자막도 화면에 뜬다. 방송에서 소개한 '다싯물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다시마는 흰가루가 붙어있는 것을 고른다, 그게 좋은 다시마다. 찬물(이럴때는 '냉수'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냉수=찬물'이지만, 고유어와 한자어의 어감은 분명히 다르다)에 다시마를 한시간 쯤 우려낸 뒤 팔팔 끓인다('?J인다'도 우리나라에선 여러 방법이 있다. 한소큼,팔팔....). 5분쯤 끓인 뒤 다시마를 건져내 '가쓰오부시'를 넣어....

'다싯물'은 공중매체에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더욱이 '교육방송' 아닌가. '다시'는 일본의 '양념국물'을 뜻하는 말이다. 다듬은 우리말은 '맛국물'이다.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이니 '다싯물'이 되지 않을까? 그러려면 '다시마물'이라 해야 한다. 미역을 우려낸 물을 ''밋물'이라 하지 않으니까.

'다시'는 요리에 자주 나오는 말이다. 우동이나 오뎅 따위의 일본 음식이 아니어도 '다시'란 표현을 한다. '다시', 다시 쓰지 않으면 좋겠다.

덧붙임 : 케이블 방송은 물론 지상파, 특히 공영을 내세운 방송의 우리말표현 수준은 '기대이하'다. 방송에 몸담고 있는 내가 '내눈의 들보는 보지 않고 다른 이의 띠끌을 탓하는 거', 욕먹을만한 일이다. 매체 특성상 교육방송은 다른 방송에 비해 그나마 낫다. 그래서 '다싯물'이 더 아쉬운 지 모른다. 게다가 '전문가가 나서서 진행하는 대본에 충실한' 프로그램이었기에 더더욱....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