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성공, 감량했다? 2006.03.07 님은 떠났다. 모처럼 큰맘 먹고 낸 휴가. 서울 밖의 바람 쐴까 싶어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여기를 갔다가 저리를 들러 다시 서울로. 내가 떠난 곳도 서울, 돌아온 곳도 물론 서울이다. 서울이라.... 어쨌든 님은 떠났다. 모든 게 내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듯, 님도 그렇게 떠났다. 아니 떠나보냈다, 이게 맞는 표헌이리라.... 생뚱맞게 웬 님? 그래, 뜬금없이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다, 나는 지금.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려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학창시절 줄줄 외우듯 읊었던 시, 님의 침묵. '님'을 떠올리며 제일 먼저 떠오른 시가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다. 시는 그냥 시일뿐인데, 학교 다닐때는 참 많이도 '분석'을 했다. 님은 부처님이기도, 연인이기도, 조국이기도, 절대자이기도 하다. 뭐, 이런 분석이다. 글쎄, 모르긴 몰라도 만해도 '님'이 누군지 모르지 않을까, 싶다. 내 님은? 하느님, 부처님, 연인, 조국, 절대자, 그리고 우리말? 그 또한 나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얼버무리며 넘어가자. 님이라....ㅋ 분위기 바꾸자. 어제 오늘 '따뜻한 남쪽'을 다녀왔는데, 봄은 왔다는데 바람은 차갑다. 그래서 '춘래불사춘'이란 말도 떠오른다.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 오랑캐 땅에는 꽃도 풀도 없으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이 와도 봄같지 않구나 원문에 담긴 내연의 뜻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봄이 왔지만, 봄은 아니네~ 그래, 그런 뜻만 담긴 게 아니다. 일체유심조, 이 것도 곱씹어볼 대목이 바로 지금이다. 진짜 분위기 바꾸자. 내가 오늘 할 얘기는 다이어트와 감량에 대한 거다. 먼저 '다이어트'부터. 다이어트는 '식이요법'이나 '음식조절'을 이르는 말이다. 먹는 거 줄여서, 먹는 거 챙기는 걸 다이어트라 한다. 주로 살빼기 위해 따져 먹는 거(또는 안 먹는 거)를 뜻한다. '나 다이어트 중이야'는 곧 '먹는 거 조절해서 살 빼려 한다'는 뜻이다. '너 다이어트 했니'는 '너 살뺐니'와 한 뜻이 아니란 얘기다. 북한에서 살빼기는 '살까기'라 한다. 대개 '얼굴이 안 됐다','몸 많이 상했다'는 표현으로 부정적인 뜻을 담아 하는 얘기다. '감량'은 말 그대로 '양을 줄이는 것'이다. 원 뜻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살빼기'와 동의어로 통용된다. 체중 감량, 쓰레기 감량, 포장 감량.... 이렇게 쓴다. '님'을 떠나보내고 탄 지하철. 망연한 눈길에 성전환 연예인 하리수가 눈에 들어온다. 오해하지 말자. 그가 내 '님'은 아니니까 ^^ 아무튼, 하리수가 가운데 선 기차안 광고는 '살빼기 업소'의 '실적'을 내세웠다. 한달 새 - 15kg 감량, 두달에 -10kg 감량.... 이십대부터 사십대 여성의 사례를 들어 '당대 최강 살빼기 요법'임을 주장했다. 살빼는 게 건강을 위해서라면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근데 엉뚱한 데서 마음이 불편해졌다. '마이어스 10킬로그램 감량'이라면, '마이너스 감량'이라면? 결과적으로 '살찌우기'가 된다. 그냥 '10kg감량'이나 '-10kg'했으면 좋았을 걸, 싶었다. 아무려나 누가봐도 '살빼기 광고'임을 모르지 않으니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겨도 될 일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님'을 떠나보냈다고? 그래, 살아있으면 다시 만나(찾)겠지만, 그렇긴 하다. '님'이라.... 우리가 두루 쓰는 '님'은 '임'의 옛말이다. 그래서 만해가 지금 시를 썼다면 ('시적자유'가 있긴 하지만)'임의 침묵'으로 했을 거 같다. 덧붙임 1 : 몇 달전 사 놓고 꺼내 읽지 않았던 책을 어제 오늘 읽었다. 제목은 '우리말의 탄생'. 거기도 '님'을 그리는 이들이 많이 나왔다. '등장 인물'에 만해는 나오지 않는다. 덧붙임 2 : 대문에 걸린 인사말에 '초심'얘기가 있다. 얼마전부터 내 초심을 챙기려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내가 떠나보낸 '님'도 초심과 무관하지 않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