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사? 2006.02.27 ㅈ아나운서가 퇴근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오후 다섯시 이십 오분쯤의 일이다. 여섯시도 되기 전에 퇴근을? 다른이 보다 먼저 출근했으니 일찍 퇴근할 밖에. 아나운서에게 '나인 투 식스 Nine to Six'는 없으니까 말이다. 샛별 보고 출근해서 방송(업무) 때문에 오밤중에 퇴근하기도 한다. 그나마 퇴근 못할때도 있지만 ㅠ.ㅠ. 아무튼 ㅈ아나운서는 퇴근했다. '남이사'한 마디를 남기고. '남이사'가 뭐기에 되짚자는 걸까. 남씨 성의 이사?(엠비시 아나운서 가운데 '남씨'는 한 명도 없다) 상냥하고 지적이며 경박하지 않은 아나운서들이 퇴근 무렵 '남이사' 한마디에 얼굴 붉히기라도 했단 말인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정작 문제 아닌 문제는 ㅈ아나운서가 문을 나선 뒤에 일어났다. '남이사'를 두고 아나운서끼리 '설왕설래'한 다음 대화를 들어보자. 아나운서 1 : 남이사? 아나운서 2 : 그러게, '남이사' 써도 되나? 아나운서 3 : (사전을 찾는다) 여기 있네, '남이사' 사전에 있네 아나운서 1 : 무슨 뜻? 아나운서 3 : '남이야 뭘하든 무슨 상관이냐'는 뜻. 아나운서 0 : 그래, 사전에 진짜 나와? 아나운서 4 : 그럼 '남이사'도 표준어인가 보네. 방송에서 써도 되겠다 아나운서 2 : 그러네 아나운서 0 : 내 사전에는 없는데, 이상하다. 아나운서 3 : 어떤 사전? 아나운서 0 : 국립국어연구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 아나운서 3 : 그럼 그말 쓰면 안되겠다. 거기 없으면.... 아나운서 5 : (홀연히 등장) 뭐, '남이사'? 그거 '남의 사(私)생활','남의 일(事)'에서 온 말이잖아. 남의사 --> 남이사. 영어에도 비슷한 말 있잖아 (유려한 발음으로) It's non of your business (네 일 아니니까 신경 꺼라 <-- 해석이 번거로운 분을 위해 ^^*) 아나운서 1,2,3,4,0 : 그럴 듯 하네(끄덕끄덕) 아나운서 0 :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 본 뒤) 답 나왔다!! '남이사'는 '남이야 (뭐 하든 신경 쓰지 말아라)'의 경상도 사투리네. '내사','남이사'같은 뜻인데 (사투리 억양으로) 내사~ 남이사~ 맞지? 기가 막히신가? 기막히지 마시기 바란다. 아나운서들에겐 일상이니까 말이다. 표준어 규정을 포함한 어문규정에 어긋나는 표현이 아닌지 챙기는 일, 공권력의 발음이 인지 [공꿜력]인지 확인하는 일, 문장 구성이 제대로 된 표현인지 아닌지 꼼꼼히 따지는 일이 아나운서가 하는 '방송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중요한 업무이다. 우리말에 천착하는 게 아나운서란 얘기다. '돈 되는 일'도 아닌데 '설왕설래'하는 아나운서들, 속내를 들여다보니 쫀쫀하다고? 남이사!! 끝. 덧붙임 1 : '천착(穿鑿)'은 '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를 따지고 파고들어 알려고 하거나 연구함'의 뜻으로 썼다. 글(文語)로 쓰긴 했지만 방송언어로는 적당하지 않은 표현이다. 방송언어는 이해하기 쉬운 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덧붙임 2 : '쫀쫀하다'는 '소갈머리가 좁고, 인색하며 치사하다'는 뜻이다. 점잖은 자리에서 함부로 쓰기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덧붙임 3 : 공권력의 표준 발음은 이다. ------------ 또 덧붙임 : 위 글은 '강재형의 누리사랑방' 초창기인 지난해 5월에 쓴 글이다. '재탕'이다. 글머리의 '다섯시 이십오분....어쩌고~'하는 거, 그냥 뒀다. 당시 이 글을 읽고 댓글 단 이는 세 명. 켈리님도 그 중의 한 명이다. 경상도가 고향이라고 밝힌 '우리말사랑'님은 '맞다, 고향에서 그런 말 썼다'며 '지원사격'을 해주었다. 가끔 '재탕'할 예정이다. 이 곳의 역사(?)에 비해 '옛글'로 남는 게 적지 않은 듯 해서이다. 황반장님이 해결해준다 하긴 했는데....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