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래서 '문화의 기본'이며 '사고(思考)의 틀'이기도 하지요. 같은 표현도 나라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문화'의 차이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밥 먹었어?'라 물으면 어찌 답하시나요. 응, 아니.... 둘 중의 하나겠지요. 밥말고
국수먹었는데, 고기(스테이크?) 먹었어, 빵먹었거든, 이런 답은 다른 차원의 얘깁니다. 우리가 '밥 먹었니'하는 거는 '끼니 때웠니'란
물음이지요. 무엇을 먹었느냐는 질문이 아닙니다.
좀 다른 각도에서 '말'을 볼까요. 문화의 차이가 말에도 드러납니다. 주관적 표현과 객관적 표현의 차이도 있게 마련이지요. '동방(양)'은
유럽대륙을 기준으로 한 표현입니다. 유럽의 동쪽에 있는 나라, 그 게 동방이지요. 세계 지도를 함께 볼까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서기 1402년>
유럽에서는 '유럽 중심'의 이런 지도를 많이 씁니다. 가운데 유럽이 있고 아시아는 동쪽, 아메리카는 서쪽에 있네요. 중동(Middle
East), 극동(Far east)또한 유럽의 '세계관'이 담긴 표현입니다. 15세기에 우리가 만든 '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로 볼때와
많이 차이납니다.
지도를 통한 '세계관', 거기서 비롯한 지역표현만 봐도 말이 '사고의 틀'이며 '생각을 담는 그릇'인 거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엠비시 보도국에서 나온 '기사 원문'을 하나 보겠습니다.
'내일부터는 야생동물을 포획한 사람은 물론 이를 먹는 사람도 처벌됩니다.
정부는 야생 동물을 불법 포획한 사람과 이를 이용해 만든 음식물을 먹은 사람도....(중략)
.... 야생 동물임을 알면서도 이를 이용한 음식물을 먹었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2005년 2월 9일, 11시 32분 >
1. '포획한'은 어려운 한자어로 '잡은'으로 바꾸는 게 좋다. '야생동물을 잡은 사람', 이렇게....
2. '불법 포획'은 부당한 행위임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부당한 행위 이후 '이용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용(理用)은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물건을 이롭게 쓰거나 쓸모 있게 씀'이다. 그렇다고 '(음식물을 만드는데) 악용'이라 할 수도 없다.
3. '포획''이용'처럼 한자어를 쓰는 버릇을 버리면 된다. '조리하다(요리하다)'하면 어떨까.
기사 원문을 1,2,3번 처럼 다듬어야 반듯한 기사가 됩니다. 이른바 '중립적(객관적)'인 표현을 골라쓰는 것은 기사작성은 물론
일반 화법의 기본인 셈이지요.
'꺽지를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면....'을 제목으로 삼은 까닭, 아시겠지요 ^^
꺽지, 미라미 따위를 흔히 '잡어(雜魚)'라 이르기도 합니다. '잡어'란 얘기를 듣는 '꺽지'는 기가 막힐 겁니다. ㅋ
덧붙임 : 표현의 중립성, 객관성에 어긋나는 보기 몇가지는 다음에 또 살펴보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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