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보고 자신의 차에게 은밀히 말을 걸었던 경험은 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른바 ‘트랜스포머 증후군’이다. 더 무서운 것은 곧바로 제 정신이 들면 손발이 오그라들게 민망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내 차와 외계의 ‘비생물학적 금속 생명체’를 연결 짓는 상상력은 우리 인간에겐 당연한 본능의 일부분일지 모른다.

한 마디의 말로 핵심을 찌르거나 명쾌한 감동을 준다는 뜻으로 통용되나, 글자의 본뜻은 조그마한 쇠 조각으로도 사람을 죽인다는 뜻이다. 인간의 육체가 얼마나 나약한 가를 설명하는 바로 ‘촌철살인’ 그 자체다. 강인한 육체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이런 결핍의 자각에서 시작됐고, SF의 아버지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는 드디어 로봇의 상상력을 자신의 소설로 구체화시키기에 이른다. 그는 42년 단편 ‘Run around’에서 로봇공학의 3원칙(Three Laws of Robotics)까지 제시한다.
1.로봇은 인간에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  는 안 된다. 2.로봇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들에 복종해야만 하며, 단 이러한 명령들이 첫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 3.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만 하며, 단 그러한 보호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
이 ‘별 걱정 다 하세요’ 적 세심한 상상력은 그대로,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로봇 소년 ‘철완 아톰’으로 발전하고, 후에 그 유명한 ‘터미네이터’와 ‘메트릭스’까지 연결 된다. 그 사이 사이에 ‘철인 28호’ , ‘짱가’ ‘마징가 Z’, ‘간담’ 등의 거대 로봇이 등장했고, 사이보그의 존재론적 고뇌가 가득한 ‘공각 기동대’, 세기말적 공포 속에 최초로 유기체처럼 반응하는 로봇 ‘에반게리온’ 등의 걸작들이 나타난 건 물론이다. 그런데, 거기에 좀 특이 놈이 끼어 있다. 바로 ‘트랜스포머’다.

‘트랜스포머’는 말하자면 일종의 변종이다. 자동차와 로봇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장난감이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먼저 대히트를 하고, 그 아이디어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반대의 수순을 거친다. 순서야 어찌 됐든 로봇 계보 중 가장 독보적일 수 있는 결정적 이유는 이들이 금속 몸체면서 감정이 있는 외계 ‘생명체’라는 사실이다. 이번 영화에서 한 미군 병사의 다음과 같은 기발한 대사는 그래서 가능해진다. “우린 지난 2년 동안 피와 땀과 ‘금속 가루’를 함께 흘린 전우다.”  더구나, 그들은 순식간에 자동차나 비행기 등을 스캔하고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transform)한다. 영화 1 편에서 샘과 오토봇들이 처음 통성명을 하고 그의 집에 갔던 장면을 기억하시는가? 샘의 부모 눈에 띄지 않으려고 집체만 한 로봇들이 몸을 숨기려 애쓰던 모습은 영화사상 최초의 로봇 코미디였고, 들켰다 싶은 순간, 어느새 자동차로 변신해 시치미 떼고 있던 그들은 거대한 깜찍함 그 자체였다. 자동차 혹은 로봇, 아니면 각종 총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것이 아이들의 속성이라면 이 셋을 한 몸에 지니고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라면 이미 승부는 끝난 것과 마찬가지다. 수호신처럼 등 뒤에 버티고 선 거대 로봇의 위용이야말로 모든 인간의 로망인 것이다. 그들이 30여 년 간 엄청난 신도들을 거느리는 이유다.

‘옵티머스 프라임’. 그의 장렬한 전투씬은 정말 뭉클한 감동이었다. 브루스 리의 환생인 양 노란색 트레이닝복의 ‘범블비’는 여전히 재빠르고 강하며 이젠 충직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트랜스포머 증후군’을 일으키는 결정적 인물. 그 외 세다가 포기한 다른 로봇 캐릭터들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다양하다. 컴퓨터 그래픽의 그 경이로움은 어찌 말로 표현할까? 복잡한 기계장치의 세밀한 묘사에 완벽한 음영까지... 신 3D 업종 중 하나라던데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수고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익숙한 건 마이클 베이 감독의 슬로우 모션이고, 아쉬운 건 신선함을 잃은 메간 폭스다. 샤이아 라보프는 제 2의 톰 행크스라는 최초 평가를 굳히는 모습.

을 말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영화 길잡이의 자세가 아니다.
전편을 보지 않고도 영화는 즐길 거리로 차고도 넘친다. 보고 나면 1편이 정말 보고 싶어   지고 그렇게 보면 더 재밌다. 개봉 후 꽤 시간이 지나서 이 칼럼을 올리는 송구함을 무릅쓰고 아직 안 본 분들을 위해 드리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