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이 좋아서 좋겠어요. 음반 내자마자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앨범 판매순위 1위!
정말 좋아요, 다들 환영해주시고. 반응이 전람회 첫 앨범 낼 때와 비슷해요.

팬들이 정말 기다려왔던 앨범이라 그런 것 아닐까요?
시기가 좋았던 덕분이죠. 유희열씨가 음반을 내고 ‘오빠’들의 음악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 뒤에 제가 음반을 낸 거죠. 음악은 추억을 되살려주는, 기억을 불러오는 최고의 매체잖아요. 예전 노래 들으면 옛날 생각나는 것. 이번에 인터뷰 하는데 전람회 때부터 추억을 공유해온 세대들이 기자가 됐더라고요. 제 노래 듣던 시절 얘기하고.. 제 얘기보다 기자분들 얘기가 더 길었어요. (웃음) 모든 인터뷰가 그런 식으로 진행됐어요. 새 앨범 인터뷰인지, 친구들과의 수다인지 (웃음).. 오랫동안 꿋꿋하게 열심히 해왔구나.. 싶어 좋아요.

이번 앨범도 참 좋아요. 눈물 흘리던 마음이 위로 받는 느낌. 정말 이번 앨범 ‘최선을 다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얘기가 듣고 싶었어요. 내 진심을 알아주는 얘기잖아요.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그의 노래는 가사가 없어도 하고 싶은 말이 다 읽힌다. 아니 그가 우리의 감춰둔 속마음을 다 읽는다. 그 타고난 예민한 감성은 세월에도 빛바래지도 않는 걸까?
거스를 순 없어요, 세월을. 그런데 나이 30대에 20대 노래를 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요, 전. 단,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는 감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유학을 다녀온 것도 그 일환이죠. 여행도 많이 다녀요. 주변에 영화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것도 다들 영화 취향이 달라서, 예술영화부터 대중적인 영화까지 다양하게 즐기게 된답니다. 원래 영화를 보고 나면 그 감정에서 헤어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기사도 댓글도 다 좋은 얘기들뿐이던데 혹시 악평을 들어보신 적은 없으세요?
왜 없어요. 있죠. 인정할 부분도 있고 아닌 것도 있죠. 인정할 만한 평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고개가 끄덕여져요. 예를 들어 4집 때.. 다소 날카롭다는 평을 들었어요. 그 당시보다도 지금 4집을 들어보면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단 생각이 들어요.

앨범이 늘 성공을 거뒀던 그에게 새로운 앨범을 낸다는 것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무엇을 추구하느냐의 차이일거예요. 전 그냥 저 한 몸 추스릴 정도만 되면 되거든요. 회사에 미안하긴 하지만(웃음) 금전적인 욕심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부담은 덜하죠. 음반시장 불황이다.. 할 때도 그런 마음으로 넘겨요. 그런 부담을 갖지 않으니 더 제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게 아닐까요? 전람회 때부터 내가 내 맘에 드는 음악을 못 쓰게 되면 어떻게 할까가 오히려 고민이에요. 타협하고 싶지 않아요. 정말 그래야(타협해야)만 할 때가 되면 일을 그만 둘 겁니다.  

김동률씨 마음에 드는 음악이라...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거예요?
솔직한 음악이죠. 유행이라서 하는 음악이 아니고. 장르나 편곡은 도구처럼 느껴져요. 진짜 중요한 건 ‘뭘 쓸까?’ 예요. 어릴 땐 연필 잡는 법부터 쓰는 법까지 하나하나 배워야 하잖아요. 이젠 배우는 단계는 지났으니까, 연필 집어 쓰면 되니까... 예전엔 다양한 분야를 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젠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충분히 하고 싶어요. 자기 음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음악가로선 정말 행복하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음반회사와 그걸 반겨주는 팬들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해요.  

작곡은 물론이고 작사를 직접 하시잖아요. 어떤 작업을 먼저 하세요?
일단 곡을 써요. 그리고 가사를 쓰죠. 곡을 만들면 가사는 이미 저기 나와 있어요. 그걸 찾아가는 게 작사예요. 그런데 그게 참 힘든 과정이랍니다. 가사 쓰기 전에 곡을 죽도록 들어요. 그리고 예를 들어 슬픈 곡이다, 하면 절 막 슬프게 몰아가죠. 밝은 곡은 밝은 상황으로요...... 사실.... 저도 방법은 정말 몰라요. 막 힘들다가 어느 순간 확 풀리죠. 다른 사람에게 작사를 맡기는 건... 짐을 덜고 싶어서죠(웃음). 작사는 대한민국에서 박창학, 이적 이 두 사람이 제일 신뢰가 가요.

본인의 곡들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을텐데...라는 질문에 대답을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기 때문이겠지. 짧지 않은 침묵 뒤에 이어진 그의 대답
동반자...라는 곡이요. 타이틀 곡이 아니었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하지만 그 곡은 바로 제 얘기이기 때문에, 정식으로 처음 쓴 사랑이야기죠. 동반자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랑은 이미 헤어진 상태였는데 전화를 걸어서 직접 허락을 받았어요. 저 만의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래야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번 앨범 3번 트랙 ‘오래된 노래’는 동반자 때 그 마음을 다시 풀어서 쓴 곡이에요.

전람회 1집에 들어있는 ‘여행’이란 곡! 곡도 좋았지만 신해철씨와 서동욱씨와의 대화가 참 재밌었어요. 사전에 약속이 되어있던 거였나요? 대화를 넣자... 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상황이었어요. 스튜디오 안에 들어가 하고 싶은 말 떠들어보자.. 한거죠. 앨범 나오고 나중에 두고두고 생브라스가 뭐야, 리얼 브라스라고 할걸... 하고 후회 많이 했어요. (전원 웃음)

그의 혈액형은 A형.
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되죠. (웃음) ‘나쁜 말 듣기 전에 내가 먼저 잘하자.’ 하는 성격이거든요.

그의 음악이 없었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건조했을까? 그는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어머니요. 5살 때 어머니가 피아노를 시켜주셨어요. 어머니의 꿈이셨대요. 저 열심히 했대요. 다른 분야에선 조용히 뒤에서 일하는 성격이지만 음악 안에선 도전적이었어요.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여행을 즐긴다는 그. 짧으면 한 달 길게는 석 달씩 훌쩍 떠나곤 한다. 이번엔 언제가 될지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동베를린과 도쿄에 가 볼 생각이다. 특히 동베를린은 집값이 싸기도 하고 뉴욕의 소호처럼 예술가들이 몰려들고 있는 곳이어서 더욱 끌린다고. 그곳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고, 그곳에 거주지를 두고 유럽의 다른 곳으로 여행도 다닐까 한다. 그리고 도쿄! 전 일본이 좋아요. 거긴 A형들의 천국이에요. 문화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도 많고.

사랑을 노래하는 그의 옆엔 어떤 이가 어울릴까? 연애에 대한 그의 생각..
연애해본지 오래됐어요. 이상형도 특별히 없어요. 제 라이프패턴과 코드가 맞는 사람 정도? 예를 들어 음식 하나 먹을 때도 취향이 다르면 ... 이때 웃으며 옆에 앉은 매니저가 귀띔해 준 그의 음식 취향. “정말 건강하게 먹어요. 한 끼를 먹더라도 영양 생각하고.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충 때우는 보통의 혼자 사는 남자랑은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