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화] 박진영 편



	그 많은 일을 하면서도 또 잘 해내는 걸 보니 자기 관리가 정말 철저한 것 같아요.
	과분하게도 제가 받을 수 있는 만큼보다도 넘어선 것 같아요. 미국에서의 성공은 더더욱 그렇구요. 미국에서의 성공은 말이 안 되죠. 그럴수록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니까요.
	모두들 운명이라 하지만 실은 그 운명도 준비된 사람들에게만 가는 거 같은데요.
	제가 준비된 게 있었다면 그건 영어와 피아노 밖에 없어요.

7살 때부터 2년 반 동안 지사 발령 받으신 아버지를 따라서 미국에서 살았다. 한창 말을 배울 나이였고 또 거기에서 흑인 음악이라는 걸 알게 됐다. 돌아와서도 AFN 같은 것들을 열심히 보고 듣고 하며 흑인 음악과 영어를 계속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분명 그냥 얻어진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머니로부터 전해들은 4살 때의 기억을 꺼냈다. (이상하게도 초등학교 3학년 이전의 기억은 전혀 나질 않는다고 한다.) 4살 때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유부 : 조수미씨 보다 일찍 다니셨네요… ??)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정말 예뻤다고 한다. 선생님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 어린 나이에 학원갈 때 마다 꽃을 꺾어 갔다고 하는데… 좋아하는 사람이나 예쁜 것을 보면 지금도 몸과 마음이 똑같이 움직인다고 한다. 곧이곧대로 들으면 오해의 여지도 있지만 유부들에게 어떤 손짓도 몸짓도 없었으므로 유부들이 전혀 호감형이 아니었거나 우리 유부들이 너무 어려워 나름 자제를 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여기기로 했다. (물론 우리 유부들은 후자이길 바란다.^^)
	저 원래 겸손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정말 마음이 그래요. 무슨 힘을 갖게 되면 돌려줘야겠다고 꼭 마음을 먹고 있어요. 제가 번 게 운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모태신앙에서 21살 때 무교로 바꿨는데 요즘 자신의 상황을 보면 점점 운명론자가 돼가는 것 같기도 하단다. 그 만큼 자신의 위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는데. 상속세 100%를 주장할 정도로 자본주의에 참 반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적금을 해 본 적도 없고 주식도 손 댄 적이 없고. 아니 재테크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단다. 회사를 설립하고 신인들을 발굴, 양성하고 또 곡도 많이 썼으니 이젠 돈을 굴리는 방법도 잘 알 것 같은데 의외다. 일을 하기 위한 투자 외에는 별로 써본 적이 없다니. 일에만 전념하는 전략가라고 보는 게 더 맞을 듯 하기도 하다.
	이번 새 앨범을 들으면서 참 좋았어요. 뭐랄까… 옛날과 다르지만 옛 생각이 나게 하는. 그래서 일관성이 있다고 할까요?
	참. 노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전 MBC가 참 좋아요. 전 곡이 심의를 통과했거든요.

그렇구나. 박진영은 노래를 쓰면서 남들보다 한 가지 고민을 더 하게 되는 가수이기도 하다. 들으면 공감을 하게 되고 내 마음 속 깊은 곳의 한 부분을 들켜버린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들게까지 하는 게 그의 가사이고 노래다. '직설적인' 가사에 대해 물었더니 '직설적'이라는 것은 좀 더 거칠고 표현이 적나라해야 한다고. 그래서 DJ DOC나 양동근의 가사가 '직설적'일 테고 자신은 좀 더 '사실적'이라는 표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미국 팝송을 많이 들었던 게 가장 큰 영향이 아닐까 싶단다. 그가 예전에 들었던 한 팝송의 '네가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말로만 그러지 말고 설거지 한 번 하고 쓰레기 한 번 비워주라. (아~ 유부들에게 얼마나 꽂히는 가사인가!) 그리고 네가 정말 잘 가는 그 클럽에 나도 좀 데려가지'라는 가사는 그 어떤 원망의 가사보다도 애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고. 이런 가사가 박진영이 추구하는 스타일의 가사가 아닐까. 정말 거침이 없구나 싶은 경우는 Silk의 노래 중에 'let me lick you up and down until you say stop'이란 구절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그는 그저 여자 친구랑 계속 잘 지내다가도 여자 친구가 하루 동안 자리를 비우게 돼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논다는 노래 (Single, 모 본부에서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나, 너의 입술이 너무나 달콤하고 좋다는 노래(Delicious(니 입술이),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친절하게도 괄호 안에 '니 입술이'라는 구절을 넣었지만 또 다른 본부에서는 여성의 대상화라 해서 금지곡이 되었다.)를 부르는 정도라며 약간의 억울함(?) 혹은 이 정도로(?) 하는 반문을 던지기도 했다.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 상대배우는 남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늘 '부러운' 사람들뿐이었어요. 항상 직접 선택하시는 거에요?
	거의 그런데 이번 혜수씨만 먼저 연락이 왔어요. 혜수씨는 정말 멋있는 거 같아요.
분명 10년 전에 만났던 김혜수 보다 지금의 김혜수가 훨씬 멋있게 느껴진단다. 멋지게 나이를 먹는 것 같다고. 자신감 있고, 당당하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그리고 몸매가 정말 이기적이면서 아주 야한, 다른 사람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뭔가가 있다고. 반면 '그녀는 예뻤다'의 뮤직 비디오에 출연했던 고소영은 귀엽고 못된 게 매력인 새침데기 아가씨였다고. 어떤 매력을 지닌 여배우든지 간에 '박진영이 뮤직비디오를 찍는다'라고 했을 때 출연 의사가 있다는 것은 박진영의 노래와 뮤직비디오에 대한 또 다른 인정이 아닐까 한다.

	MBC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을 때 'MBC는 어떤 회사?'라고 묻는 다면 답할 수 있는 일관된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때 유부도 좀 찔렸어요. 문화방송? 만나면 좋은 친구? (웃음) 그렇다면 박진영 본인에 대한 일관된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 저 건방진 이미지 되기 싫은 데. 실은 (잠시 멈춤) '박진영은 박진영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어요.
'박진영'이라는 이름 석자가 박진영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때가 올 수 있기를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뒤에 따르는 여러 긴 수식보다, 또 어떤 훌륭한 칭찬보다, '박진영'이 됐으면 좋겠다고. 그 세세한 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노래가 이번 앨범에 있는 '딴따라 블루스'일 거라 한다. 하지만 가사대로라면 밤새 신나게 놀고 낮엔 자고, 술과 여자와 춤이 최고인 그런 삶을 사는 건데 실제 박진영의 삶과는 거리가 있고 또 그러다 보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지 않냐는 유부의 반문에 그는 답한다. '물론 그런 생활을 지속적으로 계속하면서 살 순 없죠. 좋은 곳에서 계속 놀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예를 들어 내가 컴백을 해서 인기가 있고 또 좀 인기가 있으니까 친구랑 놀고 싶다는 생각에 오늘 하루를 놀면 내일부터 망치는 거에요. 오늘 하루를 놀면 내일 라이브를 망치고. 딴따라처럼 살겠다고 즐긴다면 또 그 다음엔 쌓아 놓은 것들이 망가지고. 만약 마이클 조던처럼 된다면, 그 정도면 은퇴라도 하고 놀 수 있지 않겠어요. 저는 결국 비틀스나 롤링 스톤즈, 조용필, 인순이 같은 모습이 되고 싶어요. (음악은) 농구처럼 (나이 들었다고) 그만 둘 필요는 없으니까요. 지금까지 쌓아 올린 걸 깎아가면서 놀 순 없어요. 그럼 제가 안될 테니까요. 기껏 한다는 게 일주일에 한 번 클럽 가서 놀기도 하고 관련된 사람들도 만나고. 그것도 이번 주엔 못 갔네요.'
	사실 성공도 좋고 또 그런 성공을 아무나 원하는 때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너무 이른 성공에 조로할 것 같은 불안감은 없으세요?
	아니요. 전 오히려 저를 해방시켜 주는 것 같아요. 나에 대해 알게 돼서 너무 좋아요. 제가 어디를 가든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상황. 그게 너무 좋아요.

이 남자. 보면 볼수록 가짜 딴따라 같다. 딴따라가 너무 되고 싶은 모범생이랄까. 가만히 생각해보자. 이제까지 노력한 건 영어와 피아노 밖에 없다는데 그 두 가지만도 보통 노력으로는 얻어지기 쉽지 않은 것이고. 한국에서만 활동할 때도 차트 1위에 오른 곡이 이십여 곡이나 되고 (모든 가수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미국에 가서는 아예 바닥부터 시작해서 정상의 R. Kelly, Outkast 등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식지 않는 텔미 신드롬과 6년 만에 돌아와서도 거침없는 차트 정상 질주. 이제 일본에서는 위에서 아래로 파고드는 전략으로 탑과 바로 계약을 하고 탑의 위치부터 시작을 한다고 한다. 어느 것 하나가 대강해서 혹은 딴따라처럼 놀면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본인은 물론 운이 많이 따랐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가 한 말 중에 가장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정말 노력하고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사람. 놀고 싶은 마음도 너무나 강하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이 뭔지 먼저 알고 실행하는 남자. 이게 박진영인 것 같다.




직업이 딴따라이지만 항상 최고를 향해 달리면서 노력하는 모습 속에는 분명 모범생의 모습이 감춰져 있다. 반면 거의 평생을 모범생으로 살아온 유부들은 은근 딴따라의 끼를 조금씩은 갖고 있다. (확인시켜드리긴 힘들지만…)


자신이 오른 자리가 부담스럽다기 보다는 원하는 것을 하고 좋아하는 것을 눈치보지 않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는 그. 유부들도 그의 해방감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 결혼하기 전보다 후가 대인 관계의 폭도 넓어지고 사람들을 대할 때도 편해지면서 느끼는 감정. 한 남자의 여자이지만, 한 남자의 여자이기에 더 많은 사회적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박진영은 AB형, 그와 잘 통했던 박소현 아나운서도 AB형. 그럼 나머지 유부들은? 김경화 아나운서가 A형이고 최윤영 아나운서가 B형이니 둘이 합치면 또 AB형이지요~.